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살아있다. 그가 남긴 위대한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무대에 올라 생명력을 얻는다.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그의 이야기가 공연되지 않았던 땐 단 한 순간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만든 세계에서 복수심, 욕망, 질투, 어리석음, 오해, 비극적인 사랑, 연민, 기쁨, 카타르시스 등 수많은 감정을 본다. 그가 빚어낸 인물들, 그가 설계한 이야기는 작가·연출가·배우들뿐 아니라 인생이란 무대에 오른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완벽한 희곡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스>는 어쩌면 <햄릿>보다 더 다채롭게 재해석되는 작품이다. 마녀들의 예언과 아내의 부추김에 넘어간 어리석은 남자가 목숨 여럿을 짓밟으며 왕이 되지만, 결국 전부를 잃고 심판받는단 이야기는 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변주하느냐에 따라 <맥베스>는 묵직한 정극이 될 수도,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로 깊은 잔향을 남길 수도(연극 <맥베스 레퀴엠>), 원작을 초월한 새로운 메시지를 제시할 수도(연극 <벙커 트릴로지> 중 ‘맥베스’ 에피소드), 혹은 오락적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도(이머시브 시어터 <슬립 노 모어>)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은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맥베스>를 해체하고 무협극으로 재조립한 <칼로막베스>를 오랜만에 선보인다. <칼로막베스>는 2010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작품은 중국 베세토연극제와 벨라루스 국제연극제, 튀르키예와 칠레 산티아고 아밀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며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칼로막베스>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퉁소소리>·<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을 연출한 고선웅 특유의 말맛과 리듬감, 위트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칼로막베스>는 ‘칼로 상대를 막 베어버린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제목이다.
<칼로막베스>는 2026년 2월 27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해 3월 15일에 막을 내린다. 작품은 4월 4일부터 4월 5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4월 10일부터 11일까지는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도 공연되며 다양한 지역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극은 <맥베스> 원작 배경인 중세 스코틀랜드를 범죄자들이 들끓는 근 미래 교화 시설, ‘세렝게티 베이’로 바꿨다. 맹렬한 몸짓과 무술, 쏟아지는 대사, 슬랩스틱 코미디로 속도감을 더한 무협극 <칼로막베스>의 인물들은 권력과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칼을 휘두른다. 폭력과 날것의 욕망이 난무하는 역동적인 무대엔, 역설적으로 인간의 덧없는 욕망과 권력의 무상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극공작소 마방진과 고선웅 연출의 모토는 ‘비극일수록 더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쳐야 된다’는 것이다. 초연 당시 이젠 셰익스피어에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작품을 만들었다던 고선웅은, 자신의 말처럼 슬픔과 안타까운 정서가 주가 되는 작품과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칼로막베스> 또한 이러한 역설의 미학을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할 것이다.

<멕베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 즉 남편의 욕망을 부추기고 그와 자신을 모두 파멸로 이끌고 가는 막베스 처 역엔 소리꾼 김준수와 배우 원경식이 더블 캐스팅됐다. 국립창극단 스타였던 김준수는 뮤지컬 및 방송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국립창극단 퇴단 후 첫 행보로 연극에 데뷔한 소리꾼 김준수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은 <칼로막베스> 무대에서 증명될 것이다.
막베스 처 역에 더블 캐스팅된 원경식은 2025년 국립극단 <로제타>에서 로제타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베테랑 배우인 원경식과 연극배우로선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김준수가 보여줄 두 명의 막베스 처는 작품에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
타이틀롤 막베스 역은 검도 5단인 배우 김호산이 연기한다. 김호산은 극공작소 마방진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은 극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비로소 사유하게 될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방커 역엔 김도완, 맥다프 역엔 장재호, 노승 역엔 김세경, 당컨 역엔 전재형, 맹인술사 역에 양서빈 등 극공작소 마방진의 실력파 배우들과 객원 배우들 또한 우정 출연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축적과 붕괴는 극의 밀도를 높일 것이다.
2005년 창단한 극공작소 마방진은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극단적으로 플레이하다(Play Extremely)’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연극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그 시작이 될 연극 <칼로막베스>는 그동안 수없이 재해석된 <맥베스>를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나야 할 이유를 마방진만의 색깔로 그려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