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노 오와리 앨범 'EARTH'의 수록곡입니다. 노래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せかいのおわり, 세상의 끝. 요즘 들어 내가 사는 세상이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여기저기서 전쟁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보다 주식 그래프에 시선을 둔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물론 알아야겠지만, 그보다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삶터를 잃은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의 끝에서 지구 평화를 외치는 노래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10년, 4인조 혼성 그룹인 '세카이노 오와리'는 'EARTH'라는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 수록곡 '환상의 생명'이 히트를 치고 그들은 스타덤에 오른다.
1. 幻の命 (환상의 생명 / Maboroshi no Inochi)
2. 虹色の戦争 (무지갯빛 전쟁 / Nijiiro no Sensou)
3. インスタントラジオ (인스턴트 라디오 / Insutanto Rajio)
4. 青い太陽 (푸른 태양 / Aoi Taiyou)
5. 死の魔法 (죽음의 마법 / Shi no Mahou)
6. 世界平和 (세계평화 / Sekai Heiwa)
7. 白昼の夢 (백일몽 / Hakuchuu no Yume)
트랙 리스트는 평화, 죽음, 전쟁, 생명을 다룬다. 앨범 제목이 'EARTH(지구)'라는 점에서 세카이노 오와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ARTH'는 세카이노 오와리 팬들 사이에서 명반으로 불릴 만큼 수록된 모든 곡이 좋다. 노래마다 관통하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앨범의 주된 정서는 '생명'이다.
1. 무지갯빛 전쟁
花に声があるなら何を叫ぶのだろう
꽃에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을 외칠까?
「自由の解放」の歌を世界に響かせているだろう
'자유의 해방'이라는 노래를 세상에 울려 퍼뜨리고 있겠지
平和に耳があるなら何が聴こえるだろう
평화에 귀가 있다면 무엇이 들릴까
偽物の自由の歌が爆音で聴こえるだろう
가짜 자유의 노래가 폭음으로 들려 오겠지
The war of the rainbow color
무지갯빛 전쟁
(虹色の戦争) 生物達の虹色の戦争 貴方が殺した自由の歌は貴方の心に響いてますか?
네가 죽인 자유의 노래는 너의 마음속에 울리고 있니?
(...)
"The war of human vs. living things except human" is the war the whole worlddoes not feel even though the whole world "know"
인간 vs 인간을 제외한 생명 종의 전쟁. 세상 모두가 알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전쟁이야.
'무지갯빛 전쟁'의 가사이다. 노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생명체를 다룬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인해 짓밟히고 고통받는 생명의 목소리를 우리는 줄곧 무시해 왔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면서도 필요 때문에 죽여버린다. 나무를 베고 산을 깎는다. 하늘을 날던 새는 높은 빌딩의 유리창에 부딪혀 추락한다. 물고기는 오염된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자유'를 논하고 주장한다. 나는 인간이 지구에 전세를 내고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지구는 누구나 언제든 들어와 살 수 있는 곳이다. 무지갯빛 전쟁은 이러한 나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어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2. 세계평화
猟奇的な一般の市民は「世界」中で血の雨を降らし
엽기적인 일반 시민들은 세계 전역에서 피의 비를 내려
「セカイ」中で一つになってこういうんだ 「世界平和」
인간 사회에서 하나 되어, 이렇게 말하지, '세계평화'
僕ら以外の生物は「世界平和」という戦争を起こしている
우리들 이외 생명들은 세계평화라는 전쟁을 일으키고 있어
(...)
貴方たちが願う平和は世界平和じゃないんです
너희가 바라는 평화는 세계평화가 아니야
花や虫や僕らの星は貴方たちに殺されてるんです
꽃, 벌레, 별은 너희에게 죽임당하고 있어
「私たち世界人類に平和がありますように」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世界中の子供たちに戦争のない未来を願いましょう
세상 모든 아이에게 전쟁 없는 미래를 기원하자
「神様、人類を滅ぼして下さい」
신이시여 인류를 멸망시켜 주세요
「神様、私たちの世界に平和を」
신이시여 인류에게 평화를
'세계평화'는 '무지갯빛 전쟁'과 무늬가 비슷하다.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이면에는 폭력과 배제가 숨어있다. 'セカ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세상, '인간 사회'이다. 우리는 'セカイ'에서 전쟁 없는 미래를 바라고 세계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평화는 편익과 이해관계 위에서 다져진다. 전쟁이 끝나길 기도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이 승리하길 바라는 모순. 따라서, 우리가 얘기하는 '세계평화'란 모두를 위함이 아니다. 타 집단을 배제함으로써 유지되는 질서를 '평화'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3. 푸른 태양
私達の太陽はいずれ終わっていくのだろ
우리들의 태양은 머지않아 끝나 가겠지
私達の太陽はいずれ死んでいくのだろう
우리들의 태양은 머지않아 죽어 가겠지
その時、私達の地球は
그때, 우리들의 지구는
太陽の色に輝いていたんだと解るのだろう
태양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겠지
'푸른 태양'은 빛이 나기에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그로 인해 밤에 다른 별들과 함께 놓일 수 없는 고독한 정서를 담고 있다. 지구는 태양 없이 빛날 수 없는 존재인데, 태양이 선물하는 '낮'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고, 태양이 사라졌을 때야 빛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누군가의 희생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세워진 평화를 당연시하며 살아온 게 아니었을지, 되돌아보게 된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알게 된 밴드이다. 영혼이 접히고 접히다 못 해 납작하게 눌려 바닥이 되었다고 느끼던 참에,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살아있음을 느꼈다.
せかいのおわり, 세상의 끝. 보컬 후카세가 삶을 비관할 때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 끝 다음에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정식 데뷔 앨범인 'EARTH' 표지에 그룹명을 영어로 새겨넣었는데, 'NO WAR'만 무지갯빛으로 반짝인다. 'SEKAI NO OWARI'에서 'NO WAR'을 따온 것이다. 단순히 전쟁은 비극이다,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만이 메시지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화란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이지 않는 희생자들이 어떠한 고통을 받고 있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끝' 다음에 '시작'이 있기 위해선 완전한 종말은 없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함부로 경시하지 않는 마음은 전쟁의 잔혹함을 깨닫게 할 것이다.
전쟁이 나면 적군을 '비인간화'하기 바쁘다.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죽이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몹들을 제거하는 것처럼 그들을 두드리고 쏘고 만신창이로 만들어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세카이노 오와리의 노래처럼 꽃과 벌레, 행성의 절규에 귀 기울인다면 사람을 비인간화하는 일도, 설령 비인간화했더라도 게임 속 보스몹을 제거하는 것처럼 쾌감을 느끼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세상일이 다 그렇지 뭐'라는 말에 삼켜지는 아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 잠겨 요동치는 아이들의 심장 박동을 듣지 않는다. 공포에 질린 심전도 그래프보다 주식 그래프를 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사실 나조차 최근에 코인, 주식 창에 들어가서 등락을 보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불편하다. 누군가는 죽어 나가는데, 돈 벌겠다고 뭘 사야 한다 뭘 팔아야 한다 이러고 있는 게."
어른들은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 다 그렇게 산다고들 이야기했지만. 그 말에 수긍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쿡쿡 아렸다.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한 것이 쌓인다면, 우리가 맞이할 '내일'이 비극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예민하고 피곤해진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차피 앞으로 몇십 년만 더 살다 죽을 건데, 나 몰라라 하면 안 되나? 나만 즐거우면 됐지, 같은 생각을 나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렇지만 세카이노 오와리처럼 세계 평화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래하고 싶다.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요즘, 새로운 시작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나는 그 시작이 무지갯빛이길 바라본다. 흑과 백처럼 서로를 지우려고 드는 게 아니라, 모두를 다양하고 찬란하게 물들이는 무지갯빛. 본래 지구의 색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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