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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게 더 빠를까? 너의 세상이 가라앉는게 더 빠를까?

 

아니면, 우리가 사라지는게 더 빠를까.

 

세상은 언제나 여린 사람에게 잔혹하다.

 

<소년시절의 너>는 그 사실을, 피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잔안한 현실의 굴레 속에서 서로를 안간힘으로 부여잡은 두 청춘의 이야기이자, 폭력과 구원의 경계 위에 놓인 순수한의 기록이다. ‘첸니엔’과 ‘베이’는 사회의 반대편에 서 있다. 첸니엔은 모범생이지만 세상의 기준 안에 자신을 구겨 넣으며 살아가고 베이는 사회로부터 낙오된 그림자 속에서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둘의 삶은 한 소녀의 죽음 이후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학교 폭력과 방관, 폭력, 멸시 - 이 모든 뒤틀림 속에 놓여진 그들을 영화는 외면하지 않는다.

 

한 소녀의 목숨이 끊어진 후 그 모든 비난은 첸니엔에게 향하게 된다. 어째서 쏟아지는 빛을 견디지 못했는지, 어째서 이 잔인한 흐름은 돌고 도는건지. 그 물음은 그 어디에도 전해지지 못했지만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첸니엔의 부서진 세상의 틈, 그 사이로 베이가 들어왔다는 것.

 

어쩌면 사회를 등진 사랑이 더 아름답지는 않을까?

 

세상을 외면한 그들의 세계에는 빛도, 그림자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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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는 첸니엔이 잃어버린 세계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의 삶에는 교실도, 시험도 보호자도 없었지만 언제나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고 맞서 싸우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흙투성이인 그들은 서로의 결핍을 바라보며, 서로의 상처를 직면한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명대사들이 등장한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넌 계속 걸어, 네 바로 뒤에 내가 있을게

/ 뒤에서 뭐 할 건데?

/ 아무것도 안 해”

“하수구에서 살아도 별은 볼 수 있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그 무엇보다 절박하고 진실된 말들을 주고 받는 그들의 관계는 낭만적인 사랑이라기보다 구원에 가깝다. 볼품없고 비굴한 삶에서도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서로 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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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중 하나는 첸니엔이 베이에게 “언젠가는 햇빛 아래에서 만날 수 있을까?”라고 건네는 장면이다. 그들은 언제나 어둠속에 있었지만 함께일때 가장 행복했으며 하수구같은 현실에 살아도 가장 빛나는 별을 꿈꿀 수 있다는 건 세상 속에 자신을 다시 존재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영화가 후반부로 전개될 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슬프도록 시립고 아름답게 뒤집힌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들을 보며 어찌 저리 잔혹하게 이까짓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스려질 수 있는지 그렇게 애처로운 사랑을 지속하는 아름다움을 이제는 느낀다. 서로 다른 길로 떠나는 갈림길에서 베이는 “’만약에’라는건 없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만약에’는 싫어.” 라는 말을 남기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과거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처이자, 서로를 지탱하는 유일한 온기였을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만약에’라는 말은 어쩌면 후회보다 잔인한 상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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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는 단순한 성장 서사나 청춘 로맨스가 아니다. 이 영화는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답한다. 완전한 구원은 없지만,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사람은 버텨낼 수 있다고.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두 사람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의 이야기는 폭력과 억압을 이겨낸 모든 청춘의 이야기였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었던 내 마음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첸니엔이었고, 때로는 샤오베이였다. 상처를 주거나, 받거나, 혹은 그저 지켜보았던 사람. 〈소년시절의 너〉는 그런 우리에게 말한다.

 

“하수구에서 살아도 별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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