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위로곡, DAY6 ‘HAPPY’ [음악]

내가 행복해질 수 있냐고 묻는 모든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24.09.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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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리고 위태로울수록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깨를 기댈 어딘가를 찾게 된다. 그건 또 다른 누군가의 어깨가 될 수도 있고, 본인이 사랑을 쏟은 애정품이 될 수도 있다. 단단하면서도 포근해 눈물 정도는 티도 안 나게 묻어줄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손에 쥐지 못해도, 품에 꼭 껴안지는 못해도 귓가에 꼭 끼운 이어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또 다른 든든한 도피처가 되어 준다.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한국에서 희망보다 씁쓸함을 노래하는 게 되려 더 위로가 되기 시작했던 것은. 허무맹랑한 기적 실화보다는 그저 한 뼘, 한 발, 한 치의 웃음이 쌓여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게 요즘 사람들의 진심이다. 그렇게 다시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날이 왔으면 하는 듯하다. 냉소주의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희망을 노래하는 곳에 저절로 마음이 끌리는 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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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차에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국내 밴드 DAY6가 올해 3월에 발매한 ‘HAPPY’라는 곡이 지금 다시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일 듯싶다. 물론 최근에 컴백해 팬덤의 화력이 붙은 것도 있지만, 타이틀곡도 아닌 수록곡이 이렇게 대중의 선택을 받아 높은 순위에 자리한 것은 분명 팬덤 이외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매력,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 어렵다는 대중픽을 받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맴돌고 있는 걸까.

 

 

 

 

제목과 멜로디만 행복한 노래. 나는 ‘HAPPY’를 그렇게 부른다. 모순적이라서 재밌는 노래라고. 막상 가사를 뜯어보면 어디 하나 확실하게 행복한 구석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만이 가득하다.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그런 의문이. 이게 과연 위안이 될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 곡이 놀랍게도 지금 이 시점에서 제일 효과적인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 DAY6 'HAPPY'

 

 

다시 음악씬에서 살아나고 있는 격동적인 밴드 사운드와 청량한 음색의 보컬은 언제나 듣기 좋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삿말을 들려줄 것만 같은 목소리로 귓가에 들려주는 건 어째 익숙한 한탄이다. 내가 믿었던 것들이 바뀌고 확신이 없어지는 세계, 그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내 심정을 그대로 담은 한탄 말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 걱정은 매일 어깨를 무겁게만 하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그런 하루들 사이에서 내 앞가림하기에도 바쁜데 매번 터지는 사건사고들은 더욱 사회에 피로를 더한다.

 

그런 의미에서 ‘HAPPY’라는 노래는 듣는 청자 그 자체가 된다. ‘네가 있어 힘이 돼’가 아니라 ‘나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를 고민하는 그 마음을 대신 토로해 준다. 거기서 오는 위안은 내가 생각하던 게 이거야, 싶은 통쾌함과 함께 메마른 마음에 쭉 밀려온다.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So help me

주저앉고 있어요

눈물 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요

Tell me it's okay to be happy

 

- DAY6 'HAPPY'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가 왜 택이에게 소중하고 큰 힘이 되는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이 있다. 바로 택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덕선이가 해준 것인데, 어린 나이에 천재, 영재니 하는 소리들 아래 어마어마한 중압감을 버티며 커온 택이에게 필요했던 한마디는 ‘힘내’가 아니라 ‘져도 돼’였다. 그만큼 힘들고 부담이 가는 상황은 그걸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네가 걱정하는 그 상황이 되어도 괜찮다고 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이 노래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그 말과도 같은 존재다.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주고, 또 대신 말해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속 시원하고 가슴 아린 곡이 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알고리즘엔 잘된 사람만

수도 없이 뜨네요

뭐 이대로 계속해서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저런 날이 올까요

...

그냥 쉽게 쉽게 살고 싶은데

내 하루하루는 왜 이리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건데

 

- DAY6 'HAPPY'

 

 

더 나아가자면 이 노래는 위로를 넘어서 극단적으로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저런 날이 올까요’. 현실 뒤에 가려진 뼈저린 나의 진심을 다른 이가 본인도 그렇다며 그대로 말해줄 때 오는 위안이란 거대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가 지워주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생각보다 크니까.

 

더불어 옆에서 그 말을 속삭여 주는 이들은 허무하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약간의 희망이 내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가. 스스로 이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그 속삭임으로 인해 내가 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저런 날’이 오기까지 살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 노래는 지금 상황은 이렇지만 결국 지향하는 점이 확실한 행복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스토리를 가진다. 노래는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끝나지만 이 노래 가사를 다른 말로 하자면, ‘제발 행복해지세요’다. 내가 당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있고,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듣고 어떻게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따뜻한 한마디가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고, 불안감만 가득 차 행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감에 있어서 작은 동기와 나에게 공감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이런 짧은 3분짜리 노래여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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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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