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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해 왔을까.

   

떠오르는 신예 배우 마리아는 어느 날, 유망한 이탈리아 감독의 눈에 띄어 할리우드 스타 말론 브란도와 함께 새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된다.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듯했던 순간 그 선택은 곧 악몽이 된다. 그 영화는 바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슈나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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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실제 프랑스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녀는 19세의 나이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라는 작품에 캐스팅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대본에 없던 장면 속에서 겪은 굴욕과 폭력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대표작으로 빈 아파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중년의 미국인 남성 ‘폴’과 젊은 여성 ‘잔느’가 서로의 정체도 모른 채 충동적이고 격렬하게 사랑에 빠져드는 내용을 그렸다. 적나라하고 높은 수위에 대한 논란에도 1974년 제46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1976년 이탈리아 대법원으로부터 외설죄로 상영 금지 및 상영본 폐기, 5년간 시민권 박탈과 집행 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이탈리아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도 상영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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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논란이 되었던 지점은 ‘버터 씬’으로 상징되는 장면이다. 2025년인 지금 영화의 제목을 검색창에 쳐도 자동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자극적이고 어떤 면에선 충격적인 장면이다. 마리아 슈나이더가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느끼는 굴욕감을 담고 싶다는 이유로, 감독은 말론만 합의된 상태에서 이 장면을 즉흥적으로 촬영한다.


감독에게 그 장면은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를 지운 여주인공 ‘잔느’만 남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잔느’가 흘린 눈물은 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눈물이었다. 당시 그녀는 두 사람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섹스 심볼로 소비되면서 오랜 시간 약물 중독과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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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는 무엇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침묵해 왔을까.


영화는 처음부터 마리아의 삶을 찬찬히 따라 흘러간다. 15살 소녀인 그녀가 히스테릭한 엄마의 집에서 쫓겨나고, 이내 아버지를 따라 동경했던 배우계에 발을 담글 때까지. 그렇게 19살에 베르톨루치 감독을 만나고 그녀 인생의 첫 주연 영화를 찍게 될 때까지. 영화라는 이유로 합의되지 않은 폭력에 노출될 때까지. 그리고 서서히 그녀의 삶이 무너지고 망가져갈 때까지.


마약을 할 돈이 다 떨어져 한밤중에 삼촌의 집에 찾아왔던 마리아는 자신이 타고 왔던 오토바이를 도둑맞았다는걸 깨닫고, 화를 참지 못해 소란을 피운다. 이내 하나 둘 켜지는 아파트 불과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들에 그녀는 소리치고 이내 울부짖는다.


“보지 마, 보지 말라고!”


평생 그녀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놨던 상처는 그런 모습이었다.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는 쉽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암전. 그녀의 삶은 다시 흘러간다.


상처와 트라우마에 절망하다가도, 씩씩하게 맞서고, 또 다시 무너지던 그녀의 삶은 평생 무언가를 버텨내고 또 무언가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이었다. 고립과 중독의 시간을 지나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준 연인 ‘누르’를 만나며 잃어버린 존엄과 사랑을 되찾아가는 순간에도 그랬다.


착취와 트라우마, 중독의 고통, 그리고 삶. 담담하게 흘러가는 삶의 장면들은 이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상실과 공감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 한 사람의 삶을 이토록 생생하게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이토록 적나라한 생존자 앞에서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잔혹한 폭력의 죄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녀의 상처투성이였던 평생의 삶 그 자체가 근거이자 질문, 그리고 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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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떤 이름들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왔을까.


거장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불행한 여배우의 이름,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슈나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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