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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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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2025)

 

장르: 애니메이션, 음악, 드라마, 역사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배우: 제프 골드블룸 (목소리 출연)

상영 시간: 1시간 44분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하고 애니메이션은 상상을 구현한다. 그런데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지나치고는 선율의 경계에서 줄을 탄다.

 

뉴요커지에 음악 칼럼을 기고하는 유명 저널리스트 ‘제프 해리스’는 브라질에서 기원한 ‘보사노바’의 황금기를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무명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리오르’의 연주를 듣고 매료된다. 이토록 뛰어난 연주자가 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곧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의아함에서 기인한 추적은 그 앞에 어떤 사건이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제프가 만나게 될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제프는 생전의 음악가를 알던 이들과 인터뷰를 이어간다. 테노리오의 가족을 수소문해 산골 오지를 누비고, 함께 활동했던 음악인들을 발품 팔며 찾아다닌다. 제프는 마침내 그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추적과 건반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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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스틸컷, 2025

 

 

1976년, 테노리오는 브라질 음악 동료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여행하던 중, 새벽에 잠깐 외출한 사이 사라져 버렸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군사독재 체제 아래 있었고, 이 시기 수많은 시민이 이유 없이 납치되어 실종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었다.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적극적 의사표시를 한 적 없는 테노리우가 군사독재의 재물로 희생당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기 위한 추적과 사건이라는 일련의 흐름을 타고 있는데, 그 과정 대부분은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인터뷰는 질문과 응답이 오가는 일종의 건반 던지기와도 같지만, 칼럼니스트 제프의 질문은 특정한 방향으로 수렴되기보다는 테노리우에 대한 단편적 궁금증에 머물기를 택한다. 그 결과 사건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깊어지기보다는, 여기저기를 표류하며 상자를 줍고, 그 안에 든 ‘꽝’과 ‘우연한 사실’ 중 후자를 우연히 건져 올린 것처럼 보였다.

 

 

 

테노리오 주니오르


 

이 의구심을 다루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영화가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 브라질의 피아니스트 '프란시스코 테노리오 주니오르 Francisco Tenório Júnior (Tenório Jr.)'의 실종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1941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삼바-재즈와 보사노바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음악가다. 197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실종된 후 2025년에야 공식적인 신원이 확인되었으며, 남미 군사독재 시기의 국가 폭력 피해자로 기억된다.

 

테노리오 주니오르(Tenório Júnior) 역시 그의 예명 중 하나다. 아래에 그가 남긴 유일한 앨범 『Embalo』를 함께 소개한다. 보사노바의 애락과 함께 글을 읽기를 추천해 드린다.

 

 

Tenorio Jr. – 『Embalo』 , Fim de Semana Em Eldorado (1964)

 

 

이러한 배경으로 보았을 때, 그의 죽음 자체만을 집요하게 파헤치지 않은 것은 테노리오가 어떤 음악을 했고 어떤 음악인들과 어울렸는지, 즉 그의 삶을 먼저 조명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로토스코핑으로 재현되었을 인터뷰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테노리우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생전에 그가 지녔을 온기를 연상케 한다.

 

 

 

예외 없는 짓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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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스틸컷, 2025

 

 

테노리오가 연주한 보사노바는 1950년대 브라질에서 등장한 음악 장르로, 삼바의 리듬에 재즈의 화성을 결합한 부드럽고 절제된 사운드의 장르이다. 테노리우의 전기 영화를 작업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어 ‘보사노바’는 곧 영어 ‘뉴웨이브’이자 프랑스어 ‘누벨바그’와 동의어라 설명한다. 1950년대 말 고다르와 트뤼포 등이 새로운 현대 영화를 창안할 때, 대서양 건너편에선 재즈와 삼바를 결합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런 동시대의 자연스러운 물결은 국가 권력에 의해 단절되고 만다. 제국주의와 결탁한 군사독재는 그 물결 속에 있던 개인의 삶과 음악의 미학마저 예외 없이 짓밟는다.

 

 

 

복잡함 상쇄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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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스틸컷, 2025

 

 

이야기는 결국 진실에 다가선 제프가 그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책의 출판 기념회로 대미를 장식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그저 세계의 음악을 사랑하며 알려온 그가 보사노바의 매혹을 추적하다 위대한 음악의 싹을 짓밟은 자국의 위선에 도달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이를 창조한 비운의 음악가를 기억하는 가상의 공간으로 책을 헌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간결한 선과 노래하는 색감과 보사노바의 선율이 복잡함을 가볍게 상쇄시킨다. 현재 OTT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니 보사노바 물결과 함께 상쇄의 하모니를 경험하고 싶다면 기꺼이 뛰어들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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