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중가요를 찾아 듣다 보면 유독 그 시절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단순 그리움뿐 아니라, 오늘날의 음악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제기되곤 한다.
그저 향수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한국 대중가요가 상실해 가는 어떤 지점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1980~90년대는 음악의 장르적 다양성과 함께, 각각의 장르에서 뚜렷한 문학적 특성이 드러나던 시기였다.
우선 밴드 음악이 하나의 중요한 흐름을 이루었다. 1980년대부터 등장한 한국형 밴드 음악은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대표적인 밴드로는 들국화, 시나위, 부활, 송골매 등이 있다. 이들은 작곡과 편곡, 보컬, 악기 연주뿐 아니라, 사회 현실을 반영하거나 내면을 그려낸 가사로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발라드 역시 강세를 보였다. 이문세,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 등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의 발라드는 멜로디는 물론 가사에서도 시적인 아름다움과 서정적 감성을 강조했다.
사랑뿐 아니라 존재의 쓸쓸함, 외로움 같은 깊은 주제도 다루며 일상적이고도 비유적인 언어로 다양한 감정의 결을 표현해 공감을 얻곤 했다. 가사 자체를 한 편의 서정시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지금까지도 높은 문학적 완성도와 세련미를 자랑한다.
또, 댄스음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흔히 가볍고 상업적인 장르로 인식되지만, 1990년대에는 음악성과 일정 수준의 문학성을 모두 갖춘 독특한 장르로 존재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등은 강렬한 비트와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가사에서는 당대의 사회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처럼 20세기 말 한국 대중 음악계는 시적 감수성과 사회적 발언이 공존하는 문화의 장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장르 불문 대부분의 곡이 한글 가사로 구성되곤 했다. 영어 표현이 전무하지는 않았으나 한글 가사의 비중이 훨씬 높았고, 우리말 특유의 말맛과 운율, 어휘, 정서가 음악 안에 살아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은 한층 더 상업화되고 세계화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대형 기획사 시스템의 케이팝(K-POP)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시각적 퍼포먼스와 트렌디한 사운드를 앞세우며 대중을 사로잡았고, 음악 차트 상위권이나 음악방송 순위권에는 아이돌 음악이 다수 자리하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케이팝 가사의 경향성이 과거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케이팝은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가사 구성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큰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호흡이 짧고 강렬한 구절들, 반복되는 훅(hook) 중심의 가사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더욱이 2020년대부터는 챌린지 문화가 유행하고 콘텐츠 소비 사이클이 빨라지며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져, 복잡한 서사나 비유 등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한 번 들어도 기억에 남게 할 수 있고 가볍게 노래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음악이 하나의 상품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한글 가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팝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음에 따라 노래 가사에 영어를 사용하는 분량은 점차 늘어, 현재는 가사가 전부 영어인 곡도 많고, 제목과 후렴 등 대부분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 음악 산업의 세계적 부상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한글 가사 특유의 섬세함과 다채로움이 흐려진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적인 가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발라드나 밴드, 인디 분야에서도 음악은 꾸준히 발표되었다. 이러한 장르의 노래들은 한 편의 시처럼 음미할 수 있는 문학성이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장르가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으며, 인지도가 높은 일부 가수를 제외하고는 큰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 있다. 대형 기획사와 미디어 중심의 유통 구조 속에서 인디 음악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어, 마니아층에서 주로 향유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하나의 영역이 되었음은 물론 고민의 여지 없이 기쁜 일이다. 사람들에게 기분 전환과 일상의 활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음악은 때론 그 이상이어야 한다. 가사를 통해 울림을 주고 감정을 건드리며, 때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예술로서의 역할 또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자극적이고 무의미한 가사의 남발보다는 시대를 초월해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음악, 문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또, 불필요하게 많은 영어 가사보다는 우리말의 문학적 표현력도 다시 돌아보고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글에 기반한 창작은 세계화 시대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중성과 문학성의 조화를 통해, 음악이 단지 듣고 흘려보내는 콘텐츠가 아닌, 시대 불문 읽고 공감하고 기억하는 예술로서의 영향력을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