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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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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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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곳에 글을 기고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렵다. 개인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데 들이는 시간이 긴 편으로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조금만 집중하면 한 페이지쯤은 그냥 해치울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요즘은 챗GPT가 그 속도에 가속을 붙여 넘볼 수준도 못 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그냥 그 유명한 인공지능 대필 작가에게 이 글을 맡기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또 무시 못 할 자존심이란 게 매번 채팅창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내가 작성하는 스타일대로 이 주제에 대해 3페이지 분량의 아티클을 작성해 줘.’란 말은 상상으로만 끝난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쓰다 보면 어느새 세 페이지를 빼곡하게 적는 데 다섯 시간은 기본이다. 하여튼 글 쓰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의 제목이 반가웠다. 대체 작가들은 글을 어떻게 쓰는 걸까. 그리고 그 글로 어떻게 먹고사는 걸까. 알고 보니 이 속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유명한 루틴이 그대로 들어있는 건 아닐까. 이 사람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규칙으로 가득한 하루를 살고 오후 9시에 잠이 드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잡다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을 읽어보니 다행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보다 더 실천할 수 있을 법한 팁들이 이 책 속에 많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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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저자 임승수 작가의 경험이 빼곡히 압축된 책이다. 보통 작가 사인회나 인터뷰를 가면 하게 되는 독자와의 Q&A를 엿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웬만한 독자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행위에 대해 가지는 의문을 거의 해결해 준다는 뜻이다. 그 범위가 겉으로 보여지는 집필 방식에서부터 책으로 수익을 얻는 적나라한 부분까지 아주 광범위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흔히들 작가에게 제일 많이 묻는 질문 중 단연 1위는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일 것이다. 글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안다. 노트를 펴고 연필을 잡거나 워드를 키고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는다고 해서 글자가 줄줄줄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글을 쓸 때 필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글을 쓸 수 있는 환경과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하드웨어로 인해 출력될 수 있는 콘텐츠, 글감이다.

 

대부분은 이 ‘글감’이나 ‘영감’을 찾아 헤매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들인다. 둘러보면 모든 것이 소재라고는 하나, 글로 승화할 만한, 그러니까 활자로 의미를 표출할 수 있는 그런 ‘삘’을 주는 소재는 많지 않다. 임승수 작가는 그래서 필요한 게 ‘경험’이라고 말한다.

 

몇몇 드라마 클립을 보다 보면 꼭 이런 댓글이 달린다. ‘등장인물의 지능은 작가의 지능을 넘지 못한다.’ 드라마 속 장면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장면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러면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웃음만 주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경험이 부족한 글은 그렇게 된다.

 

그래서 대개 작가들은 본인의 의도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직접 취재를 한다. 그게 어떤 장르이든 상관없이 나가서 새로운 카페에 가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작가들은 하나하나 경험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빼곡히 기억하고 저장해 두면, 당장 쓰이지 못해도 미래를 위한 글감이 되는 것이다.

 

 

자,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가? 치열하게 고민하라. 그리고 정처 없이 걸어라.

 

취득 확률 40퍼센트 상승을 보장한다. 이것이야말로 나만의 파랑새를 잡는 비법이다.

 

- 임승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54p.

 

 

임승수 작가는 이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과정을 ‘살아내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그만큼 평평하고 납작한 글밖에 쓸 수 없다. 그러니 나가서 걸어라, 움직여라, 행동해라, 라고 말한다.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방법인데도 이렇게 다른 사람을 통해 조언으로 듣는 건 또 느낌이 다르다. 아, 그게 맞구나. 그렇게 해야지. 싶은 느낌. 뭔가 검증된 것만도 같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이후에는 이렇게 시작된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이 넘쳐난다. 기본적인 가독성을 갖추는 법부터 긴 호흡의 글을 쓰는 법까지 글의 의도를 달성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다.

 

이 부분은 글을 쓰는 단계에서 유용하다. ‘왜 내가 쓴 글은 이상하지?’ 혹은 ‘내 글은 왜 이렇게 안 읽히지?’ 싶은 의문이 든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막상 뜯어보면 이 책이 짚어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접속사 하나만 바꿔도 글의 문맥이 달라지는데, 이 부분에서 강조하는 건 그런 것들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킬 것, 문장을 짧게 끊어 쓰는 연습을 할 것, 그리고 계속 입으로 읽어볼 것. 이것들만 몸에 익혀도 글이 몇 배는 매끄러워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유념하고 있었던 부분들인데, 신경 쓴 이후로는 확실히 이전보다 퇴고할 때 수정하는 부분이 줄어들었다. 특히 문장을 짧게 끊는 습관은 들이면 들일수록 좋다. 길게 문장을 쓰던 사람들은 문장을 나누는 순간 문맥이 탁 끊기는 느낌이 들어 어색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러나 이후에는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나누고 싶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야 독자도 편하고, 작가도 편하다.

 

제일 재밌게 봤던 후반부는 ‘그래서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방대한 글을 보기 좋게 가다듬어서 시장에 내놓는 모든 과정이 들어있었다. 소재부터 시작해서 책의 제목, 출판사와의 계약, 인세까지. 나름대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도 가감 없이 들어있어서 흥미롭게 본 부분이었다.

 

읽고 나니 책을 낸다는 개념이 조금은 가볍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렇게 꾸준히 나의 글을 쓰다 보면 어떤 형식으로든 나의 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게 또 어떻게 인생을 바꿔 놓을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또 하나의 평행 세계가 열린 듯했다.

 

그러려면 또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었다. 책 속에 나온 작가처럼 꾸준히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글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아무도 나의 글을 알아주지 않는다.

 

사실 나기를 소심하게 태어난 사람으로서는 어디에 뭘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굉장한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뭐 하나 편하게 올릴 수 없었다. 남들은 다 ‘그냥 하는 거지, 뭐.’하고 올리는데도 말이다. 나름대로는 그런 벽을 부숴보겠다고 신청한 게 이 에디터 활동이었다. 그마저도 스스로의 글이 답답하고 부족해 보일 때가 많아 자주 고민하곤 했다.

 

그래도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한다. 책을 쓰고 싶은가, 그럼 두드려라. 그래야 세상이 알아준다. 그리고 두렵더라도 괜찮다. 책은 작가만 만드는 게 아니다. 수많은 편집자와 제작자가 힘을 모아 만든다. 만들다 실패하더라도 그것만의 경험이 쌓이는 것이므로 괜찮다. 세상을 넓고 다양하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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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임승수 작가는 책이란 글감을 책으로 승화시켜 다시 한번 독자와 만났다. 이 만남은 상당히 유쾌하고, 솔직하고, 뭐 굳이 더 덧붙일 필요 없이 재밌었다. 햇살 좋은 날 나무 향 가득한 북카페에서 솔직담백한 커피챗을 나눈 기분이었다.

 

다만 책을 읽어도 여전히 글 쓰는 건 어렵다. 몇 번을 써도 매번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가이드북 한 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이 어려움 속에서도 나의 무엇이 책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니 말이다. 지금 이 시간이 쌓이면 먼 훗날에는 어쩌면 정말 소소한 나만의 한 권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재밌는 상상을 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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