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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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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것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는 언제나 비율이 있다. 자세히 찾아보아야 알 수 있는 네잎클로버 같은 사소한 애정부터 매일 같이 생각나 스스로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행복까지. 우리는 아주 다양한 비율로 다양한 것들을 사랑한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애정은 무한하더라도 그 애정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마음에 품은 모든 것들을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하고, 한 부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일부분이 되어있을 정도로 깊이 마음에 담아두는 것들이 생긴다. 제일 커다란 사랑, 제일 커다란 마음을 줄 수 있는 대상 말이다. 그건 대개 '최애'라고 일컬어진다.

   

원래 '최애'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사용하던 단어로 그룹 내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분야와 대상에 구애받지 않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게임, 또 누군가에게는 스포츠팀이 될 수도 있다. 그 작은 마음들이 점점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에 나의 ‘최애’를 널리 외치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그런 순간을 포착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말 운명적으로 그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나의 ‘최애’를 알리고 자랑할 것인가. Pixid 채널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최애의 최애'는 그 기회를 제공한다.

 

 

[크기변환][ENG_JPN] 케이팝 고인물 오타쿠가 여자 배구 덕질하는 법 _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_ 세븐틴 승관 _ 최애의 최애 1-0 screenshot.png

 

 

동아리 홍보를 컨셉으로 잡은 ‘최애의 최애’에서는 매 화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의 최애를 소개하고 자랑하며 아낌없이 본인의 애정을 드러낸다. 포맷도, 진행도 과하지 않으면서 소소하니 자연스러워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콘텐츠였다. 덕분에 Youtube 콘텐츠 과포화 시장에서 ‘최애의 최애’는 나름대로 상당수의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알짜 콘텐츠로 자리 잡는 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시즌 2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이 자랑도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법. 유일한 청취자 롤인 메인 MC는 TXT의 수빈이 맡았다. ‘최애의 최애’를 시청하면서 느낀 바로는 콘텐츠의 흥행에서 수빈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리액션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그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호기심이 많아 다채로운 질문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왜 수빈은 이 콘텐츠의 호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캐스팅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고려 요소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그는 아주 유명한 '카라'의 팬, 카밀리아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빈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을 누구보다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더불어 실제로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으니, ‘최애’라는 개념에 대해 누구보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빈은 언제나 교실 맨 앞에 앉아 자신의 애정을 토해내는 게스트들을 향해 공감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크기변환][ENG_JPN] 게임할 때 이런 닉네임 무조건 피하세요! (___ 살인귀최범규) _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_ DAY6 영케이(Young K) _ 최애의 최애 5-21 screenshot.png

 

[크기변환][ENG_JPN] 케이팝 고인물 오타쿠가 여자 배구 덕질하는 법 _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_ 세븐틴 승관 _ 최애의 최애 4-12 screenshot (1).png

 

 

그렇게 지금까지 이 곳에서는 수많은 ‘최애’들이 등장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부터 팬이 많기로 유명한 장르인 해리포터, 야채 곱창과 라면, 두리안같은 음식류도 있었고 프로 야구단과 여자 배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랑하는 게스트들은 그 누구보다 열정에 찬 몸짓과 눈빛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애정에 찬 목소리를 냈다. 육하원칙에 버금가는 다양한 정보들은 물론이고 묻는 질문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도 더한 정보들을 술술 늘어놨다. 그 순간만큼 그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자 프로였다.

 

몇몇 ‘최애’들은 나 또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이 콘텐츠를 볼 때마다 다음, 그리고 그다음이 기대됐다. 이번에는 어떤 색다른 최애가 등장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저 좋아한다는 감정을 끊임없이 토로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좋았다.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앞뒤 잴 것도 없이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음에서 오는 순수함이 엿보였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단순한 과정이다. 게스트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한다, 호스트가 반응한다. 이 과정이 콘텐츠를 이루는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 과정에 몰입하고 흥미를 느끼며 공감을 형성한다. 그게 단순히 게스트 자체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는 것쯤은 댓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체 좋아하는 것을 소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줄까. 왜 이렇게나 단순하면서도 놀라운 고양감을 줄까.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 소개를 듣는 청자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달할까.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몇 번의 고민을 거쳐 내린 추측들은 참 단순하면서도 어려웠다.

 

먼저 스스로가 느끼는 애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기쁘고 들뜬 마음을 선사하는 것이 크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미 스스로는 그 마음을 오롯이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의 ‘최애’를 떠올리는 순간 좋아지는 기분은 아마 마음대로 주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그 감정을 타인이 알아준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보통 어떤 감정을 내면에 오롯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 꺼내어 연결할 때, 그 감정은 굉장히 극대화된다.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들 하는데 그것과 비슷한 원리이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꺼내놓는 것,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순간일 것이다.

 

이건 보는 이에게도 해당하는 부분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보여주면서 기분 좋은 웃음과 들뜬 에너지를 보이는 상대를 보며 기분이 나쁠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덩달아 즐거운 마음을 나눠 갖기 마련이다. 가끔은 그 ‘최애’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애정을 담아 무수한 설명을 펼쳤을 때, 아주 사소한 부분 하나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오는 순간에는 시원한 희열이 찾아온다. 나의 애정과 노력, 지나온 시간이 ‘그럴 만했다’는 정당성을 부여받는 순간이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감이다. ‘최애’가 무엇인지를 떠나 공감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연결되고 안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본인이 가진 무형의 애정을 되돌아보고, 느꼈던 소중함을 재정립한다. 조금 더 명확한 감정과 이름으로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이유가 없어도 그 존재와 과정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다시 사랑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최애’는 언제나 그럴만한 힘을 준다. 그래서 나의 ‘최애’가 된 것이니까 말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최애는 무엇입니까. 왜 그렇게나 좋아합니까. 묻는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답해야 할까. 아마 중간중간 횡설수설할 수도 있고,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목조목 나의 애정을 뜯어보다 보면 조그마한 이유를 찾아 나를 조금 더 알아갈 수도 있다. 애정의 이유를 도무지 찾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내가 이만큼이나 이유 없는 사랑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놀랄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조금 어리숙하더라도 세상과 취향을 공유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똑같다. 그러니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생겼다면 스리슬쩍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여줘 보면 어떨까. 마치 ‘최애의 최애’의 게스트들처럼, 천천히 나의 애정을 돌아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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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쿠짱
누군가에, 무언가에 푹 빠져있으면 부끄러워하기 마련인 게 아직 문제인데, '최애의 최애'는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자랑스레 여길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우리 MC 최수빈 Good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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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2 19:26:5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