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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당신의 갈급함을 해소할 단 하나의 샘터, 우아함 -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지적인 처방: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읽기

by 조예은 에디터
2026.04.18 14:00

 

 

처음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당장의 내가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보람차게 살기 위해, 떳떳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 일에 관한 것이었지만, 중간중간 건강과 주거, 여가와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 빈틈없이 머릿속에 빽빽이 들어차곤 했다.


덕분에 주말이 되어서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었고, 날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 속에 잠식됐다. 너무 피곤해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땐, 핸드폰 속 소셜 앱을 습관처럼 들여다봤고, 의식할 틈도 없이 그 상태로 새벽을 넘기기 일쑤였다. 이게 바로 요즘 시기의 회피법인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 정도로 꽤 심각하게 조절 능력이 망가진 상태. 더 깊은 회의감과 죄책감에 빠져들기 전에 진단과 처방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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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의 저자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는 이런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정신적 빈곤'을 겪고 있다고 표현한다. 지나친 자기 계발, 불안, 집중력 부족, 반복되는 공허함이 그 증상이다. 루이스는 그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다. 대신 개인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현 사회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분석한다.


먼저 쉴 틈 없이 주입되는 '포스트 행복'의 논리. 이전 시대에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결과로 주어지던 행복과 달리, 포스트 행복은 계속해서 쫓아야 할 하나의 목적이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행복은 신자유주의라는 논리 속에 돈과 명예로 쉽게 계산되고 그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며, 이를 누리는 수많은 사람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비교 대상은 전 세계 그 누구든 될 수 있으며, 그 범위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지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심지어 매 순간 촌각을 다투는 듯한 무한 '새로고침' 속에 알아야 할 정보와 따라야 할 방향성이 쏟아지면서, 모두가 획일화된 기준을 갖게 된다. 여유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자산과 환경, 균형 잡힌 몸매와 매끈한 피부, 제대로 된 휴식과 기쁨을 누리기 위해 방문해야 할 곳과 사야 할 물건들.


이에 '하이퍼모던hypermodern' 주체들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존재 자체가 '행함doing'에 그치지 않고 주저 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이들은 수많은 계획과 실행 속에 늘 안달복달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소화 불가능한 정도의 야망에 휩싸여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 맹렬한 흐름 속에서 그저 맹목적으로 영원한 허상 같은 포스트 행복을 갈구하는 것이,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주체의 상이다.


*

 

그러다 보니 정체된 자는 곧 뒤처진 사람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에 응하는 자만이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 이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저자는 잠재력, 힘, 능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뒤나미스dýnamis'를 제시한다. 이것이 곧 하이퍼모던 잠재력 담론의 바탕을 이룬다.


즉, 현 사회는 '할 수 없음' 대신 '할 수 있음'을 강요한다. 끝없이 발견되고 쟁취해야 할 것 같은 목표들로 가득 찬 사회. 그러한 자세를 의식 중이건 무의식중이건 주입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빠트리는 사회. 그렇게 체화된 자기 검열은 외부로 인한 감시보다도 더 지속적이고 더 끈질긴 통제를 낳으며 개인을 고립시키기 마련이다.


게다가, 옴니스크린 시대에 들어선 주체들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늘 나를 표현해야 하므로, 보다 꼼꼼한 선택과 빈틈없는 조작이 필요하다. 모든 순간을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나'와 유익하고 즐거운 순간만을 사는 듯한 꾸며진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또 바로바로 생각과 감상을 공유하려면, 깊은 고민과 정리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직관적으로 '감정'을 내뱉으며 좀처럼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음을 저자가 지적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한 이분법은 제법 거칠지만, 실제로 피상적인 논리와 뜬소문, 어이없는 정치질과 필터링 없는 표현, 급격히 퍼지는 줄임말과 갖가지 이모지들로 부글부글한 곳이 바로 SNS기도 하니까.

 

실질적인 '너'와의 접점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요즘은 관계를 쌓기 위해 남을 직접 마주하고 겪어보는 대신, 제 입맛에 맞는 팔로워를 찾거나 원하는 집단의 플로우에 올라타는 것이 더 흔하다. 단편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만남, 그리고 손쉬운 절연 혹은 기피. 그럴수록 타인은 빠르게 파악하고 정리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아니면, 나의 결핍과 욕망을 확인할 경쟁적인 비교군에 지나지 않거나.


이 모든 현상이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고 허무함에 사로잡히게 하는 '정신적 빈곤'을 낳는 것이다.


*


그렇다면 저자는 이러한 하이퍼모던 주체에게 어떤 처방을 내리는가. 그는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우아한' 태도를 취할 것을 권유한다. 여기서 말하는 '우아함'이란, 다음과 같다.


"우아함elegance이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선택(라틴어 elegěre)'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아한 주체는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이란 전체에서 어떤 것을 떼어내거나 선별하는 것, 무엇보다도 잘 고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아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우아한 사람은 자신만의 미적 취향을 키우면서, 스스로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고 판단되는 많은 선택지(제안)를 과감히 배제한다. 그렇게 배제하고 나면, 남은 선택지를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확보된다." p.66-67.


"우아한 사람은 예의 바르고 정중하며, 타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예의란 타인에게 보이는 관심과 존중, 애정의 표현으로, 이는 대화의 분위기를 편안하고 즐겁게 만든다. 예의 바른 사람은 아첨이나 아부 없이도 상냥할 수 있다. 상냥한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편안함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p.93.


기본적으로 '우아한' 사람들은 '거리'를 둘 줄 안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가치들과 필요들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고, 본인들의 가치관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신중하게 행동한다. 이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도 이어진다. 세련됨, 단정함, 진솔함, 평온함으로 임하는 태도는 그 자체의 품격을 유지하며 원활한 인간관계를 이끌어 간다.


이토록 정신없고 혼란하며, 곳곳에 유혹적인 꼬임이 가득하고, 온갖 정의와 개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이 시기에. 겉으로는 잘 티가 나지 않지만, 개인을 무방비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이 시기에, 우리는 '우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저자가 이 책을 내밀며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하는 방법론은 지적인 사유를 재가동시키는 것이다. 앞선 상황들을 분석하고 작고 큰 결론을 내리면서, 그는 독자가 논리적인 사고의 결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리비도, 이데올로기, 동시대성-동시성, 재범주화, 후성유전학, 재-창의성 등의 인문학적인 용어로 고전 철학자들의 주장을 검토하며, 그 의미를 궁금해하고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를 완주해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한 발짝을 내미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지금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날지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그 배경과 이유를 알아가며 앞으로는 어떤 자세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니까.

 

이 책은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던 문제의식과 흐려진 판단력에 선명함을 더해줄 것이다. 부디 당신도 달콤한 현 사회의 맹점을 지적하며, 올바르게 초점을 맞춰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우아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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