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대의 무게, 나의 무게 : 문은강, '밸러스트' [도서/문학]

서로의 무게를 나누어 가진다는 것
글 입력 2022.11.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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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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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석은 어머니의 뒤를 눈으로 좇는다. 잠에서 깨어나 소박한 아침상으로 배를 채우고, 자신에 대해 걱정하다 끝내 실현되어버린 당신의 불안한 상상에 슬픔에 빠진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으로만 좇는다.

 

서술자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일말의 설명도 덧붙이지 않은 채로 우석은 온전히 눈 앞의 어머니와 어릴 적 기억 속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단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반부터 나타나는 비극의 복선이다. 홀로 잠에서 깨어나 텔레비전을 틀고 찬밥에 물을 말아먹는 어머니는 무슨 내용이 나오고 있을지 모르는 새벽 뉴스와 더불어 어둡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민경에게 전화를 걸어 우석의 안위를 묻는 행위, 애써 그날 혹은 전날밤에 일어났을 사고를 외면하는 행위, 장 집사의 비유에 격분하여 당신의 자식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소리 지르는 행위 모두 결국 우석에게 일어난 불의의 사고를 보다 비극적이고 가슴 아프게 만들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는 소설을 읽는 나로 하여금 마치 우석의 어머니처럼 우석이 바로 그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부디 이 예상이 빗나가길 간절히 바라는 불안한 소망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런 절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의 도입부와 중반부에 서술자는 각각 ‘개미’와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한 ‘밸러스트’를 통해 무게에 담긴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자신의 50배에 달하는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지구 상 생물의 총 무게 중 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개미. 그와 어머니가 닮아있다고 한 것을 보면 어머니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어마어마하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밸러스트는 배의 무게 중심 장치로, 서술자에게는 어머니와 민경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서로 무게를 나누어 가지는 행위는 곧 가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이는 노력을 나눈다는 말일 것이다. 민경과 우석이 돈을 벌수록 어머니의 경제적 부담은 줄어든 것이다. 혹은, 그것이 서술자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부담을, 무게를 조금도 덜어내지 못했다. 매일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고, 그 와중에 우석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무게를 분산하였다고 생각했지만 각자 더 무거워졌을 뿐이다. 이는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덜 힘들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주 마지막에 우석의 삶의 무게가 0이 되었을 때, 그 무게는 고스란히 어머니에게 전해졌다.

 

걱정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는 침묵을 부르고 침묵은 소통의 부재를 초래한다. 결국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사라진 우석을 통해, 저자는 무게를 나누는 법을 알려주고자 하였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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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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