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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진 일본 드라마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그럼, 네가 만들어 봐 (じゃあ、あんたが作ってみろよ)

 

올해 일본 방송사 TBS의 4분기 화요 드라마로 일본에서는 저번 주에 완결이 났다. 한국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방영 중이며 마지막 10화는 다음 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출연진으로는 카호, 타케우치 료마, 나카죠 아야미 등이 있다. 이 글은 드라마 리뷰로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드라마는 독특하게도 연인 사이의 ‘이별’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카츠오와 아유미는 대학 시절부터 연애를 이어오며 현재는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기념일을 맞이하여 카츠오는 프로포즈를 하지만 아유미는 “헤어지자”고 말하며 집을 나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카츠오는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화석남, 초식남, 육식녀, 요리남…


 

작품 속에서 카츠오는 ‘화석남’이라 불린다. 이는 말 그대로 ‘구시대적인 남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여자친구인 아유미에게 전형적인 여성성을 은근하게 기대하고 강요한다. 또한 스스로는 완벽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술을 잘 못 마실 것이고, 남자는 가정을 이뤄야 비로소 책임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 이별 후 큰 충격을 받은 카츠오는 아유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요리를 시작한다. 분말 육수는 진짜 육수가 아니라며 육수 우리기부터 시작하는 카츠오는 점차 스스로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아간다. 그러던 중에 ‘요리남’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여성이 집안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요리는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요리하는 남성을 특별히 요리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초식남, 육식녀 등 전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는 인물을 한 단어로 묶어버리고자 하는 경향은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드라마 스틸컷3.png

 

 

극 중 등장인물 대사 (じゃあ、あんたが作ってみろよ 3화 中)

“나는 틀에 박히고 싶지 않은데도 정작 상대를 틀에 가둬버렸어.”

“하지만 그건 서로가 상대방을 잘 모르니 불안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을 더 알게 되고 상대방도 나를 알아준다면 틀은 저절로 없어지는 걸까?”

 

 

 

혼자만 성장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주인공만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츠오와 아유미가 헤어지면서 카츠오는 요리를 통해 아유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변화한다. 아유미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장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다툼이 생겨도 금세 화해하면서 답답함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카츠오의 형처럼 카츠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기도 하고, 카츠오의 어머니처럼 스스로 나아가기도 한다. 카츠오가 변하는 모습이 주요 스토리지만 다른 등장인물의 비중도 골고루 나오는 편이라 좋았다.

 

 

드라마 스틸컷2.png

 

 

 

드라마를 이끄는 데 악역은 필요 없다.


 

예전에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반드시 ‘선과 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과 악, 흑과 백으로 나뉘어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대부분인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무조건 악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엄마가 드라마를 볼 때면, “아, 저 사람이 악역이야?”라고 물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드라마를 접하면서 이야기에 꼭 악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악역으로 보였던 인물들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물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어릴 적 자주 보던 스폰지밥의 징징이이나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 악역이 아닌 것처럼, 캐릭터를 여러 면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악역이 없다. 주인공을 애써 해하려는 인물도 없고, 주인공을 미워하는 인물도 없다. 다만 각자의 성장 배경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꼭 큰 역경이 다가와 세상을 구하는 것만이 주인공은 아닌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일본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지만, 동시에 그런 전통적인 사고를 비꼬는 드라마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재미있게 보다가도 어느 시점에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찾아보니 해당 드라마의 원작은 웹툰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규정짓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혹시 스스로를 틀에 맞춰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드라마 같은 매체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느낀다. 작품 속 인물의 배경과 선택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를 멋대로 규정하려 든다면 이렇게 말해주자.


“자, 그럼 네가 한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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