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샬라메의 신작 ‘마티 슈프림’이 북미에서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마스 개봉이라는 개봉일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철저한 전략으로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다.
‘마티 슈프림’은 실제 미국 탁구 스타였던 마티 라이스먼의 일화를 담은 영화다. 당시 탁구 불모지인 미국에서 그가 온갖 무시를 받으며 성공을 이뤄낸다는 시놉시스는 여타 전기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말로만 들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일대기임은 분명하다.
현재 영화가 개봉하지 않은 타이밍에서, 기본에 충실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를 차별화시키는 부분은 단연 티모시 샬라메의 스타성과 제작사 A24의 홍보 전략이다.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는 말처럼 예고편에서 그가 보여준 눈빛은 강렬하지만, 그렇다고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에 개봉 전까지 주연 배우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야 없다.
티모시와 a24는 그간 영화사에서 본 적 없는 방식과 스케일로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티모시가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위에 올라 대형 스크린에 ‘마티 슈프림’ 로고가 뜨는 홍보 영상도 공개됐다. 조연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의류 브랜드 골프왕과 협업 의류를 출시하는 것도 여타 영화 홍보와는 결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마티 슈프림 자켓’이다. 티모시가 거의 매일마다 입으면서 화제가 된 이 자켓은 여러 셀럽들에게도 배포됐다. 이들이 자켓을 걸친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고 게시물을 티모시가 리그램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시각적 마케팅 효과를 일으켰다. 센트럴 씨나 키드 커디 같은 래퍼들은 물론 마이클 펠프스, 톰 브래디 같은 미국 스포츠 스타들도 자켓을 입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캐치 프레이즈도 뛰어나다. 마티슈프림 공식 sns는 저들의 어릴 적 사진 위에 ‘DREAM BIG’이라는 문구를 오렌지색으로 적어 업로드한다. 어릴 때부터 탁구 국가대표라는 큰 꿈을 가지고 노력한 마티 라이스먼과 영화를 대변하기에 매우 적절한 문구다.
오렌지색은 영화를 대변하는 컬러로서 기능한다. 또한 티모시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팀인 NY Knicks(닉스)의 컬러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지난 5월 닉스의 경기를 직관할 때에는 오렌지색 컬러의 크롬하츠 커스터마이징 자켓과 팬츠, 팀버랜드를 입을 정도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영화 홍보 전략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의 닉스를 향한 사랑은 진짜다.)
다시 자켓 얘기로 돌아와서 해당 자켓은 돈이 있어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브랜드 나미아스와 콜라보한 이 자켓은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정식으로 구할 수 없었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한 월드 투어가 진행되며 각국에 다른 컬러의 자켓을 판매하는 팝업이 열리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세계적인 의류 플랫폼 에딕티드에서는 해당 자켓이 15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홍보 전략은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끌어냈다. 희귀성이 높은 자켓을 계속해서 노출시키는 행위는 뇌리에 남기 쉽고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한 소비인 미닝아웃과 디토소비를 유도하기도 한다. 티모시의 팬, a24의 팬, 힙합팬, 패셔니스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일종의 소속감과 차별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는 영화 관람을 유도한다.
‘대체 얼마나 잘 뽑혔길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러한 홍보 전략은 사람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이끈다. 사실 이는 기대감을 높이는 만큼 실망감도 클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큰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 년 간 최소 수작 이상의 작품들을 소개한 티모시와 a24의 조합은 일종의 안전지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언컷 젬스’를 연출한 사프디 형제 중 한 명인 조슈아 사프디가 감독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물론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홍보는 엄청난 자신감이 뒷받침 돼야 한다.
티모시의 자신감은 비단 ‘마티 슈프림’ 한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영화계에서 없던 캐릭터가 되고자 자처한다. 그동안 영화계 인사들은 여타 연예계와 비교해 고상하고 기품있으며 차분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미디어에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며 자신의 실제 성격이나 취향 등을 밝히비 않았다. 이는 단순히 배우병, 스타병 같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 보호를 위한 선택이었다. 작품 속 인물로서 보여지기 원하는 배우와 자신이 아닌 작품이 집중되기 원하는 감독이 선탣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티모시는 이러한 전통을 깨려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인 힙합을 베이스로 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져간다. 우선 패션 스타일이 그렇다. 티모시의 스타일리스트인 테일러 맥닐은 켄드릭 라마, 베이비 킴, 도미닉 파이크 등 래퍼들의 스타일을 책임진다. 작년 슈퍼볼 무대에서의 켄드릭 라마 착장 역시 그의 작품이다.
티모시는 그를 만나며 데뷔 초 캐주얼한 스타일에서 탈피해 스트릿 패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크롬하츠, 아크테릭스, 샤넬, 베이프, 꼼데가르송, 모와롤라, 떠그 클럽 같은 브랜드로 여타 배우들과는 다른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브래드 피트나 마가렛 퀄리 등도 테일러 맥닐과 함께하며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스타일리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극한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영화를 찍는다. 독자적인 브랜딩을 통해 턱시도로 가득 찬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려 한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방식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철학과 정확히 반대된다는 것이다. 최근 디카프리오는 인터뷰에서 롱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타이타닉 때부터 사람들이 나의 모습에 피곤해 하지 않으려 했다. 그 방법은 대중들에게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영화 배우들의 고전적인 방식이다. 예능이나 sns도 하지 않고 사생활 노출도 적다.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현재 세계에서 톰크루즈와 함께 유이하다고 할 정도로 티켓 파워가 엄청난 배우다. 더이상 그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인 셈이다. 반대로 티모시나 마가렛은 아직 젊어 더욱 영향력을 키워야 하고 브래드는 60대라는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 캐릭터를 하길 원한다.
요컨대 이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위치다. 티모시는 이를 영리하게 파악하고 힙합이라는 자신의 취향과 결합해 남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최근 에스디키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도 마찬가지다. (래퍼 에스디키드가 눈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쓴 채 활동하는데, 이것이 에스디키드는 티모시이며 그가 정체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다.) 직접 가사를 쓰고 랩까지 하며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것은 대중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를 명확히 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마티 슈프림’의 홍보가 된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다.
티모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절대 숨기지 않는다. 무랴 트래비스 스캇의 전 애인인 카일리 제너를 여자친구로 두고 오스카상을 타지 못해 아쉬웠다고 질릴 정도로 얘기한다. 그의 야망은 여실히 와닿는다.
‘마티 슈프림’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도 일맥상통이다. 탁구 불모지에서 자신감과 실력만으로 정상에 오르려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가 저 두 가지를 누구보다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티모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