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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막 한복판에서 끝까지 관객을 밀어붙이는 - 시라트 [영화]

사막의 레이브에서 지뢰밭까지

by 정선민 에디터
2026.01.02 08:25

 

 

런칭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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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YNOPSIS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

그곳에서 루이스는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곧 그 길은 신의 심판대로 이어지는데...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었다. 영화제 일정 중 제일 첫번째로 관람한 영화기도 하고, 영화 자체의 내용이 너무 강렬해서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이번에 롯데시네마 광음시네마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영화는 사운드로 한 번 더 체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관람하기로 마음 먹었다.

 

영화는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로 시작된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테크노 음악, 음악에 몸을 맡긴 수많은 사람들. 그 한복판에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온 루이스와 아들 에스테반이다. 레이브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집을 떠난 딸을 찾기 위해 루이스 부자는 몇개월째 사막을 배회하고 있었다. 실종전단을 나눠주며 딸을 찾는 와중에 군인들이 비상사태를 언급하며 파티를 해산시키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영화는 사막 바깥 세상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인물들과 함께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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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찾아야하는 루이스는 군인들의 눈을 피해 다른 파티로 향하는 자드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기름을 구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받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기도 한다. 마치 이 여정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던 순간,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군대를 피해 더 가파른 산길로 들어가던 중, 일행들은 차 수리를 위해 잠시 멈춘다. 에스테반은 반려견 피파와 밖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루이스는 혹시 위험할까 봐 에스테반에게 차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잠깐, 그 찰나의 순간에 루이스의 차 브레이크가 풀린다. 차는 그대로 후진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에스테반과 피파에게 기적은 없었다.

 

영화를 처음 보던 날, 이 장면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데 사운드 효과나 슬로우 같은 영화적 효과 없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강아지와 함께 장난치던 아이가 이젠 없다는게 믿기지 않기도 했다. 아들을 보호하려던 아버지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유난히 더 잔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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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전개는 더욱 무자비하다. 도움을 구하려던 일행은 사막 한복판에서 스피커를 앰프에 연결해 음악을 틀기로 결심한다. 누군가는 이 소리를 듣고 우리를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미약한 기대로 재생된 음악은 그들만의 작은 레이브 파티로 이어졌다. 하지만 춤을 추던 자드가 지뢰를 밟고, 그를 향해 달려가던 토냉마저 지뢰를 밟아 죽는다. 영화는 잔인하게 단 몇 초 만에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제야 남은 인물들은 자신들이 지뢰밭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인물들이, 자유를 찾아 떠난 사막이란 공간에서 갇혀버린 것이다.


아랍어로 ‘시라트’는 최후의 심판 날, 모든 사람이 건너야 하는 지옥 위의 다리를 뜻한다. 이 의미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은 지뢰밭 장면 이후다. 루이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뢰밭을 걸어 나간다. 그는 무사히 건너지만, 뒤따르던 동료는 곧바로 지뢰를 밟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만 허락된 통과였던 걸까. 심지어 루이스는 전날 죽은 자드와 토냉의 시신을 지뢰밭 한가운데에서 직접 수습해 묻어주기까지 했었다.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걸었다”고 답한다. 이 대답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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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올리베르 락세는 이 영화를 특정한 장소로 보이기보다는, 누구나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풍경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사막은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명확한 설명 없이 흘러간다. 사막에서 레이브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역시 이상화된 인물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그걸 버텨내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마약과 음악, 춤은 그들이 고통을 피하려는 도구이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 일어서기 위한 방식처럼 보인다. 이 영화가 죽음을 다루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삶’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는, 그런 인물들의 태도 때문인 것 같았다.


광음시네마에서 다시 본 <시라트>는 여전히 감당하기 쉽지 않은 영화였다. 하지만 그 충격은 자극적인 장면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끝까지 관객을 밀어붙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체험은 이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게 만든다. 그래서 <시라트>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시네마틱 경험으로 남는지, 이번 관람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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