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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의 풍경: 늘 생각하라, 뭔지 모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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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미술관에서 2025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되었던 특별 기획전 [심상의 풍경]은 김환기의 뉴욕시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담은 전시이다. 김환기가 마지막까지 예술의 혼을 불사른 뉴욕에서 다양한 감정들 생각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나갔다. [심상의 풍경]에서는 김환기의 추상작품과 그릴 당시 작가의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인 김환기의 어문을 적극 활용하고 작품과 함께 전시의 맥을 삼고자 하였다고 한다.(출처 : 환기미술관 팸플릿) 그래서 그가 뉴욕에서 일기에 적어 두었던 생각들을, 그가 그린 그림과 함께 짧은 글로 느껴볼 수 있다.


김환기는 삶에서 느끼고 마주했던 생각들을 순수한 조형 요소인 ‘점, 선, 면, 색’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그의 어문이 더해지며, 추상적인 작품들이 보다 온전히 느껴진다. 환기 미술관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폰을 내려놓고 작품들에 푹 파묻혀 감상해 보면 더없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통해 그를 먼저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또한 휴대폰의 작은 화면이나 작품집으로 감상해 왔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들의 압도적인 크기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그가 ‘슬프다’고 적어 놓으면, 한눈에 담기조차 힘든 작품이 너무 슬퍼 보였고, 음악 이야기가 작품 아래 적혀 있으면 커다란 작품 속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느 날 수화는 새 가지 빛깔의 점으로 음악 같은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친구한테 편지도 썼다. 녹색, 홍색, 청색의 동그란 점들이 위에 한 줄, 다음은 분홍색, 진달래 빛 점들이 하나 가득, 맨 아래 두 줄만 점들을 또 한 번 엷은 분홍으로 둘러 쌓았다. 전체는 분홍빛 그림이다.


김향안, 1990

 

 

본관, 별관, 달관으로 구성된 환기 미술관에서 [심상의 풍경]은 본관 3층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예술적인 공간이 작품 감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의 생각이 한 문장씩, 벽의 세 면에 띄엄띄엄 적혀 있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 그의 문장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눈물이 차올랐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감정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작품들이 더 깊숙이 마음에 닿는다. 그가 아내인 ‘향안’에게 썼던 편지들, 죽기 전 작품을 그리며 남긴 글들은 아플 때는 아프게, 사랑이 가득할 때는 애틋하게, 진하게 느껴졌다.

 

 

향안, 걱정 말아요. 나 아주 명랑해요.

나 갈수록 좋은 그림 그릴 자신 있어요.

 

 

세월은 가도 생각은 싱싱하니 폭포처럼 쏟아지는 마음이여, 너나 알고 나나 알지.

 

 

그리고, 굉장히 커다란 #322(작품번호) 작품 하단에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그의 말을 따라 읽다 보니, 내 마음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파란빛을 내는 그 작품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다.

 

 

저녁 깜깜해서야 #322를 끝내다. 이렇게 고달플 수가 없다.

어디고 더럽지 않은 인간사회에 가서 살 대가 없을까.

 

 

2층에서 3층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김환기가 작고한 후 향안이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이 있다. 유리와 그의 작품을 활용한 작업인데, 빛이 잘 들어오는 날이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작품 아래에 적힌 설명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과한다. 그들의 사랑이 더없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의 게으름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여주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


김향안, 1992

 

 

3층 꼭대기에 다다를 즈음,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던 탓인지 숨이 가빠 오는 경험을 했다.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예술 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존경한다. 예술가를 알게 되면 함부로 사랑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 자신의 일부를 꺼내 보이는 예술가들은 그들이 남기고 싶은 생각과 감정, 그 이상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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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빈 손으로 나와서 빈 손으로 돌아간다. 다만, 사람이 남긴 창조의 일만이 이 세상의 자연처럼 하늘과 바다와 지구가 더불어 남는 것이 아닐까." _김환기




성심


 

성심(1957) - 1957년 파리 체류 시절, 모친의 작고 소식을 머나먼 타국에서 접한 뒤 종일 흐느끼며 그린 유화작품

 

1950년대 후반부터 김환기는 ‘하트’에 집중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그렸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성심]이다. 작품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그 그림을 그린 이유를 알고 난 뒤에는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와는 맞지 않아 직접 볼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었다.


그가 그린 하트 중 가장 슬픈 하트.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했을 그가, 어머니의 작고 소식을 접하고 그 힘든 마음을 하루 종일 흐느끼며 [성심]으로 그려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늘 생각하라, 뭔지 모르는 것을."

 

김환기의 이 문장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나를 따라왔다.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그래서 더 붙잡고 싶었던 마음들.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을 보고, 문장을 읽고,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2025년 12월 31일에 전시에 간 탓에, 혹여 이 글을 보고 [심상의 풍경]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을 누군가에게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주제로 전시될 다음 전시를 기대해보고, [성심] 작품도 함께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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