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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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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는 <주토피아 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간 연대와 화합을 말하는 예술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갈수록 분열하고, 상대를 이김으로써 내가 살아남는 방식을 택한 사회에 반기를 들 듯 어딘가에선 그런 나직하고 강한 음성을 내뱉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질문에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켄 로치는 영화 <나의 올드오크>를 통해, 카뮈는 <페스트>에서 연대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린 북>은 인종 간의 화합을, <엘리멘탈>은 이민자 서사에 더해 서로 다른 원소간의 화합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최근 개봉해 올겨울 최고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주토피아 2>는 이 모든 주제를 아우르며 열심히 세상을 구하고 있다.


첫 편이 너무 성공하고 나면 속편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기지 못하고 기대감에 비례하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지만, <주토피아 2>는 다르다. 1편에서 찬찬히 다진 세계관과 닉-주디의 관계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2편에서는 더욱 사려깊고 따뜻한 주제와 가족 영화의 측면을 추가해 한층 더 풍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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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 모두 전형적인 영웅서사의 플롯을 택하고 있다. 선하고 무해한 주인공이 오해와 배신, 갖가지 음모에도 불구하고 악당을 물리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단 흔한 이야기지만 왜 우리는 그토록 이 영화에 마음이 동할까.

 

 

 

< Zootopia > 


 

<주토피아>는 우리가 오해했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주토피아가 포식자와 피식자의 간극을 극복하고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믿었지만, 아직 동물들의 의식 속엔 편견이 남아있다. 대형 동물들은 강력하며 그들의 포식자 DNA엔 야생 본능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단 생각, 토끼 같은 초식 동물들은 진짜 경찰이 될 수 없단 생각이 만연하다. 주디는 사건도 해결하고, 범인도 잡겠단 포부로 그 힘든 관문을 통과하며 경찰이 되었지만 토끼란 이유로 주차 딱지를 끊는 신세다. 역설적으로 이런 주디도 포식자였던 동물들이 무서워 여우 퇴치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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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에선 실종된 오터튼을 찾는 과정에서 몇몇 포식자가 야수로 변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가 포식자의 본능 탓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기피했지만 사실 벨웨더 시장, 즉 초식 동물의 대표 격인 양이 독성 물질을 통해 육식동물들을 야수화시켜 주토피아에서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몄던 것이다. 이후 사건을 해결한 주디는 진정한 경찰로서 인정받았고,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은 편견과 차별을 극복했고, 주토피아는 모든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 Zootopia 2 >


 

반면 <주토피아 2>는 소외되었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첫 편에서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었던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은 그래도 공존하던 존재들로, 서로의 인식 범주 내에 있다. 하지만 속편에서 새로 조명하는 파충류는 ‘주토피아에 발도 들일 수 없는 존재’, ‘사라진 지 오랜 존재’다. 뱀과 같은 파충류는 기후 장벽이 생기기도 전에 쫓겨나 주토피아 내의 동물들에겐 인식의 범주 바깥에 위치한 동물이다.


주디는 수사 과정 중 뱀의 껍질을 발견하고 기후 장벽 일지의 탈환을 예상해 살모사인 게리를 쫓아간다. 알고 보니 게리는 누구도 공격할 의도 없이 본인들의 것, 자신의 가족이 주토피아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그 일지만을 되찾으려 했다. 진실은 게리의 증조할머니가 오래 전 모든 동물들이 모든 기후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기후 장벽을 발명했고, 특허증을 받았단 것이다. 이를 탐낸 링슬리 가문이 그 특허증을 찢고 자신의 특허로 위조하며, 그 장면을 목격한 거북을 죽여 게리의 증조할머니에게 살해 누명을 씌우면서까지 장벽 일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툰드라 타운을 만들어 추위에 취약한 모든 뱀과 파충류를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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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리를 도와주려던 주디는 파충류의 조력자로 몰려 지명 수배 되고, 링슬리 가문의 사주를 받은 경찰들을 피해 열심히 도망 다닌다. 설상가상으로 링슬리 가문의 배신자이자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포버트가 돌변해 게리와 주디를 위협한다. 이때 약을 맞고 쓰러져가는 주디를 살린 건 추운 눈밭에 내던져진 게리의 체온이었다. 가장 나약해진 순간에 게리는 우리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말과 함께 'permission to hug?'를 읊조리며 가장 친한 온혈 동물이 된 주디를 껴안아 준다. 포박 대신 포옹으로.


이 영화는 이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인정할 때 그 존재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한지도 보여준다. 단독 생활이 익숙하다던 여우는 사실 무리에 속하고 싶었다. 무리하게 영웅이 되려한 토끼는 사실 차별과 편견에 상처받아서였다. 그리고 그 연약함은 결국 사랑으로 보듬어진다. 가장 추운 순간에 서로를 구한 건 다름 아닌 작은 온기다.


첫 편에서 세상을 구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다면, 속편에선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구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다르고 싶지 않아 애써 공통점을 만들어보려 한 포버트는 실패했고, 다양성을 직시하고 차이점을 인정하며 서로를 포용하려 한 동물들은 같이 잘살게 되었다. 파충류를 싫어했던 여우는 한쪽 이빨이 빠진 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뱀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기후 장벽을 만들었었다. 소외된 존재들을 찾아내 사랑으로 하나 되려 'zoogether'을 외치는 이곳이 내겐 더 유토피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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