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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올해의 겨울은 며칠이나 남았을까. 짧은 2월의 마지막 주를 앞두고 괜스레 벌써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들썩인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나는 벌써 서서히 겨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들었던 ‘겨울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서 하나씩 정리하면서.


노래에도 계절감이 있다. 가사 또는 제목에 직접적으로 ‘겨울’ 혹은 ‘추위’가 명시되던, 아니면 멜로디와 전체적인 악기 소리가 겨울의 그것처럼 조금은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이던. 오늘 소개할 세 곡은 겨울에 들을 때 더욱 그 매력이 배가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날씨가 쌀쌀하더라도 아무래도 3월은, 겨울이라 부르기에 어색하다. 그러니 찬 계절을 완전히 떠나보내기 전에 아직 ‘제철’인 이 노래들은 꼭 음미해 보기 바란다.


 

 

어반자카파 - 코 끝에 겨울


 

 

 

제목부터 ‘코 끝에 겨울’인 이 노래는, 사실 찬 공기가 코를 스며 시큰하기 시작하는 겨울 초입에 가장 듣기 좋다. 계절의 변화는 피부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기의 변화에서 가장 크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 2013년 어반자카파 정규앨범 ‘03’의 타이틀곡으로, 어반자카파의 조현아가 작곡 작사하였다.

 

겨울에는 왜 유독 주변의 이별 소식이 많은건지. 겨울의 한기에 서로를 향한 마음도 이내 전해지다 얼어붙고 마는것인지 모르겠다.

 

'냉정한 공기가 다시 겨울을 내게 건넨다'는 가사 한 마디에서 알 수 있듯, 이미 공허한 마음에 느껴지는 겨울의 공기마저 '야속함'이 느껴지는 노래.

 

겨울이 주는 특유의 쓸쓸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듣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차갑고 슬플 때는 기분전환을 위한 흥겹고 따듯한 멜로디의 노래보다도 이렇게 대신 감정을 증폭시켜 주는 스타일의 곡이 더 위로가 된다.

 

 


우타다 히카루(Hikaru Utada) - First Love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련함’이다. 눈이 오면 괜스레 떠오르는 지나간 사랑이 떠오르고, 또 궁금해진다.

 

Fisrt Love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우타다 히카루 (Hikaru Utada)가 1999년 발매한 데뷔앨범의 수록곡이다. 해당 음반은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마디로 일본의 ‘국민 첫사랑 노래’다.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곱고 아름다운 멜로디,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르게 후반부로 갈수록 떨리는 보컬이 첫사랑의 희미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사실 나는 첫사랑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 듣더라도 첫사랑과의 아련한 추억을 자동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한 향기를 가진 노래이다. 첫사랑과 추억의 공통점은 아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그때의 순수함에 있지 않을까.

 

'당신이 가르쳐 준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직관적인 가사 한 마디에 투박하고도 순수한 진심이 들여다보인다.

 

 

 

아이유 - 이름에게


 

 

 

‘코 끝에 겨울’과 마찬가지로 겨울의 찬 공기에 추워하는 노래. 하지만 그 추위 속에서도 부단히 걸음을 옮기는 듯한 희망이 존재하는 노래이다. 아이유의 정규 4집 ‘팔레트(Palette)’ 앨범에 수록된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


앞선 두 노래가 타인과의 이별, 혹은 사랑을 노래한다면 이름에게는 철저히 ‘나’ 한 사람에게 말을 걸고, 위로하는 노래이다. 물론 각자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름에게 2편이라 불리는 ‘아이와 나의 바다’의 결을 고려한다면 본 의도는 그 편이 맞다.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으로 인해 겨울바람이 더 가혹하게 느껴질때, 봄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에는 아리지 않던 마음 한 구석이 겨울이 되자 유난히 아려올때 듣기 좋은 노래.


가사의 ‘긴 밤’ ‘짙은 밤’ ,‘춥고 모진 날’ 은 사계줄 중 겨울과 가장 잘 대치된다. 겨울은 길고 , 짙고, 또 춥고 모진 날들이 많으니. 하지만 그런 겨울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다음 계절인 봄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것이 필연,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이다. 기대해 볼 법 하다.

 

*

 

나에게 겨울은 아직 그렇다. 쓸쓸함과 외로움, 조금의 무기력이 공기 분자에 섞여 떠돌아다니는 계절. 하지만 그런 겨울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장 많이 생각하고, 움직였다. 오늘의 글도 어쩌면 이 노래들과 함께 겨울을 온전히 느끼고 미련없이 보내주기 위함일 것이다.

 

나의 추천 이외에도, 각자의 겨울 향이 밴 노래를 들으며 모두가 겨울을 잘 떠나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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