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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영원을 염원하며. [도서/문학]

순간 속 지금의 우리를 영원이라고 불러볼까

by 손가은 에디터
2026.01.15 07:59

 

 

‘영원’은 누구나 한 번쯤 입에 올려보았을 법한 단어이지만, 동시에 끝까지 믿기에는 망설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영원을 염원하며.> 시집은 이 망설임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영원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운 말이 아닐까? 이 시집은 확신의 언어보다는 질문에 가깝고, 결론보다는 여백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영원이라 부르고, 왜 영원을 바라고 있는가.

 

 

영원이라는 단어를 간절히 믿으며 부디 그대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그대의 앞날에 늘 반짝이는 것들만이 가득하기를 염원합니다.


이곳에서는 부디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영원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머리말 中

 

영원을 염원하며_ [표지]-001 복사본.png

 

무한을 드리며 81p 中


그 전부를 별 볼 일 없는

내가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만이 줄 수 있는 멈추지 않는 애정과

환상뿐일지라도 꺾이지 않는 사랑과

 

그리고 이 모든 무한한 영광을 당신에게.

 

 

<영원을 염원하며.>가 다루는 감정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크고 격렬한 사건보다는, 지나가고 난 뒤에야 또렷해지는 마음의 흔적들이 중심이 된다. 이 시집은 사라짐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질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태도로 감정을 바라본다. 시 속의 화자는 무엇인가를 잃은 이후에도 그 감정을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 끝났다는 사실보다, 끝난 이후에도 남아 있는 마음의 결을 오래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시는 설명을 줄이고 여백을 남긴다. 독자는 그 여백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끝을 알면서도 진심이었던 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이 주는 공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IMG_2896 복사본.jpg

 

 

영원을 염원하며. 69p


영원

: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하다.


우리 영원의 사랑이라는 걸 한 번 해볼까

두 손을 맞잡고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해볼까


영원한 사랑이란 환상에 불과하다지만

우리 영원의 영원까지 함께 해볼까


찰나의 시작부터 영원의 끝까지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순간을 조금 더 늘려볼까


조금씩 늘린 이 순간을,

영원불멸할 이 순간을,

 

순간 속 지금의 우리를 영원이라고 불러볼까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원 그 자체라기보다, 영원을 염원하는 태도에 가깝다. 염원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시는 이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태 그대로를 존중한다. 우리는 흔히 결과로 감정을 평가한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 없었던 마음처럼 정리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 시집은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진심이었던 순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남을 수 있다는 것. 영원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영원을 염원했던 마음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시는 이 믿음을 조용히 독자에게 건넨다. 작가는 제목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영원'을 '염원'하는 것. 그 순간들이 모여 영원이 될 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목을 입력해주세요..png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주어는 그대들이었다는 걸

모든 마침표를 그대들 뒤에 두었다는 걸

마음에 간직한 채 영원의 끝을 잡고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빠르게 지나쳐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그대의 평온함이 될 수 있기를.

 

작가의 말 中


 

<영원을 염원하며.>는 끝내 영원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집은 영원에 이르지 못했기에 완성된다. 어떤 감정도 완성된 형태로 내어주지 않고, 늘 그 직전의 상태로 남겨두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건넸던 마음,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싶었던 순간들. 이 시집은 그런 마음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도, 그렇다고 쉽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조용히 곁에 놓아준다. 시집을 읽으며 영원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기보다는, 영원을 염원했던 자신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를 오래 사랑하고 싶었던 기억, 끝을 알면서도 진심이었던 시간들, 결국 남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감정들.

 

누군가가 빌었을 모든 영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원을 염원했던 마음은 지금도 그들의 안에 남아 있다. 영원을 믿지 않아도, 영원을 바랐던 마음만큼은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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