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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근처 소극장이 즐비한 거리에 공연장이 위치할 것으로 생각했다. 의외로 지도 어플은 구석지고 아주 조용한 골목의 한 카페를 가리켰다.

 

오후 8시 30분 공연이었기에 거리는 꽤 깜깜했는데, 멀리서부터 빛이 새어 나오는 카페를 발견했고, 그곳으로 향하자 아늑한 불이 반겨주는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야 카페를 활용한 아주 작은 공연장임이 실감 났다. 소극장보다 좁은 이곳에서 어떻게 극이 시작된다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좌석은 30석 남짓했고 공간 자체가 곧 이야기였으므로 관객은 관찰자 역할과 비슷했다.

 

더 생생하게 배우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장치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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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10분 전 착석을 하고 무대를 둘러보았다. 이날은 제목만 보고 작품을 선택한 날이었다. 시놉시스도 읽지 않았다. 아주 가끔은 그러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도어 넥스트 헤븐>을 천국으로 향하는 문쯤으로 해석했다. 늦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에 마음 따뜻한 어묵 국물 같은 이야기를 마실 수 있을까 기대했다.

 

카페 분위기도 고풍스럽고 꽤 아늑해 나의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내가 생각한 ‘도어 넥스트 헤븐’과 정반대 의미를 알게 되었다.


‘도어 넥스트 헤븐’이라는 빈티지 카페에는 스타 뮤지션을 꿈꾸는 카페 사장과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청년 둘이 함께하고 있었다. 사장은 거처에 정처 없는 청년을 돌보아주고 있었고, 청년은 사장에게 좋은 노래를 작곡해주며 공존하고 있었다.

 

문제는 공존이 아닌 서로 희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서로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천사와 악마’의 예시가 나온다. 천사의 노래를 듣고 감명받은 악마는 평생 천사에게 노래를 불러줄 것을 요구하고, 천사는 악마가 평생 자신의 곁에 있기를 바라는 거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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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에게 노래는 사랑이기도 했으며, 청년에게 사랑은 영원히 함께 해야만 하는 소유욕의 변질로 보였다. 둘은 ‘서로 바라는 영원’을 위해 싸우다 파국을 맞이한다. 우리가 바라는 영원은 영원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듯이.

 

빈첸의 Flying high with you라는 곡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영원한 건 없어도 평생이라는 건 있어."

 

각자 한 번씩은 영원을 바라며 평생을 채우고 싶은 욕심을 가질때가 있다. 잡으면 부서질지라도 잡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나는 과연 천사와 악마 어느 쪽에 존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연극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감정 변화였다. 스스로 감정을 무엇이라 단정짓지 못하고, 계속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슬퍼하다 분노하고, 측은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행복을 느끼다 두려움에 떤다. '가지면 불안하고, 멀어지면 무서운' 뒤섞인 감정들을 소용돌이치듯 계속 보여준다.

 

배우들은 동작 대신 주로 표정을 통해 이를 표현하는데,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1미터도 채 안 되다 보니 좋은 의미로 '숨 막힐 정도로' 자세히 관찰하며 그들의 감정에 이입되어 극을 따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 극에서는 조명의 쓰임이 아주 탁월해 감정 이입에 더욱 도움이 되었다.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느샌가 어두워진 조명이 배경을 날리고 인물만을 보여주어 시선을 그곳에 고정할 수 있었고, 현란하게 여러 색을 사용하기보다 분위기에 맞는 빨강, 주황 등 특정 조명색으로 변주를 주며 빠르게 분위기 전환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내심 좋았던 점은 구태여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생뚱맞게 말을 건다거나, 관객의 참여로 극을 이끌어 나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과 우리가 철저히 분리된 탓에 작품은 온전하게 완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도어 넥스트 헤븐. 천국을 향해 가고 싶던 욕심들의 끝이 결국 지옥을 맴돌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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