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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베이징을 떠난지도 3개월이 지났고, '베이징도 예술합니다' 오피니언의 에필로그 까지 쓴 마당에 다시, 중국이다.

 

그래도 제목이 '미술합니다'가 아니라 '예술합니다'인데 너무 미술관과 공간만 다룬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았고, 한국에 돌아와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지금에서야 보이는 것들도 늘었다는게 그 연유다.

 

이 참에 진짜 마지막으로 지난 하반기 체험한 중국 공연예술 세 가지 정도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금면왕조 金面王朝


 

북경 패키지 여행을 가면 빠지지 않고 코스에 포함된다는 공연이 바로 금면왕조다. 송성가무쇼, 심천 민속 쇼와 함께 중국 3대 공연으로 손꼽힌다.

 

해피밸리 놀이공원 옆 전용극장에서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이 있다. 베이징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는 단점이나 전반적인 완성도를 따졌을때 무조건 봐야한다, 는 아니지만 이 정도 인원과 무대 장치에 비해서는 티켓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라 추천할 만하다.

 

참고로 어디에 앉아도 시야가 좋아서 일반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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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면왕조'는 중국 설화를 재구성한 무용극이다. 8막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여자들만 사는 금면 왕국과 남자들만 사는 남면 왕국이 등장하고, 전쟁과 로맨스가 뒤섞인다. 금면 여왕과 남면 왕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라는데, 양쪽 스크린에서 다소 어색한 번역체지만 한국어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내용 이해는 어렵지 않다.

 

사실 이야기보다 시선을 빼앗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무대 연출이다. 그리 크지 않은 무대임에도 무대 양옆을 적극 활용하는 입체적인 연출과, 바로 옆을 지나다니는 새들 덕분에 단조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양 사이드 무대에는 같은 배역의 배우가 각각 등장한다.) 심지어는 무대에 폭포가 쏟아지고 사람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니, 약간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쉬웠던 점은 대규모 인원의 동작이 딱 맞아들어가지 않아 명성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관광용 공연이어서인지 관객석이 반도 차지 않고 여기저기서 한국인들의 웅성임이 들려 여기가 정동극장인지 베이징인지 분간이 안 됐던 것 정도.

 

공연이 끝나고 퇴장을 하면 배우들이 먼저 나가 관객을 맞아준다. 주연 배우들부터 서브 배우들까지 두루두루 포토타임을 갖고 나면 비로소 중국 정통 창작극, 금면왕조가 끝이 난다.




2. 국가대극원 国家大剧院


 

국가대극원(国家大剧院)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 예술의 중심지다. 2001년, 건축 설계 공모전을 통해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Paul Andreu)의 디자인이 최종 선정되었고, 이후 2007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건물은 거대한 타원형 구조에 티타늄과 유리로 외피를 덮은 독특한 형태로, '자이언트 에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극장, 오페라극장, 음악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극, 오페라, 발레, 콘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공연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조명을 환하게 밝힌 국가대극원 밖에 보지 못해 해질녁 유리창으로 비추는 채광을 느끼러 꼭 다시 가고 싶었지만, 결국은 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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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을 방문하는것 자체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연은 일정에 맞는 것 중 택일하였다. 그래도 해외 공연보다는 중국계 캐스트로 이루어진 공연을 보고 싶어서 고르고 고르다 보니, 홍콩발레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게 되었다. 기억하는 바로는 발레를 보는게 처음이라, 지루하지는 않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생기 넘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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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의 틀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마구 얹은 작품으로 각각의 장에서 테마가 완전히 전환돼 보는맛이 있었고, 무대 의상과 세트까지가 하나의 작품이란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음악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고전, 재즈, 뮤지컬, 라틴 음악 등을 넘나들며 장면마다 다른 ‘장르적 색채’를 톡톡히 가미했다.

 

앨리스가 커졌다가 작아지는 연출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웃음이 지어진다. 성인 배우뿐 아니라 유아 배우와 청소년 배우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캐릭터의 물리적 변화를 표현해내는 방식이 소품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1차 충격, 율동아닌 안무의 귀여움에서 2차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단순한 동화의 재현을 넘어 예술적 실험과 창의성이 가득한 무대였다.

 

역시 관객 매너에서 아쉬운 점이 남았지만, 익숙하면서도 '이상함'이 시각적으로 현현된 나라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3. 중국유희 中国有戏


 

마지막 中国有戏는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 장르들을 짧게 모아 소개하는 공연으로, 다양한 지방극과 음악이 한 무대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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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극 각각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京剧(경극) : 가장 대표적인 중국 전통극. 가무와 무술, 서사를 결합한 형식으로, 상징적인 몸짓과 화려한 의상이 특징이다. 《大闹天宫》《四郎探母》《大唐贵妃》 등의 장면이 무대에 올랐다.

昆曲(곤극) : 중국 전통 오페라의 시초라 불리는 장르로 부드러운 가창과 우아한 몸짓으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다. 공연에서는 《牡丹亭》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었다.

秦腔(진강) : 섬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극종으로 강하고 굵은 창법이 특징이다. 《黄鹤楼》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越剧(월극) : 부드럽고 서정적인 극으로,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 《打金枝》가 대표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豫剧(예극) : 허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극종. 서민적인 감정 표현이 강하며, 《花木兰》의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婺剧(무극) : 절강성 지역의 전통극으로, 거칠고 호방한 맛이 있다. 《泗州城》 일부 장면이 소개됐다.

黄梅戏(황매희) : 서정적이고 노래 중심의 극으로, 비교적 현대적인 감성이 살아 있다. 《女驸马》 장면에서는 관객과 함께 부르는 인터랙션 코너도 마련되었다.

评剧(평극) : 북방 지방에서 인기를 얻은 극종. 비교적 쉬운 언어와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保龙山》 장면이 소개되었다.

川剧(천극) : 변검(얼굴 가면을 빠르게 바꾸는 기법)으로 유명한 극종. 《李亚仙》 장면에서는 특유의 극적 전개와 리듬감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은 짧은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경극과 곤극처럼 고전적인 무대미를 강조하는 극종부터, 황매희나 평극처럼 대중적이고 경쾌한 극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관람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전공 수업을 듣다보니 이때 봤던 공연이 오버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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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경험이라면, 전통극 배우의 팬덤이었다. 《打金枝》공연에 등장한 李云霄가 그 주인공인데, 우리나라의 아이돌 팬들처럼 열렬하진 않아도 응원봉에, 대포 카메라를 무장한 팬들의 등장에 서서히 공연장을 빠져나왔었다.

 

중국에서는 소녀의 새침함과 공주의 위엄을 동시에 갖춘 연기로 관객의 호평을 받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도라고 하니, 중국에서 전통극의 현대화화 변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새삼 궁금해 지기도 했다.

 

이렇게 베이징에서 만난 공연예술까지 소개해보았다. '참 중국답다 할만한 것은 금면왕조, 진짜 정석적인 공연을 보고 싶으면 국가대극원, 전통극 찍먹을 원하면 중국유희' 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다.

 

언젠가 다시 소재로 튀어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로써 중국과는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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