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의 활동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 왔다.
사실 내가 아트인사이트 오피니언에서 가장 흥미 있게 봤던 카테고리는 [문화 전반]이었다. [문화 전반]을 보면 음악, 영화, 드라마, 공연, 음식 등 세부적인 모든 카테고리가 담겨 있다.
그래서 마지막 나의 마지막 글은 꼭 [문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괜한 고집이 생겨 이렇게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은 확실히 덕후의 시대이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시작됐다. 넓은 의미로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아이돌 “르세라핌”의 멤버 사쿠라는 취미로 뜨개질을 한다고 한다. “EASY”라는 곡의 무대에 직접 만든 탑을 입기도 했다. 사쿠라의 취미가 알려지면서 팬들과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꾸로셰”라는 이름을 만들어 DIY 뜨개질 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취미가 또 다른 소통 방식으로 변환된 예시라고 생각한다.
꼭 연예인이 아니라도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본인이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DBpia에서 뮤덕을 위한 DBpia 활용 가이드북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다양한 뮤지컬 속에 숨겨진 디테일이라는 흥미 요소를 논문과 연결하여 마케팅을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역시도 한 사람의 덕후력에 기반한 아이디어이자 기획이다.
이제는 누구든지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콘텐츠화시키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플랫폼의 시대라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보며 최근에는 계속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나름 미디어학을 전공하고 있는 미디어학도이며 콘텐츠 업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알릴 수 있을지, 그 정도로 몰두하여 애정해 본 콘텐츠는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문득 스스로 좋아하는 것은 많은데, 밤낮이고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좋아하는 것을 적는 칸에 어떤 걸 적어야 할지 어렵게 느껴진다. “좋아한다”라는 말에 강박이 있는 것도 같다. 그냥 하면서 즐거운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좋아하는 일은 몰두해야 하는 일이 되었고 해당 콘텐츠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난 여행을 좋아해!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항상 어디 어디 가 봤냐고 되묻는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 보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많이 가 봤어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 여행의 기쁨을 알고 즐길 수 있으면 좋아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지금은 할 수 있다.
얕게 좋아해도 좋아하는 거다. 결국 본인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본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한편으로는 본인”만의” 취향을 갈구하기도 한다. 좋긴 한데 어쩔 땐 좀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증명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혹시나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꼭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취향에 급은 없으니까. 아무리 얕게 좋아해도 결국 좋아하는 감정만 느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느꼈던 감정들과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어떻게 가꿀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이곳 아트인사이트 내에도 다양한 덕질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이 넓지만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들이 재밌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들을 공유해 보았다.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았지만 꼭꼭 추천하고 싶은 4곡을 골랐다. 이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노래만으로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곡들이다.
이렇게 글로써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취향은 마치 레이어 같다. 얇을지라도 본인만의 취향을 차곡차곡 쌓아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