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나에게 조금 특별한 한 해였다.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을 잠시 멈추고 1년간 휴학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휴학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마음껏 쉴 수 있는 시기가 없을 것 같아 바로 휴학 신청을 눌러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4학년을 너무 회피하고 싶었다. 졸업과 취업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휴학하고서 세운 내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 그리고 문화예술을 많이 접하는 것.
대학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못했다. 학교에 가면 늘 친구들이 있었고, 동네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 내가 너무 한 곳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는 것.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나도 경험이 주는 힘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익숙한 공간이 너무 편해서 계속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늘 같은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늘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조금씩 재미없어졌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2025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이내 답을 찾았다. 내 생활에는 새로운 것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왠지 모를 공허함과 새로운 사람에 대한 갈증이 올라왔다. 또 다른 환경으로 나를 끌어내고 싶었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고, 처음 가는 장소에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올 한 해 동안 나의 ‘새로운 사람 많이 만나기, 많은 경험 해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꽤 성공적이다. 휴학 기간 동안 많은 대외 활동이나 봉사, 동아리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상 속 단조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환경 속에 나를 계속 노출시키며 나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고, 지루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난 일상 속 잔잔함은 왠지 싫고, 특별한 이벤트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혼자 있으면 잡생각이 굉장히 많아지는 타입이라, 계속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경험을 만나야 에너지를 얻는다. 혼자 집에 있으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현실에 대한 고민과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래서 난 계속 밖으로 나갔다. 사람을 만나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가기도 했고, 영화제에도 꾸준히 방문했다. 좋아하는 밴드를 보러 페스티벌에 다녔고, 음악을 들으며 정처 없이 걷기도 했다.
문화예술이란 건 잔상처럼 꾸준히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건 순간이지만, 삶 한구석에 남아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나를 바꾸기 때문이다. 휴학 기간 동안 일상 속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가까이 두고 지내며 그 힘을 실감했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이 계속 남아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올해 여름에 봤던 영화 <싱 스트리트>다. 새로운 길 앞에서 망설여질 때, 내가 하고 있는 것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늘 <싱 스트리트>의 OST ‘Drive it like you stole it’을 떠올리게 된다.
this is your life you can go anywhere
이건 너의 인생이야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you gotta grab the wheel and own it
운전대를 잡고 어디든 달릴 수 있지
and drive it like you stole it
훔친 듯 달리는 거야
그래, 이건 나의 인생이다. 난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싱 스트리트> 주인공 코너처럼 말이다.
이렇게 휴학 생활의 절반을 넘게 보내며 결론적으로 든 생각은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내 삶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설계할 수 있는 1년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기회고,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앞으로 남은 휴학 기간 동안 더 많은 것들을 쌓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