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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원히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 - 도어 넥스트 헤븐

불안하고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극

by 주영지 에디터
2025.11.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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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극을 볼 때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스토리’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무대 장치나 배우, 연출이나 극장이 될 수도 있고, 뮤지컬의 경우 넘버일 수도 있지만, 나는 늘 새로운 스토리를 좋아했다. 그래서 소극장 창작극을 좋아했고, 초연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도어 넥스트 헤븐>은 그런 나에게 맞춤형 극으로 느껴졌다.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나에게 ‘원하는 건 똑바로 봐야 돼, 그리고 너무 오래 맴돌면 안 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와닿았다. 꿈을 얘기하는 극 같기도 하고, 사랑을 얘기하는 극 같기도 하고, 거기에 ‘악마는 가장 사랑하는 얼굴을 하고 온다’니, 그 경계를 클리셰로 풀어낼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실제로 맛있는 클리셰를 끓여온 극, <도어 넥스트 헤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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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진행되는 오픈형 연극


 

<도어 넥스트 헤븐>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공연이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카페라는 점이다.

 

실제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는, 운영 중인 카페가 저녁에는 무대가 된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질 포인트이다. 그러다 보니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한 테이블에서 관객의 좌석과 배우의 공연이 함께 일어나기도 하는데, 호흡을 같이하는 수준의 거리감이다.

 

과거에도 카페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본 적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연극 <아, 가게는 열어두고 갈게요>였는데, 실제로 이 극이 펼쳐진 ‘이문동 커피집’이라는 카페는 거의 바(bar) 좌석밖에 없는 아주 협소한 공간이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더 생동감 있었고, 내 시야 바로 앞에서 극을 느낄 수 있었고, 배우의 연기에 더 동기화돼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극을 단발성이 아닌, 티켓 채널에서 판매하며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처음에 큰 흥미를 끌었다. 사실 요즘 이머시브 극의 형태도 새로 등장하며, ‘참여형 공연’의 형태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공연계의 움직임이 반갑기도 했다. 변수를 감수하고라도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며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식, 이 구성이 내밀한 속내를 이야기하는 <도어 넥스트 헤븐>의 스토리와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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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를 촘촘히 엮어 수미상관으로


 

원래 ‘클리셰’는 진부한 것을 뜻하곤 했다. 예측 가능하기에 참신함을 잃었다는 것을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 클리셰는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가? 먹히니까 클리셰다. 클래식이니까 클리셰다. 한식의 클리셰가 김치찌개인 것을 빗대어, 사람들은 알면서도 계속 보고 싶은 작품 ‘김치찌개 맛집’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이 극 역시 김치찌개 맛집, 클리셰를 듬뿍 담아 잘 말아온 작품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오는 악마, 내가 가장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를 제물로 내놓아야 하는 거래,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누군가, 서로 사랑하지만 신뢰할 수는 없는 관계…. 이 중 어느 하나 취향이 아닌 대목이 없다. 그리고 원래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은 이런 작품들만 계속 먹는 법이다.

   

 

“너, 후회했잖아.”

“너도 후회했잖아.”

 

 

극 후반부에 결국 모든 걸 깨닫고 솔직하게 말하는 둘은 이렇게 서로를 힐난한다. 서로 필요했고, 그래서 함께 깊어졌으나, 깊어진 관계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초래하고, 불안 때문에 평생을 반복하는. 너무 좋거나 너무 의지하게 되면 불안해지는 그 부분이 참 모순적인데 늘 존재한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그 감정을, 진부하지만 적절하게, 복잡하지만 명료하게 풀어낸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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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극 


 

극을 보고 꿈과 사랑과 믿음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진정 바라는 내 꿈, 진정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

 

누군가에게 그 꿈과 갈망의 대상은 내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곁에 있는 것 자체일 수도 있고, 나를 속박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랑은 뭘까? 사랑은 왜 변할까? 믿음은 왜 이렇게 힘이 없나. 왜 간절히 원할수록 이루어지지 않을까.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사랑일까, 아닐까.


나는 어떤 작품이든 뿌린 떡밥은 모두 회수하는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도어 넥스트 헤븐>은 결말까지 야무지게 떡밥을 회수한 작품이어서 좋았다. 갈망과 사랑 사이에서 불안정한 관계, 그리고 그 고리의 끊임없는 굴레.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저격하다 못해 그 취향을 빼다 박은 극, <도어 넥스트 헤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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