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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을 위한 디자인 [도서]

디자인을 ‘일의 구조’로 고민해본 사람, AI시대의 생존을 골몰해본 사람에게 주는 자기점검의 기회

by 임지영 에디터
2026.01.28 09:43

 

 

신년을 맞아 교보문고 서가를 훑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 위로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다!”라는 표제어와, 턱을 괴고 있는 여성의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제목은 『일을 위한 디자인』이었다.

   

이전의 나라면 디자인을 예술에서 파생된, 실용성에 손을 뻗는 작업 정도로 이해했을 것이다. 디자인의 본질 역시 비주얼로 귀결된다고 생각했을 법 하다.

 

그러나 2026년의 나에게는 ‘일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제목이 유독 정합성 있는 조합으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부제에서의 일의 본질, AI, 생각 훈련과 같은 키워드들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나의 숱한 고민들과 아주 아주 큰 교집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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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년 동안 창업 과정에서 UX·UI 디자인을, 초심자로서, 해내야했다. 네비게이션 바에 고작 세 개의 탭만 있는 앱을 설계하는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동선과 맥락, 기대와 혼란을 동시에 고려하는게 여간일이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큰 부침이 있었던 순간은 기능이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해야 했을 때였는데, 나는 전체 구조와 사용자 흐름을 먼저 그리고 싶었던 반면 다른 팀원은 구현 가능한 기능부터 빠르게 만들어보자는 입장이었다. (속도와 완성도 사이의 긴장은 늘상 많은 소규모 팀이 겪는 문제다.) 설계 없이 쌓여가는 기능들이 만드는 일관성 없는 사용자 경험을 피해야한다는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음에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몰라 답답했다.

 

이때 디자인은 취향이나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던 듯 하다. 디자인은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정보의 구조를 세우며, 논리와 감정을 동시에 조율하는 작업이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관점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사람의 기록이다.

 

기획과 기능, 디자인과 사용자 흐름까지 제품 전반을 책임져 온 27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 올리비아 리는 디자인을 문제 해결의 언어로 다룬다. 저자는 디자인이 무엇보다도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사용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결국 의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래, 당연한 말로 들렸으나 책을 읽으며 ‘아는 것’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오토 레이아웃을 적용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거나, 적절한 플러그인을 쓰지 않고 순간만 모면하기 위해 비효율을 선택했던 기억들, 직접 구현할 의지 없이 ChatGPT에게 몇 번이고 이미지 생성을 요구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배움의 완성은 깨달음의 순간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 속에 있다”는 올리비아 리의 말은 그 즉시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습관처럼 반복하지 못했던 나의 작업 방식에 태클을 걸었다.


이 책은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기술서이기보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UX 규칙이나 실무 매뉴얼을 기대하는 독자나 화면 설계 기법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서를 찾는 사람에게는 적절치 않을 수 있겠으나, 반대로 디자인을 ‘일의 구조’로 고민해본 사람, AI시대의 생존을 골몰해본 사람에게는 '자기점검'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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