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클래식한 전개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회적 장벽이 있는 이야기, 영화 <사랑과 영혼>이나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시공간이 떨어져 있는 이야기, 일본 로맨스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아프거나 떠나는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마음을 울리고 오랜 여운을 남기는 로맨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질병이나 특성 때문에 위험에 처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끝까지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다. 필자는 주인공들이 서로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연민 때문에, 영화 속 장면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서사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바로 2019년에 개봉한 영화 <파이브 피트>이다.
파이브 피트 (Five Feet Apart)

주인공 스텔라 그랜트는 가래가 많이 끼고 폐 기능이 50%밖에 되지 않는 유전병인 낭포성섬유증을 앓아 병원에서 폐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완벽주의적 강박증을 지니고 있어 치료와 약 복용을 항상 철저히 지킨다.
어느 날, 같은 병을 가진 소년 윌 뉴먼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8개월 전 B.세라시아 감염으로 인해 새로운 폐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스텔라에게 박테리아 옮길 위험이 있었다. 이 때문에 둘은 항상 6피트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윌은 약물 임상 실험에 참여했지만 치료에는 다소 소홀한 태도를 보였고, 이 모습을 본 완벽주의 성향의 스텔라는 참지 못한다. 스텔라는 자신이 윌의 그림 모델이 되는 조건으로, 그가 성실하게 치료받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함께 치료받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물리적 접촉이 불가능한 현실에 속상한 스텔라는 딱 1피트만이라도 가까이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결국 두 사람은 5피트 규칙을 세우고, 간호사 몰래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던 중, 같은 병을 앓던 스텔라의 절친 포가 세상을 떠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텔라는 현재의 삶을 더 즐기기로 결심하고, 윌과 함께 얼어붙은 호수에 갔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는다. 다행히 스텔라는 응급 치료를 받고, 무사히 폐 이식 수술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윌은 자신이 스텔라의 생명에 위협이 될 존재라고 느껴 그녀에게서 멀어지기로 결심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서로에게 해가 될 수도 있음에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킨십.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작은 손길. 혹은 볼에 닿는 입술의 촉감. ... 기쁠 땐 우리르 하나되게. 두려울 땐 우리를 용감하게. 열정의 순간엔 우릴 짜릿하게 만들죠. ... 사랑할 때요. 우리에겐 공기만큼이나 그 손길이 필요하단 걸. 나는 미처 몰랐어요. 그의 손길이 간절해지기 전까지는. 만약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만지세요, 옆의 그 사람을. 낭비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 영화 <파이브 피트> 중
2023년 6월 개봉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은 영화 <파이브 피트>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 문화와 이민자의 삶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물과 불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주목했다.
두 영화는 모두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커플을 다루고, 그들의 관계가 서로의 건강과 존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닮아있다.
엘리멘탈(Elemental)

네 가지 원소 (물, 불, 흙, 공기)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 엘리멘트 시티에 불의 원소를 가진 버니와 신디 부부가 이민을 온다. 이들은 시티 외곽에 위치한 파이어 타운에서 딸 앰버를 낳고, 작은 불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부부는 딸인 앰버가 가게를 물러받기 바라지만, 화가 많은 앰버의 성격 때문에 손님들과 갈등이 생길까 늘 걱정한다.
어느 날, 앰버는 화를 참지 못해 가게의 수도관을 터뜨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청 공무원인 웨이드 (물 원소)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웨이드는 가게를 둘러본 뒤 위반 사항을 상관에게 보고하고, 가게는 폐업 위기에 놓인다.
이를 본 앰버는 감성적인 성격의 웨이드에게 아버지가 어렵게 지켜온 가게가 폐업될 수 없음을 설명하고, 수도관이 터진 이유(도시 누수 원인)를 함께 조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 다른 원소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동시에 앰버는 자신이 원하는 꿈과 아버지의 기대 사이에서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서로의 다름 (앰버와 부모, 앰버와 웨이드)을 인정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아가 앰버가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 곳곳에서는 물과 불이라는 상극의 원소 때문에 서로에게 위험이 될까 걱정하는 웨이드와 앰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웨이드 우린 서로 만지면 안 돼."
"괜찮을지도 몰라. ... 우리가 증명하면 안 돼? ... 어떻게 되는 지 보자. 만일 재앙이면 그때 포기하면 되지."
"진짜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어. 네가 증발하거나 내가 꺼질 수 있다고."
"작게 시작해보지 뭐."
- 영화 <엘리멘탈> 중
두 작품을 보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