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을 접한 건 자살예방 또래상담 동아리에 합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상담 동아리, 그것도 ‘자살 예방 상담’ 동아리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한 날, 이 분야와 관련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미리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먼저 알아야 제대로 된 상담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논문, 책 가리지 않고 다 찾아보던 중 우연히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나종호 교수의 영상이 올라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방송에 출연했던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해당 방송에서 자신의 직업에 관한 가치관과 생각을 조심스레 털어놓는 나종호 교수의 말을 들으며 저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은 과거 우울증과 자책으로 인해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공유하며 어떤 아픔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에세이다. 힘들면 나약하다고 비난받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도리어 약점 잡히는 세상이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지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다분히 공감됐다.
특히 스스럼없이 약점을 내보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아마 우리나라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함부로 나의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고 배워왔을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아예 틀리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는 타인의 약점을 가벼이 여기고 심지어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은 이상 나의 약점을 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자신의 약점을 내보여도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려 한다. 약점을 드러내도 위협받지 않고 안전할 수 있는 세상, 내가 아닌 타인의 약점을 함부로 단언하지 않고 배려할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득 이 책의 저자인 나종호 교수님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닮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세상을 넓게 보려고 노력하고, 나의 말로 인해 타인이 상처 받는 걸 늘 경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와 다른 사람이 감각하는 감정의 범위를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지만) 다 헤아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살펴볼 줄 아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내 감정의 깊이와 타인의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이 점이 행동과 언어에서 배어나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상처입고 아파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