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예술작품은 역사의 한순간을 기록하는 역할을 해왔다. 사진이 없는 그 시대, 문자로는 현장성을 담기에는 역부족일 때 예술은 지금의 사진의 역할을 해왔다. 한 순간을 포착하고 동시대와 후시대에 공유하는 일. 그 회화들은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되어 과거를 읽고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살아 본적 없는 먼 옛날을 살아볼 수 있게 하고, 역사를 다각도로 만나게 해주며, 그때와 지금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준다.
책 <위험한 그림들>은 대표적인 과거와 현재를 잇는 대표적인 가교와 같은 책이다. 각 시대의 특징적인 작품과 함께 곁들어지는 실감나는 설명은 과거 역사의 한 순간에 독자들을 데려다 놓는다. 체계적인 서술과 역동적인 스토리텔링은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이행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를 생생하게 이해하게끔 한다.
읽으면서 그 시대로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했던 위험한 작품 몇 점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위베르 로베르 <로마 대화제>, 1785
당시 로마 제국의 황제는 네로였다. 네로 왕은 처음에 쾌활한 성격과 나름의 통치력으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점점 폭력적인 행태, 이상한 집착 등으로 신임을 잃어갔다. 네로가 황제이던 시절, 로마에는 재앙이 들이닥쳤다. 바로 로마 대화재이다. 130만명이 살던 도시가 불에 그을리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누가 불을 질렀을까, 많은 사람들의 추측 끝 화살은 네로 왕에게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네로가 로마는 그리스만큼 아름답지 않다며 다 부수고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발언을 종종해왔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은 의심했고 네로왕의 방화는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그때의 그 재앙을 담아낸 <로마 대화제>. 붉은 불과 검은 연기가 뒤덮여 있고, 한 가운데 어서 도망치라는 듯 손을 뻗치고 있는 동상이 더욱 공포감을 더한다. 사람들은 긴박해 보이고, 처참해 보인다. 죽음에 대한 공포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들이 절로 전해진다.

일리야 레핀, <이반4세와 그의 아들>, 1885
러시아 황제 이반 4세는 며느리의 옷차림새를 가지고 다그쳤다. 임신으로 몸이 더워져 옷을 얇게 입었을 뿐인데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 며느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윽박질렀다. 화가 풀리지 않는 그는 발로 차고 짓밟으며 뱃속 아이를 죽게끔 만들었다.
이에 화가 난 아들 황태자 이반 이바노비치는 아버지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악을 지르며, 제정신이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아버지는 아들의 온몸을 때렸다. 정수리, 가슴, 허벅지, 관자놀이.. 이내 아들은 죽음에 이르렀다.
아들과 며느리, 손주까지 죽게 만든 폭군 이반 4세. 그 끔찍한 현장을 일리야 레핀은 회화로 담아냈다. 충격적인 그 현장은 너무나 처참했다. 아들이 죽고 나서야 현실을 자각한 아버지의 회환과 슬픔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버지의 텅빈 눈동자는 이 그림이 마냥 잔인하다고만 여기기 보다, 그를 둘러싼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톰킨스 해리슨 매티슨, <마녀검사>, 1692
희생양이 필요했던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작품 <마녀검사>이다. 세일럼 마을에서 윌리엄스와 패리스라는 두 소녀는 알 수 없는 비명과 괴성, 이상한 정신적인 질환에 시달렸다. 그녀들을 치료하고자 기도회도 열고, 성경 구절도 여러번 읊어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번의 시도 끝 받게 된 병명은 ‘귀신병’ 이었다.
이 소녀들을 귀신병에 걸리게 한 마녀를 찾아야 했다. 정신이 혼미했던 소녀들은 아무 사람이나 읊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 길에서 구걸하는 아주머니, 혼자 교회에 다니는 할머니를 말했다. 사람들은 이 작은 마을에 마녀가 세 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이들을 낱낱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작품에는 등에 있는 검은 부스럼을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악마에게 몸을 판 흔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순간이 포착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희생양을 찾아 나섰다. 마녀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들을 쫓아내야하는 존재로 여긴 과거의 역사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을 잡아넣는 것이 하나의 성과로 여겨졌던 가슴 아픈 과거가 회화 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그 시대의 비극을 조금이나마 살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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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못하는 먼 과거를 만나게 해주는 창구인 예술 작품. 글로는 전해지지 않는 분위기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이다. 죽음과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주로 다룬 이 책 속 회화들은 더더욱 ‘위험’한 듯하다. 지우고 싶은 과거나 바꾸고 싶은 사실도 여과 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예술의 역할을 이해하며 책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