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원 님! 저는 혜정이라고 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께 편지를 써 보기는 난생 처음이에요.
저와 서간문으로 함께하게 된 재원 님, 가영 님, 미 님 중 제가 첫 번째 순서라는 점은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수려한 글솜씨를 갖고 계신 분들 사이 티 나지 않게, 자연스레 탑승하고 싶었거든요. 다들 어떤 주제로 편지를 나누시는지도 좀 구경하고요. 그런데 첫 순서가 되었으니, 학생 시절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도 외우지 못한 상태로 덜컥 임시반장이 되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갖게 되네요. 저는 성이 양 씨라 임시반장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요. 그래도 함께 인사 나누게 되어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뿐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게으른 에디터라, 평소 다른 에디터 분들의 정성 담긴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재원 님의 글을 이번 서간문 프로젝트로 처음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원 님, 저랑 꽤 공통점이 많으신 것 같아요!
지난 수요일에 찍은 어느 꽃나무예요. 겹복사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예쁘죠?
일단, 저도 면역력이 좋은 편이에요. 잔병치레를 잘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한 번도 독감에 걸려본 적이 없네요. 그리고 저도 베이스 기타를 좋아합니다. 어릴 적 본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에서 베이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밴드 음악을 들으면 베이스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 배워 보지는 못했는데, 재원 님의 자기소개를 읽고 저도 베이스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이스를 배워 보니 어떠셨나요? 너무 어렵고 손가락이 아프진 않으셨어요? 이런 저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리고 저도 영화 ‘시라트’를 봤어요! 재원 님의 오피니언을 읽으면서 당시 영화관에서 충격에 휩싸였던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저는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며 다리까지 떨었어요.
아, 그리고 재원 님의 자기소개 말미에서 정말 공감되는 문장을 찾았어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은 점점 사라진다. 여행지, 음식, 영화, 책, 그 외 많은 것들이 이미 봤던 것이 된다. 어렸을 때 경험하는 것은 늘 새롭고 흥미롭지만 어른이 되면 외국 휴양지의 바다를 보더라도 ‘아 제주도랑 비슷하네’ 정도의 감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내가 접하지 못 한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찾을 기대감도, 체력도 떨어져가는 것이 어른의 슬픈 점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든 어떤 문화 예술 컨텐츠를 향유하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놀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저 일하기 싫다는 무기력한 마음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느낄 때, 그럴 때일수록 나는 적극적으로 놀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연히 돈이 없고 회사에 휴가를 못 내는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스스로의 다채로운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 [Project 당신]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다면 [자기소개]
저도 무언가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계속해서 해오던 참입니다. 그래서 갈까 말까 고민하던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고, 콘서트에 가서 머리를 흔들며 후회 없이 놀고, 1일에 십만 원이 넘는 락 페스티벌 티켓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또 새롭게 개봉한 영화나 재개봉한 영화를 매 주말마다 열심히 보러 다닙니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다 사치이고 흥청망청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는 놀고 싶어도 시간이 안 돼서, 체력이 안 돼서 놀지 못할 미래의 나를 대신해 열심히 즐겨두고 싶어요. 재원 님께서도 그러시겠죠?

이건 금요일에 찍은 똑같은 나무예요. 이틀 새 초록 잎이 이만큼이나 나왔어요. 놀랍지 않나요?
물론 재원 님과 저의 다른 점도 많았어요. 우선, 저는 야구를 볼 줄 모릅니다. 저는 고향이 대구라, 주위에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친구들이 좀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께서 야구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영향인지, 야구의 룰이 어렵다고 인식되어 그런지 야구에 큰 흥미를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친구 따라 야구 경기 직관을 간 적이 있는데도 그래요. 그런데 제 2026년 목표 중 하나가 ‘챙겨보는 스포츠 경기 하나 만들기’ 거든요. 무언가를 꾸준히 챙겨보면서 응원도 하고 도파민 충전도 하고 그런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재원 님께서 야구를 좋아하신다고 하니 저도 야구에 흥미를 가져볼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커피 맛을 잘 모릅니다. 저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음식을 먹고 나서 텁텁해진 입과 속을 싹 씻어주는 동치미 같은 존재거든요. 그리고 산미 보다는 고소한 맛이 나는... 그런걸 다크하다고 표현하던가요? 무튼 그런 맛을 선호해요. 그런데 보통 고급 원두를 사용했거나 잘 만들어진 커피일수록 산미가 높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산미를 선호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커피 잘알’같고 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재원 님이 딱 그런 분이네요.
재원 님과 제가 아마도 어느 락 페스티벌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흥에 겨워 어깨동무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겠죠. 저는 재원 님의 이름, 데이식스와 베이스와 밴드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신다는 점,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신다는 점,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신다는 점 정도 밖에는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알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게 저희가 실제로 대면했을 때 서로를 알아보게 할 수 있는 정보들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 한 번 생각해 보자구요. 이 세계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2026년 4월 기준 약 83억 명이래요) 중, 하필 우리 둘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하필 문화예술을 좋아해 아트인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하필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어 에디터가 되었고, 하필 2026년 4월에 함께 서간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하필 제가 재원 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잖아요. 이거 정말 대단한 인연 아닌가요? 심지어 저는 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게 작년 7월이라, 그간 여러 번 서간문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도 참여하지 않다가 이번에 괜히 마음이 동해 참여 신청을 한 거예요. 이게 다 제가 재원 님의 글을 읽고 편지를 쓰기 위해서 그랬나 봅니다.
제 편지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을 쓰는 것에는 영 자신이 없어서, 그저 재원 님이 일상에서 가볍게 읽고 한 번 정도 피식 웃을 수 있는 서간문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 목표가 이루어졌나요?
이제 본격적으로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려나 봐요. 창문을 열어 뒀는데 하나도 쌀쌀하지 않고, 적당한 시원함이 기분 좋게 느껴지네요. 저의 편지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저에게 좋은 글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원 님,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해요! 그리고 밴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눠 봐요. 영화에 대한 것도 좋구요. 야구와 커피의 멋진 점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그럼 그때까지 몸 건강히 지내세요!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봄내음을 맡으며
혜정 씀.
제 글을 읽으셨다는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글을 통해 처음 만난 분과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네요. 곧 락페의 계절이 오니 혜정님 말씀대로 어느 곳에선가 모르는 새 마주칠 수도 있겠어요. 혜정님은 어떤 것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서 쓰신 글들을 봤는데, B급 코미디 호러에 대한 글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저도 사실 친구들과 B급 영화 모임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생각보다 더 공통점이 많을지도 몰라요ㅎㅎ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에디터 활동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