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에스가 자연 발생한 완전체 디멘션의 정규앨범, ‘ASSEMBLE25’로 컴백했다. 트리플에스는 1년에 한 번, K-POP 역사상 전무후무한 초대형 프로젝트 ‘ASSEMBLE’을 진행하며 서로의 전체 힘을 모아낸다.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역시 시그니처 'La La La'로 시작하는 ‘깨어(Are You Alive)’. 희망과 절망 사이의 불안정한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 응원을 보낸다. 바로 직전 완전체 정규 앨범 ‘ASSEMBLE24’의 타이틀 곡, ‘Girls Never Die’에서는 가사 "끝까지 가볼래, 포기는 안 할래"처럼 시련과 고통 속 버티는 힘을 노래했다. 이번 타이틀 곡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노래하고 있을까? 뮤직비디오와 함께 심층적으로 살펴보자.
1부 / 흩어진 민들레 씨앗처럼
트리플에스의 ‘깨어(Are You Alive)’의 뮤직비디오는 총 2개의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내면의 어두움을 그려내고 공감과 연대가 이어진다. 먼저 뮤직비디오는 어둡고 우울한 무드로 시작된다. 휘청거리며 걸어들어오는 하얀 옷의 소녀가 물속으로 얼굴을 담그고 곧 빠른 속도로 다른 소녀들의 얼굴로 교차한다. 그러면서 불안해 보이는 회색 옷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으로 연출되는데, 뮤비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민들레 씨앗이 상처 가득한 손바닥을 벗어나 방황하듯 흩어진다. 또 바로 연결되는 다음 장면을 통해 트리플에스의 멤버들, 즉 소녀들이 바로 그 흩어지는 민들레 씨앗 하나하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연결 지어볼 수 있다.
춤을 추며 꿈꾸는 소녀들에게 세상은 점점 화려하게 빛나긴 하지만 현실은 알 수 없게 숨이 찬다. 얼굴에 난 상처와 가쁜 호흡, 갈피를 잃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몬 저마다의 현실에 위태로이 고개가 기울어지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모여 춤을 추고 연대한다면 어떤 외부의 영향에도 굳건할 거라는 메시지를 ‘흩어지지 않는 민들레’로 보여준다. 마침, 앨범의 대표 이미지이기도 한 이 민들레와 함께 낮에서 밤으로 시간과 공간이 한 번 바뀐다.
‘밤’은 암흑 속에서 희미한 빛 하나를 믿고 꿈을 향해 다 함께 나아가는 시간을 말한다. 이전 타이틀 곡 ‘Rising’ 뮤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 반짝이는 조명과 다채로운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소녀들의 모습을 어두운 현실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핸드폰 불빛으로 밝게 조명을 만들고 그들 자체로 빛이 되는 무대를 만들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깨어’의 뮤비에서 또한 어두운 밤을 유일하게 비춰주던 작은 불씨에 민들레 씨앗이 모두 타버리지만, 그 심지는 여전히 빛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또 트리플에스가 ‘Girls Never Die’에서 가사로 강조했던 “본질 속 진주”처럼 그 빛을 손에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기도 하며 청춘들의 꺼지지 않는 의지와 염원을 담았다.
동시에 불꽃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는 듯 하지만, 다시 어두운 밤 빛에 의존한 채 달려가는 모습은 미처 말하지 못한 방황과 고뇌를 담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더 나아가 하늘로 손을 뻗어도 결국 물웅덩이에 비치는 내 모습이 전부인 장면을 통해 ‘하늘과 땅’, ‘이상과 현실’, ‘꿈과 나’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간격이 지독한 악몽이 되어 숨을 타오르게 할 때.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로 잠에서 ‘깬’ 소녀를 만난다.
2부 / 안녕, 사실 너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워
어두웠던 어제가 빠르게 잔상처럼 스쳐 지나가고, 다시 밝은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는 빛을 쫓아 자전거를 타고 나아갔을 뿐인데, 아찔한 사고가 났다. 내 뜻은 그게 아니었음을 "사실 난 행복하고 싶은 걸 누구보다 더"라는 가사로 어렴풋이 느껴본다. 의지와는 달리 군데군데 찢어지고 다쳐버린 모습이 꼭 현실에서 방황하던 청춘들의 모습과 닮아있고, 어쩌면 그 누구도 공감하기 힘든 위로를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끄트머리에 다다라서는 24명의 소녀가 잠들어있다. 아마도 그들은 어김없이 서로에게 기대어 어제의 두려움, 우울과 불안, 고뇌 등의 어두운 비밀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다시 깨어나면 더 이상 꿈속에서 방황하던 상처투성이의 초라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예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마지막 이야기를 민들레를 든 소녀가 민들레를 한입에 삼키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꿈이 아닌 지금 여기서, 행복을 가득 머금은 채로 나에게 인사를 건넬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듯, 소녀의 다친 얼굴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듯 깨우며 끝이 난다.
트리플에스의 인사말은 ‘하이 트리플에스’다. 보통 그룹명에 내포한 세계관이나 야심 찬 포부를 붙이기 마련인데 더도 덜도 말고 현실 속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친숙하다. 그래서인지, 대중과의 간격을 좁히며 아이돌 대신 평범한 학생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현실적으로 더 잘 와닿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꿈같은 허영과 만연한 희망 대신 현실 속의 우리를 들여다보고 응원해 준다. 이번 타이틀 곡의 제목인 ‘깨어’의 뜻도 마찬가지다. 꿈꾸고 있는 모든 이에게, 잠에서 깬 현실에서도 우린 항상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영원히 잠들고만 싶었던 칠흑같은 어제는 악몽이었을 뿐.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아침,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민들레의 꽃말 ‘행복’이 언제나 공존하고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