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자유롭게 얘기하고, 함께 탐구하는 곳이 있으면 어떨까?
좋아하는 방면으로의 지식을 확장시키는 경험,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나에겐 이번 여름에 2달동안 참여했던 '예술경영 스터디'가 그러했다.
나는 전반적인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그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홍보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할지, 또 어떻게 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유는 장차 예술계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뭐 재밌는 거 없나' 하는 마음으로 예술경영 관련 온라인 카페를 종종 들른다. 그러다 이번 예술경영 스터디 모집글을 보게 되었고, 유료였지만 배워두면 분명 도움이 될 듯 하여 신청했다.
사실 예술경영 대학원을 목표로 하고 있던 터라, 공부 겸 하나의 스펙이 되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예술경영 스터디는 어떤 곳인가
정식 명칭은 '예술경영 개론반' 이었다. 예술이 업인 이들의 커뮤니티인 '줌줍'에서 주최하고, 진행은 이지현님이 맡았다.
2017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보이나 잠시 휴식기를 거쳐, 올해 다시 시작했다. 누적 수강생은 500명이 넘었고, 예술경영에 관심있는 이들이 랜선으로 모여서 함께 공부하는 자리였다.
대상은 학교와 회사 밖에서도 계속해서 배우고 싶은 사람, 예술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 예술계 동료를 만나고 싶은 분들을 비롯해 예술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유료로 진행된 스터디였기에, 참여자 모두가 한층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프로그램은 두 달동안, 격주 일요일 저녁 2시간씩 줌(Zoom)으로 진행됐으며 교재는 논문이다. 만남이 없는 주에는 발제문이나 스터디 노트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발제문은 각자가 맡은 주제의 논문을 읽고 내용을 요약, 정리한 뒤 발표하는 것이다. 자신의 발표 차례가 아닐 때에는 다른 참가자의 발제문을 읽고 드는 생각과 질문들로 스터디 노트를 작성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성실하게 참여하면 끝날 때 디파짓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첫 날엔 자기소개가 필수였다. 나처럼 예술경영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도 있었고, 현직 업계 종사자, 무용가, 예술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첫 날 OT 시간에는 앞으로 두 달간의 운영 방식과 커리큘럼을 소개 받았다. 이어서 '예술경영 역사'에 대한 간단한 강의가 진행됐다. 작품과 상품의 차이점, 예술가의 탄생 배경과 예술가의 가난이 해결되지 못 하는 이유, 공연과 미술의 차이점 등 흥미로운 내용을 배웠다.
예를 들어, 개인 소유 여부나 형식에서 해방되었는지와 같은 것이 공연과 미술의 차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새로웠다. 첫 만남이었지만 공연예술 업계와 예술경영 전반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의 발제문: 공공기금의 고갈과 재원조성 방안
내가 맡은 주제는 이름만 들어도 다소 어려워 보이는 ‘공공기금의 고갈과 재원 조성 방안’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예술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결국 “예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발제를 준비하며 ‘왜 이런 심각한 상황을 미리 알지 못했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다. 이 주제는 예술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계에는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이라는, 순수예술 진흥에 쓰이는 유일한 공공재원이 있다. 관광진흥기금, 스포츠진흥기금처럼 특정 분야를 위한 공공기금의 일종이다.
그런데 지금 문예기금은 고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곧 공연, 시각 예술 등 다양한 창작 활동에 대한 국가 지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원이 사라지면 예술가의 처우는 악화되고, 대중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가 읽은 논문은 해외 유사 기관과의 비교를 통해 재원 조성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해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뜨거운 감자로, 예술계 전반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다.
나는 이 발제문을 준비하며, 예술이 공공재원을 많이 확보하고 재원 조성을 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됐다. 국가적 지원이 우리보다 활발한 영국처럼, 우리 나라도 문화예술이 사치가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늘어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업의 후원이나 개인의 후원도 문화예술계를 부흥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줄 것 같다고 느꼈다. 또한, 문예기금과 같은 국가의 지원에 예술이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민간처럼 독립적으로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법도 끊임없이 찾아야 할 것이라 느꼈다.
스터디노트를 작성하며 배운 점들
내가 준비한 공공기금 관련 발제 외에도, 예술 조직의 분류, 아트마케팅, 예술의 비용 지병 문제 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영향이었다. 나는 문화예술이 가진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으로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른 연구자들의 분석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예술 산업이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이유, 그리고 그 특성에 맞춘 예술경영의 필요성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공연예술은 인건비 비중이 높고 순간성이 중요한 산업이어서 '비용 지병(cost disease)'이 발생한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분야에서 비용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의 예술경영이 필요한지도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
성장의 시간
여러 사람의 발제문을 읽고 토론하면서, 내 안에는 예술경영과 관련된 질문이 끊임없이 쌓였다. 그리고 그 질문이 곧 나를 성장하게 했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앞으로의 공부와 진로 방향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경험과 영감을 얻으며 내 안의 질문들에 하나씩 답해 나가고자 한다.
‘예술경영 스터디’는 나에게 단순한 학습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술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적, 인적 네트워크의 장이었다.
예술이 사회 속에서 더 널리, 더 깊게 자리 잡으려면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배움의 기회를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