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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치 나침반 2° : 소외되는 고유한 감각

무수한 신호 속 분명한 방향을 찾아서, 두 번째 이야기

by 박정빈 에디터
2026.03.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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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나침반] 시리즈는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속하며

도래하는 내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나침반 삼아 그 방향을 해석합니다.




1) 격변하는 시대의 패러다임


 

최근 사회의 현안을 다룬 뉴스를 읽었다. 그건 바로 ‘소외 현상’. AI 등 기술이 나날이 고도화되며,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나 직업이 대체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의 대체로 어쩔 수 없이 인테리어 도배 등의 기술 배우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과 ARS 콜서비스 등 아직 실질적으로 체감하기엔 이르지만,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대격동기”다. 이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미 그동안의 역사에서 전환의 시대는 수도 없이 되풀이됐다. 대표적으로 산업혁명을 떠올려보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처음엔 증기기관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시작됐다. 이전에는 장인이 제품 전체를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에 자부심을 느꼈다면, 그 이후에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분업이 일상화되었고, 자연스럽게 노동은 기계의 부품처럼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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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사회 현상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문제의식으로 드러난다. 감독, 각본, 음악, 편집, 출연 등 전반에 참여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 나사를 조이는 작업만 반복한다. 게다가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오랜 노동을 이어가고, 이런 기계적인 삶에서 동그란 것만 보면 나사처럼 조여버리는 극심한 편집증에 시달린다. 결국 주인공은 신경 쇠약과 과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한다.

 

 

 

2) 흐릿해지는 기술과 삶의 경계


 

산업혁명과 현재를 비교해서 살펴보자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이성의 실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소외라는 개념이 도시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물리적 소외감을 넘어 ‘정신적’인 범위까지 나아가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기계가 막 태동하던 때였다. 우리가 너무 당연히 사용하던 기차는 그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 혁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 차이점에도 불과해서라도 유사성이 높다.

 

책 <경험의 멸종>에서는 이 소외감을 ‘경험의 부재’에서 찾는다. 가장 먼저, 저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미지가 사적 경험의 대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간접 경험이 실제 나의 감각으로 ‘균질화’되는 과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 탑재한 그 시점부터 대중매체는 누군가의 쾌락을 공유하고 전시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타인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여기며 디지털 사회는 허상에 불과한 감각으로만 가득 차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술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닮아가 종종 ‘생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굳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대신, 간편한 터치 몇 번으로 신선한 식품이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가 아니던가? 또 가까운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며 만들어낸 알고리즘은 관심사와 연관된 콘텐츠를 추천해 줌으로써 사용자가 번거로운 선택을 줄이고 플랫폼에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모로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체성을 잃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써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오직 SNS에 인증하기 위해 미술관에 방문하는 등 진정한 상호작용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원의 인간소외인 이 ‘디지털 소외’가 해마다 지속될수록, 기억력 및 창의성 저하는 물론이며 비판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디지털 형태의 경험 양상은 더 나아가 ’데이터화’된다. 타인의 경험을 동경하는 모든 데이터가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면 어떨까? 모두가 개인 휴대폰을 소지하는 지금, 그리고 핵 개인 사회가 태동하는 지금. 매체 그리고 다중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기업, 광고주, 연구자들은 매 순간 사용자들의 경험을 추적해 자세 로드맵을 설계한다. 지난 1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량 생산되고 복제된 대중매체를 통해 찾은 문화의 민주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상 속 보이지 않는 감시체계로 작동하는 셈이다.

 

 

 

3) 문화예술의 본질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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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0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튀르키예 출신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기계 환각: 비지도>를 최초의 AI 미술로 소장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MoMA가 200여 년간 수집한 미술작품 13만 8,151점을 인간의 감독 없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머신러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이 그림 앞에서 대략 40여 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머물렀으며 관람 연장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어느덧 예술에까지 기술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어릴 적 일기장에만 비밀스럽게 꿈꿔왔기에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가장 깊은 곳에 내재한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술이라는 영역은, 그림 외에 다양한 것들을 통해 보는 ‘창’이다. 이 안에는 화가의 인생뿐만 아니라 작품이 그려진 당대의 사회상과 더불어 철학적 이념 등의 포함된다. 그리고 그건 기술이 결코 침범하지 못하는 고유한 영역이기도 하다. 결국, 앞으로는 어떤 ‘주체’가 되어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는 일이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책 <경험의 멸종>에서 예술‘인간의 경험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한 것처럼, 그건 오직 감각과 경험, 사고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대내외적으로 요란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알고리즘에 방해받지 않은 채 오롯한 감각만을 경험하는 일. 흐릿하고도 분명한 파동으로 다가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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