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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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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철저하게 설계된 플로어 플랜과, 공간을 찾은 사람의 소비를 자연스럽게 부추기는 동선의 구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감각을 자극해 이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쉬지 않고 소비하게끔 하는 곳.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 나는 그것이 백화점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


그래서, 전시의 이름이 '울트라 백화점 서울'이라고 들었을 때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하나의 큰 주제 하에서 공간이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전시와 백화점이 별다를 것은 없겠으나, 그 주제라는 측면에서 전시와 백화점은 꽤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 막연함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렇다. 백화점의 메인 테마는 소비이고, 전시의 메인 테마의 범위는, 물론 전시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그보다는 더 좁고 구체적이다. 한편 공간 전체에서 물질적인 소비가 최종 목표가 되는 백화점보다, 전시는 조금 더 추상적인 목표-그것이 감상이든, 구매든,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백화점, 그것도 '울트라'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전시의 정체가 더 궁금해졌다. 게다가 부제는 포스트 서브컬쳐(POST SUBCULTURE). 서브컬쳐라는 키워드와, 메인스트림의 총본산처럼 느껴지는 백화점의 괴리는 또 어떠한가. 이름부터 이렇게 흥미를 자극하는 전시인 만큼, 기대를 갖고 DDP를 찾았다.

 

 

 

소비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포스트 서브컬쳐'는 앞서 가졌던 위화감과 호기심을 신선하게 만족시켜 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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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백화점의 플로어 플랜처럼 정리된 팸플릿을 가지고 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크리에이터들의 인사이트가 공간 전체에 흩뿌려져 있는 'FINDER' 섹션에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음에 드는 인사이트 메시지를 골라서 가져가라는 영리한 관람 가이드를 따라 자연스럽게 탐험이 시작되고,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후킹한 멘트들에 즐거워하다 보면 시간이 말 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마치 백화점의 시즈널 이벤트를 마주한 것처럼, 오늘 이 공간의 컨셉과 방향을 알려주는 인트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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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COLLECTOR' 섹션에서는 음악, 출판, 영화, 패션의 4가지 분야를 탐구하는 공간이 차례로 이어진다.

 

음악 공간에서는 LP판 모양의 바탕지를 스티커로 꾸며 보는 코너가 성황이었는데, 사실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주제에 맞게 선곡된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들어보는 코너였다. 무릇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어야 음악 코너다, 라는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주제에 맞게 어떤 플레이리스트가 선곡되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자고로 플레이리스트란 이 시대 그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취향의 집합소가 아니겠는가. 이번 전시는 취향을 소유하는 것에서, 그 문화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축적됐는지로 초점을 이동해 그와 내(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기획자들이 표현하고 있는 그들의 문화를 조금씩이나마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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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공간은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만큼 밀도 있게 채워져 가장 오래 머무른 공간이기도 했다. 습관, 재미, 정체성 등 일상적인 키워드로 구성된 각각의 부스에서는 그 키워드에 맞는 출판사와 해당 출판사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각 출판사와의 Q&A를 전시하는 것으로 '누가' 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강조했는데, 같은 질문에도 출판사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답변이 나오는 것이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답변은 출판사 '닷텍스트' 부스에서 만났다. 모두가 책은 사양산업이라 말하는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만들고 소개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주로 제가 갖고 싶은 책을 만듭니다.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으니까 내가 만들어야지라는 마인드로요.

 

 

아, 이것이야말로 모든 서브컬쳐의 시작이 아닌가! 이 전시의 정체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출판 공간의 한쪽 편에는 PAGE LIBRARY라는 독서 공간도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공간에서는 편하게 책을 읽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만난 출판사들과 연관된 질문에 답변해 볼 수도 있었다. "미스터리는 장르인가, 사고 방식인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저절로 전시를 곱씹어 보게 되고, 단순한 감상을 넘어 정말로 이 전시에 내가 참여한다는 느낌이 든다. 전시 전반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가져가고 그 과정에서 많이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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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간에서는 쉽게 만나보지 못했던 독립 영화들을 소개하고 이를 '리뷰어'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콘텐츠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닌, 콘텐츠를 본 사람에서 시작되는 문화에 주목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렇지, 문화는 만들어낸 사람을 지나 향유한 사람에게서 재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문화가 확장되기도 하며,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렇게 문화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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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공간에서는 다양한 아이템을 액자 안에 넣어 '예술 작품'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그 옆에 작품 설명까지 붙어 있어 더욱 미술관에 온 기분이었다. 브랜드에서 이 아이템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 그래서 이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읽다 보면, 옷걸이를 하나씩 넘기며 빠르게 지나치던 수많은 옷이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 액자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은 평소처럼 뒷면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평면적 성격을 띠게 되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그 아이템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지점이 역설적인 즐거움을 제공했다.

 

 

 

그래서, 백화점이다


 

전시를 찾기 전 제목에서 느낀 위화감에는 백화점과 전시 공간에서 내세우는 '주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패션 공간을 지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CUSTOMER' 섹션에 이르면, 백화점에서는 보이지 않게 제시하던 메시지를 전시에서는 가시화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두 공간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백화점은 소비를 권장하며, 사람들이 지금 소비하고 싶어질 만한 것을 한 발짝 앞서 감지하려 한다. 그렇기에 문화가 만들어지고 퍼지는 과정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전시는 이러한 백화점의 핵심 컨셉을 차용한다.

 

소비의 메커니즘은 ‘지금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어질 만한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내가 반응하고 싶은 것이 축적되고, 이는 서서히 사회와 연결되며 문화가 된다. 오늘날 서브컬쳐가 하위 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힘을 확장해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백화점은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아닌,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소비의 방식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울트라백화점'에서는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그것을 원하게 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전시는 소비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시작점을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나의 소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문화가 되는지까지 소비의 흐름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전시는 결국, ‘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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