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늘 무언가에 과몰입하며 살아왔다. [문화 전반]

과몰입도 나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된 시대
글 입력 2024.04.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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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깅(digging)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최근 여러 기업이나 대외활동의 자기소개서에는 지원자의 관심 분야를 묻는 항목이 존재한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취미를 묻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디깅하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은 왠지 취미보다는 더 편하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취미라는 단어에 국한되어 내가 진정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자유롭게 적어내지 못했던 지난 기억도 떠올랐다. 나는 이 항목에 평소 즐겨보던 한 드라마의 이름을 적었다. 면접관은 나에게 본인이 이 드라마를 봤을 때의 기억을 공유해줬고, 나는 신나서 작품의 홍보 콘텐츠 기획 및 제작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면접에 붙었고, 본인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제는 관심 분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과몰입할 만한 놀이를 만들어라


 

인간은 본능적으로 향유와 쾌락을 좇게끔 되어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처럼 구체적으로 ‘놀이’를 만드는 동물은 없다. 그만큼 인간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노는 것에 진심이었다. ‘호모 루덴스’는 2024년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이다. '호모 루덴스'란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하'가 출간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인간의 놀이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시대가 발전하며 여러 미디어 매체가 탄생했고, 이제는 인종과 종교, 국적을 불문하고 실시간으로 여러 사람들과 놀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러한 놀이는 현실뿐만 아니라 가상의 세계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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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인은 늘 과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에 ‘과몰입’하며 살아왔다. 최근에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인 「환승연애」 과몰입 토크 콘텐츠가 한창 유행이었다. 「환승연애」를 시청하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여 ‘환승연애 시청 리액션’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대 흐름에 따라 대다수의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콘텐츠가 변화했을 뿐 무언가에 과몰입하는 사회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과몰입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무언가에 과몰입한 자신의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처럼 스토리텔링 기반의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과몰입을 하기 훨씬 더 수월하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장르 혹은 작품 내용을 타인과 서로 공유•공감하며 내적 만족감을 얻는다. 이런 ‘과몰입러’들을 위한 커뮤니티 또한 그들끼리 자발적으로 꾸려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기 전에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숨기거나 감추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적극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른바 덕질 활동을 공유하려고 하는 이들의 비율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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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몰입 현상은 문화콘텐츠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는 특히 릴스나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몇 달 전, 「스즈메의 문단속」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챌린지 영상이 유행이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이 찾아왔을 때 문을 봉쇄해야 한다는 임무를 얻게 된 주인공 스즈메의 이야기를 다뤘다. 챌린지 영상 속 이들은 스즈메처럼 힘겹게 문을 닫고 걸어 잠그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또한 챌린지 영상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제목이 붙으며 영화를 관람해야지만 영상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내세웠다. 이같은 영상 구성은 작품이 한동안 박스오피스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과몰입도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과몰입 분야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좋은 예시로 ‘퍼스널 브랜딩’이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자신이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스스로 정의한 후 브랜딩하는 과정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SNS에 좋아하는 분야를 콘텐츠로 제작하여 업로드하는 것도 나 스스로를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브랜딩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콘텐츠로 제작하여 만든 A 씨는 본인의 진로까지 바꿀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던 ‘열성적인 씨네필’이다. 그는 꾸준히 영화계와 관련한 각종 이슈, 요즘 인기 있는 영화 소개뿐만 아니라 ‘영화를 관람할 때 덕후가 하는 행동’, ‘좋아하는 작품이 재개봉됐을 때 씨네필의 반응’ 등 본인의 경험담을 녹여낸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의 콘텐츠에는 ‘나도 이 작품 봤을 때 딱 이런 느낌이었다’, ‘사람이 과몰입하는 장면은 다 똑같구나’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유독 많다. 자신이 관심 있는 영화 분야의 마니아들과 꾸준히 소통하던 A 씨, 지금은 강단에 서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것을 꾸준히 콘텐츠화한 기록이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덕질을 통해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지금 삶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과몰입의 끝은 결국 ‘나 자신’으로 귀결된다. 무언가를 깊이 분석하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떨 때는 내가 누구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요즘 빠져있는 한 가지를 소개하는 게 스스로를 더 잘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니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놓지 말고 계속 '덕질'했으면 한다. 무언가를 애정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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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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