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리뷰] 지는 노을의 색으로 물든 어울림 - Color in Music Festival 2025 [공연]

가을과 잘 어울리는 페스티벌

by 박주은 에디터
2025.11.12 02:00

 

 

나는 페스티벌을 좋아한다. 팬들로 가득 찬 콘서트보다 삼삼오오 모인 일반 시민들과 함께 소통할 때 빛나는 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 셋리스트 내내 열광할 자신은 없지만 발매한 곡 중 몇몇 노래를 좋아하는 가수들을 만나기에도 페스티벌은 정말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크러쉬와 권진아, 그리고 이소라. 세 이름을 보고 냅다 표를 잡았다. 심지어 셋 중 두 가수의 연이은 무대라니! 이건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알고 보니 친구를 따라갔던 지난 콘서트에서 완전 호감이 된 가수 WOODZ와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또한 당일에 공연하는 것 아닌가?

 

기대치 않았던 횡재로 페스티벌 장소인 파라다이스 시티로 가는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KakaoTalk_20251112_015404566_01.png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모든 가수의 무대를 즐기지는 못했다. 티켓을 받고 페스티벌로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지 못해 권진아 씨의 무대를 놓쳤고, 해가 들어가자마자 날이 너무 추워져서 이찬혁 씨의 무대 중간에 후다닥 나왔다.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아, 역시 페스티벌이 좋아!

 

 

KakaoTalk_20251112_015454334_02.png

 

 

크러쉬라는 이름을 듣고 예매를 하면서도 한두 곡 이상을 따라 부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음. 그게 되더라. 줄줄이 따라 부르면서도 내가 참 신기했다. 돌아와 이 이야기를 하니 크러쉬 노래를 자주 듣는 자신의 영향이라며 언니가 나름(?) 자랑스러워했다.

 

제목은 몰라도 노래는 아는 무대가 꽤 되었기 때문에 아주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중간중간 들려주는 무대 에피소드나 본인의 이야기, 흔히 ‘멘트’라고 부르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크러쉬는 공연 자세가 굉장히 좋은 공연자였다.

 

 

KakaoTalk_20251112_015454334_03.jpg

 

 

기다렸던 우즈의 순서도 좋았다. 우즈의 모든 앨범은 아니지만, 이전 앨범인 COLORFUL TRAUMA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운이 좋게 마지막 콘서트를 함께했던 앨범이라 ‘난 너 없이’, ‘Dirt on My Leather’, ‘Ready to Fight’를 들을 수 있었다.

 

앨범보다도 라이브가 더 좋은 록 음악은 많지만, 그 모든 라이브가 ‘잘 부른’ 라이브는 아니다. 우즈는 드물게도 라이브를 ‘잘’하는 록 가수여서 좋다. 나중에 영상을 보아도 ‘내가 저 때 왜 저렇게 열광했지?’ 싶은 의문이 들지 않는, 신나는 무대였다.

 

유튜브로 처음 들었던 I'll Never Love Again이 마음에 쏙 들어 ‘이 곡을 불러주려나?’ 내심하고 있던 기대가 마지막 곡으로 등장해 행복했다. 아, 이거지!

 

 

KakaoTalk_20251112_015454334_01 (1).jpg

 

 

어느새 해가 들어가고, 춥고 출출한 몸을 이끌고 F & B 구역으로 향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만 가능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대부분 디지털 향유층이라 문제없이 굴러갔다.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대면 결제 및 현금 운용을 했다면 조금 더 포용적인 운영이었겠지만, 그만큼 운영 인력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으므로 얼추 이해하고 넘어갔다.

 

인천의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먹는 어묵과 닭꼬치가 너무 맛있었다. 아니, 분명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추웠을까? 어묵 국물이 없었다면 심한 감기에 걸렸을 것만 같다. 갑자기 어묵 국물을 들이켜는 F & B 구역의 사람들과 이 추위 속의 동지가 된 것만 같았다.

 

이찬혁의 노래는 F & B 구역에서부터 메인 무대 쪽으로 이동하며 들었다. 발걸음이 아닌 리듬을 타고 향했던 이찬혁의 리드미컬했던 무대 위엔 하얀 의상에 색소폰, 코러스 예술가들이, 무대 아래에는 이리저리 춤추는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갑자기 어딘가 처음 보는 곳으로 빨려 들어온 것만 같은 몰입감이 있었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조금만 더 듣다가 갈까, 발을 멈춰 기어코 한 곡을 더 듣고서야 발을 떼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무대였다.

 

놓친 무대들이 아쉬워도 슬프지 않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다른 페스티벌에서 만날 테니까.

 

처음 가보는 공연장, 오랜만의 쌀쌀한 날씨에 긴장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택시를 탄 동행객의 친절로 인천공항, 파라다이스 시티 안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비록 티켓 대기 중이었지만 권진아 씨의 노래를 엿들을 수 있었고(몰래 듣는 기분이어서 그랬을까, 굉장한 미성에 뭔가 비밀스러운 기분이었다), 나오는 길에 공연장 바깥에서 이찬혁 씨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아서 마음이 따듯해졌다.

 

페스티벌이라는 건 무대 하나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무대를 즐기러 오가는 길의 경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동선을 계획한 기획자와 현장을 지킨 실무자의 노력이 보였다. 셔틀버스를 더 자주 운영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음향 설비부터 아티스트 구성, 공간 구획까지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즐거웠다!

 

KakaoTalk_20251112_015404566.png

    

 

박주은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안녕하세요, 일상의 생기를 포착하는 글쓴이 박주은입니다.

박주은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Project 당신] 한 해를 가득 채운 뉴질랜드를 당신에게 [셀프 큐레이션]
  2. 02 [오피니언] 케이팝의 한계돌파 - 글로벌 시대의 과제 [문화 전반]
  3. 03 [리뷰] 스포트라이트 밖의 뉴욕, 그리고 서울의 우리 - 뮤지컬 '틱틱붐' [공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