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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아마도 나에게는 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여름방학일 것이다. 여름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졸업을 준비하고, 사회에 나간다는 건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이런 시기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진다. 무엇을 해야 할 것 같고, 무엇이든 해내야 할 것 같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늦어질 것만 같다.


사람들은 모두에게 꿈이 있다고 말한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향해 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인지 2025년에 발매된 크래비티의 정규 2집 ‘Dare to Crave’ 앨범이 다시 떠올랐다. 타이틀곡 ‘SET NET GO?!’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청량한 일렉기타 사운드가 좋아서 들었던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이 앨범 전체가 청춘의 시간을 순서대로 지나가는 기록처럼 들렸다.


이 앨범은 확실한 꿈을 이야기하지도, 성공을 약속하지도 않지만,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마음이나 설명할 수 없는 끌림, 이유를 알 수 없는 움직임을 바라본다. 때로 꿈은 발견되기보다 갈망을 따라 걷다 보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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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크래비티는 팀명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정리했다. 데뷔 초 'Creativity'가 상징했던 창조성 대신 'Crave'를 선택했다. 그대로 남은 'Gravity'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의미하지만,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은 달라졌다.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보다 "무엇에 끌리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는 점에서 두 질문은 닮았다.


데뷔 이후 크래비티는 늘 '성장'이라는 단어와 함께 불려 왔다. 'Dare to Crave’는 성숙해진 시점에서 그 과정에서 마주한 흔들림과 새로운 시도의 갈망을 먼저 꺼내 보인다. 리브랜딩 이후 첫 정규앨범이라는 사실도 그래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On My Way’와 두 번째 트랙 ‘SWISH’는 길 위에서 답을 만나는 과정과 직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On My Way’가 서정적인 기타 연주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SWISH’는 힙합, 록, 팝의 요소가 가미된 과감한 비트 아래 정답보다 직감을 믿고 나아가는 에너지를 전한다. 앨범은 처음부터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각자의 길에서 무엇을 믿는지 알려준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도 자신의 직감을 믿고 나아가려는 청춘의 감각을 전한다.

 

 

찾고 있어 Answer

이끌리는 대로

그냥 나답게 해보려 해

 

- On My Way

 


 

 

타이틀 곡인 ‘SET NET GO?!’ 몽환적인 플럭 신스 사운드에 신스 베이스는 여름을 연상하면서도 청춘의 조급함을 닮았다. 뮤직비디오는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가는 소년들을 비춘다. 익숙한 하루가 계속 이어지는 공간 속 작은 균열을 따라 새로운 선택이 시작된다. 반복되는 시간은 청춘이 마주하는 일상의 관성을 상징한다.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같은 불안을 되새기는 시간 속에서 작은 균열 하나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든다. 그래서 곡이 말하는 GO는 단순히 앞으로 달린다는 의미보다 반복을 깨는 행동에 가깝다. 이 곡이 가장 잘 포착한 청춘의 얼굴 아닐까.


 

붉게 물든 Sunset 나를 재촉해

다 져버리기 전에 뭔가 해야 돼?

줄을 타듯 위태로운 Move 끝없이 헤매어 아득한 Youth

어지러운 머릿속 또 What I want

 

- SET NET GO?!

 

 

네 번째 트랙 ’PARANOIA’와 아홉 번째 트랙의 ‘Underdog’는 도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하나는 끝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그 불안에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다. 두 곡의 거친 비트와 강한 에너지는 흔들림을 지우기보다 끝까지 견디려는 태도를 닮았다.


열한 번째 트랙인 ‘Love Me Again’은 앞선 불안과 방황을 지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을 담는다. 그래서 이 곡은 위로라기보다 화해처럼 들린다. 드럼 리듬과 베이스가 신스 사운드와 어우러진 다정한 가사는 지금의 크래비티가 과거의 성취를 안고 나아가는 과정처럼, 사람도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품을 때 비로소 다음 장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앨범은 멤버들의 목소리가 앨범 전반에 깊게 스며든 작품이다. 갈망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멤버들이 자신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리브랜딩 이후의 방향성과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우빈이 프로듀싱한 ‘Rendez-vous’는 무뎌진 일상을 흔드는 만남을, 세림의 첫 자작곡이자 유닛곡‘Marionette’는 관계 안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원진이 작곡한 ‘Wish Upon A Star’는 기다림과 희망을 각기 다른 결로 풀어낸다. 같은 주제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곡들은 하나의 감정을 하나의 목소리로 설명하지 않는다.

 

*


욕망은 처음부터 언어를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영어에서 crave는 ‘갈망’으로 번역되지만, 단순히 무언가를 원한다는 뜻보다 더 강한 뉘앙스를 갖는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끌리고, 자꾸만 마음이 향하는 상태. 이성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는 감각에 가깝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는 정작 자신의 그런 마음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익숙한 삶.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원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것'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꿈을 찾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내 꿈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어쩌면 문제는 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그 마음의 이름을 붙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1년 전 발표된 앨범을 다시 꺼내 들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계절은 지나갔고, 나도 조금 달라졌다. 그럼에도 ‘Dare to Crave’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건넨다.


무엇을 원하는가.


그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만큼은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하나의 여정처럼 길을 떠나고, 움직이고,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며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이어지는 트랙의 흐름을 따라가 보고 싶다. 그래서 이 앨범은 개별 곡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들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는 앨범이다.


갈망은 처음부터 선명한 형태로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로, 때로는 불안을 견디는 시간으로, 때로는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음악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여름은 매년 돌아오지만, 어떤 여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번 여름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는 정답보다 갈망을 조금 더 믿어 보기로 한다. 언젠가 지금의 여름을 돌아보게 된다면, 나는 이 계절을 크래비티의 ‘Dare to Crave’와 함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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