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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겨울의 끝자락에서 [음악]

‘파랑’을 담고, 닮은 노래들로 보내는 겨울의 끝자락

by 박서현 에디터
2026.03.03 11:33

 


2월 말, 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기 직전의 시기는 무엇 하나 뚜렷한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 코끝이 시릴 듯 찬 바람이 불다가도 강렬한 햇빛이 겉옷을 벗게 한다. 누군가는 일을 마무리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시작을 기다리는 때가 된다. 이렇듯 모호한 시간을 맞이한다. 필연적으로 지나게 되는 시간의 경계에서 정돈되지 못한 감정이 요동치고 사위는 어수선해진다. 하늘은 파랗다가도 흐려지며 변덕을 부린다. 서서히 물을 머금은 마음이 무거워져 가라앉는다. 이 시기는 ‘파랑’을 닮았다.


파란색은 희망, 안정감, 우울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푸른 하늘의 청량함, 싱그러움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영어로 치환했을 때는 우울감이 지배적이다. ‘I feel blue.’ 쉽게 쓰이는 표현인 만큼 우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파란색은 어디든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닮았으면서도 우울감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변덕을 부리고 감정이 요동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겨울의 끝자락을 닮았다. 그런 파랑으로 쓰였거나 그것을 닮은 노래를 통해 겨울의 끝자락을 보내고자 한다.

 

 

 

1. BLUE – raph


 

노래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로 시작된다. 몇 번의 스트로크를 끝으로 곧장 가수의 목소리로 완성된 멜로디가 전해진다. 누군가 무릎이 다 빠질 만큼 한가득 쌓인 눈을 밟고 서 있는 앨범 아트워크가 눈에 들어온다. 그의 뒤로는 빼곡한 겨울나무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고 설원에 그를 제외한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다. 발자국조차 볼 수 없는 눈밭은 희다 못해 푸르다. 숨결이 섞인 듯한 가수의 음성이 마치 설원 위에서 부는 입김처럼 느껴진다. 쓸쓸하고 시린 겨울을 닮았다.

 

노래는 특별히 느리거나 잔잔하지 않다. 사운드가 풍부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단조롭지는 않다. 그런데도 ‘BLUE’를 듣다 보면 차분해진다. 새하얀 눈밭이 모든 소리를 먹어 버리는 것처럼, 그 눈밭에 서 있는 것처럼 고요해진다.

 

 

 

2. Blue - 태연


 

단조로운 건반 사운드로 시작하는 음악. 29초가 지나서야 킥 사운드가 더해진다. 분위기는 고조되지만 잔잔한 후렴이 지나면 곧장 1절이 마무리된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의 역동성을 가진 채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같다. 단조로운 트랙 위에 얹어지는 여러 겹의 목소리에 노래가 풍부해지고 동시에 그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움만 가득 채워

 

 

‘너’라는 존재를 ‘blue’라고 칭하고 있다. ‘너’는 사랑이라는 말을 닮은 화자의 그리움이다.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면 ‘blue’는 우울함을 뜻하는 것일까? 소중하면서도 미운, 혹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 느껴진다. 어느 곳에 뚜렷하게 속할 수 없는 감정이 모호한 시간의 경계선과 유사하다. 시리지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겨울의 웅크림을 닮았다.

 

 

 

3. city too cold – blueberryclub


 

어쿠스틱 기타 리프로 곡이 시작된다. 동시에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듯 무언가 탈 때 나는 타닥타닥 소리가 작게 들린다. 네 마디쯤 될까 싶은 전주가 끝나면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버브가 가득해 울림이 강한 목소리가 전해진다. 숨소리도 음색도 모두 강하게 다가온다. 속삭이는 듯 내뱉는 멜로디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목을 이미 봐버린 탓인지 시끄러운 겨울 도시의 거리를 걷는 듯하다.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것이 무섭게 옮기는 걸음. 바쁜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정해지지 않았다. 방황이 이어진다.


 

This city’s too cold,

 

 

이 도시가 너무 춥다고 말한다. 외롭고 쓸쓸하다. 따뜻함을 찾는 것일까?


 

이 도시엔 매일 눈이 내려오네 / 이 도시엔 너만이 날 살게 하네

 

 

추위와 쓸쓸함을 녹일 방법이 있는 듯하다. 기댈 수 있는 ‘너’라는 존재가 있다. 한밤중의 비도, 거리도, 전혀 위로되지 않는 곳에서 ‘너’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미적지근한 위안으로 삼아 있으려 한다.


 

Inspired by “blue”

 

 

아티스트 정보란에 쓰여 있는 문구다. 푸른색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일까? ‘city too cold’는 우울을 뜻하면서도 시원함을 담은 ‘파랑’을 닮았다. 어수선한 계절의 끝자락에 듣기 좋은 노래다.


*


날이 따뜻해지기 전에, 아직은 시린 기운이 남아있을 때 쓸쓸함을 모아 버리고자 한다. 그러한 다짐을 도울 수 있고 ‘파랑’을 닮은 노래들로 겨울을 보내줄 수 있을 듯하다.


당신의 겨울 끝자락을 담은 노래는 무엇을 닮았는가?

 

 

블루 이미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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