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간의 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뉴질랜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4년 2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었으나, 그 여운은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남았습니다. 꿈만 같았던 사 개월은 여태 제 마음을 울컥거리게 하는 기억입니다. 환상적이었던 순간들을 8편의 글에 담아 기록했었는데요, 오늘은 저의 감상보다는 여행을 앞둔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들을 모아 큐레이팅하고자 이 글을 기고합니다.
글의 순서는
1. 절약형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뉴질랜드 생활 팁
2.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팁
3. 웰링턴으로 향하는 워킹 홀리데이/교환학생 예정자들을 위한 팁
순으로 적겠습니다.
1. 절약형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뉴질랜드 생활 팁
(1) 계절별 복장
뉴질랜드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여름(12~3월)으로,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부터 비가 잦아집니다. 4월 이후의 뉴질랜드에 방문할 경우, 두 손의 자유를 위해 우비를 챙기길 권장합니다. 제가 본 뉴질랜드 사람들은 대부분 방수 바람막이를 입고 다니더군요. 제가 다녔던 장소(북쪽부터 오클랜드,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테카포, 퀸스타운) 들은 모두 일교차가 컸으니 여러 겹의 외투를 겹쳐 입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계절별 체감상 적당했던 옷의 두께는 다음과 같습니다.
2월: 민소매 상의, 청바지 + 걸칠 만한 상의 (얇은 셔츠 재킷)
3월: 민소매 혹은 반소매 상의, 청바지 혹은 슬랙스 + 걸칠 만한 상의 (얇은 바람막이)
4월: 반소매 혹은 긴소매 상의, 청바지 혹은 슬랙스, 바람막이 + 덧입을 만한 얇은 스웨터
5월: 긴소매 상의, 청바지 혹은 슬랙스, 바람막이 혹은 가죽 재킷 + 덧입을 만한 얇은 스웨터
6월: 긴소매 혹은 기모 상의, 청바지 혹은 슬랙스, 바람막이 혹은 가죽 재킷 + 경량 패딩, 히트텍
특히 바닷바람이 강한 웰링턴 지역의 경우 바람막이를 항상 챙기길 추천합니다. 바람막이를 구매할 경우, 뉴질랜드 전역에서 찾아보기 쉬운 Mountain warehouse($)나 Kathmandu($$)에서 적당한 가격의 바람막이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적응을 끝낸 지금은 딱히 놀랍지 않지만, 처음 웰링턴에 도착했을 때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이곳의 바람이 얼마나 거세냐면, 가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하다. 그렇게 강한 바람이 불 때면 당연히 거센 바람에 묻혀 옆 사람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미안한데 바람이 너무 세서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를 소리쳐야 상대방도 “아 맞다! 미안해!”라고 마주 소리쳐 준다.”
(2) 음식
뉴질랜드 여행이 한국에서 유행하지 않는 이유 중 한 가지만 꼽자면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행지의 특색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경우 뉴질랜드가 딱히 매력 있는 여행지가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외식비가 상당히 비쌉니다.
뉴질랜드는 기본적인 식료품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살짝 낮은 대신 외식이 비싸다. 평균적인 질의 식당은 한 끼에 20~23달러, 푸드트럭은 한 끼에 18~21달러다. 한 끼에 16,000원 정도로 예산을 잡고 움직이면 편하다.
대신,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편입니다. 평소 양식을 자주 드시거나 신선한 육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조리 가능한 숙소에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것도 즐거운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의 육고기 매대는 주로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고기를 찾기가 쉬워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숙소
절약형 뚜벅이 여행자라면 호스텔을 적극 추천합니다. 뉴질랜드의 유명한 관광지에는 대부분 괜찮은 가격의 호스텔 체인이 들어서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Haka House(YHA), Lylo를 많이 이용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체인이 아니어도 좋은 조건의 숙소들이 꽤 많습니다! 예약 사이트를 통해 후기나 위치 등을 확인하시되 숙박 예약은 호스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식 사이트에서만 받을 수 있는 할인도 있고, Haka House의 경우 장기간 여행자라면 회원가입비 납부 후 더 큰 할인율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호스텔의 가격도 지역마다 다른데, 내가 여행한 지역이 주요 관광지였으니만큼 가격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저렴한 호스텔은 55달러, 가장 비쌌던 호스텔은 79달러였다. 홀로 여행하는 뚜벅이 여행자라면 나와 비슷하게 예산을 짜면 좋겠다.
2.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팁
(1) 대중교통 적극 이용하기
제가 가장 많이 불평했던 것이 바로 이 대중교통입니다. 한국의 대중교통을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관광지와 관광지를 잇는 대중교통을 하루에 한 대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Intercity의 시간제 이용권을 사 사용했는데, 노선과 일정표를 잘 고려하여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대자연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뉴질랜드의 특성상 캠핑카 여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래서인지 지역 간의 대중교통 연결이 약하다. 한국의 고속버스를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이, Intercity 버스는 보통 하루에 한 번씩만 운용하는 탓에 여행 계획을 이동에 맞추어 짜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닿지 않는 지역도, 관광 노선이라며 어처구니없는 값을 받는 노선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짜는 게 좋다. 멀리 이동할수록 버스 시간이 이른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길.
추가로, 제가 아쉽게 이용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적습니다. 혹시 테카포 호수에서 마운트 쿡, 아오라키 산으로 이동하거나 당일치기 투어를 즐기고 싶다면, Tekapo Shuttle을 추천합니다. Intercity가 운영하지 않는 노선이라 이용권 할인이 없어 아쉽지만, 149달러에 9시간짜리 일일 투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출처: Intercity 공식 사이트)
(1-1) 지역별 버스카드 구매
우리나라는 교통카드 하나가 전국을 이어주지만, 뉴질랜드의 경우 지역별로 사용하는 버스카드가 다릅니다. 저의 주요 거점이었던 웰링턴의 버스카드는 ‘스내퍼 카드’로, 편의점이나 학교 내에서 구매 후 시내에서 찾을 수 있는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충전이 가능합니다. 오클랜드의 교통카드는 AT HOP, ‘홉 카드’로, 오클랜드 공항 내 위치한 자판기에서부터 도시 곳곳에서 구매와 충전이 가능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경우, 가장 대표적인 택시 앱인 ‘우버’를 사용하시거나(상용화되어 있음) 호스텔 게시판, 뉴질랜드 여행 카페 등을 통해 일정 금액을 내고 카풀 동행을 할 수도 있으니 사전 조사 후 동행을 구해두시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해본 적이 없어 구체적인 방법을 적기 어렵네요.
(출처: Snapper 공식 사이트)
3. 웰링턴으로 향하는 워킹 홀리데이/교환학생 예정자들을 위한 팁
(1) 한식과 생필품
웰링턴은 신기할 정도로 한국인이 살기 좋은 지역입니다. 한식당이 꽤 많고(외식비가 비싸 방문한 적은 없지만, 다른 한국인 친구에게 나쁘지 않다는 후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큰 한인 마트 ‘하레마이’가 있습니다. 한국 다이소는 없어도 일본 다이소는 있고, Warehouse라는 창고형 생필품 체인도 있어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2) 방세
여기까진 참 좋은데, 웰링턴이라는 도시가 방세가 정말 비쌉니다. 만약 본인이 플랫을 구할 필요 없이 어학원/파견학교 측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준다면, 조건이 몹시 나쁜 방이 아닌 한 기회를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가장 저렴한 기숙사를 골라 4주 약 100달러 수준의 기숙사에서 거주했는데, 도착한 이후 도시 부동산을 찾아보니 ‘와, 이게 싼 거였구나?’ 깨닫게 되었답니다. 만약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가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이라면, Kelburn Flats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가장 그리운 건 역시 내가 지냈던 플랫이다. 집 한 채를 통 크게 내준 대학교에 무한한 감사를! 나와 두 명의 룸메이트가 함께 지냈던 우리 집은 마당이 딸린 방 3개짜리 일 층 주택이었다. 가장 늦게 입주한 탓에 내 방이 가장 작았지만, 층고가 무척 높아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난생처음 쓰게 되었던 오븐과 친해지게 도와주었던 넓은 주방과 큰 소파 두 개에 6인용 테이블까지 널널하게 놓을 수 있었던 거실 덕에 자주 친구들을 초대해 놀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행운이었다. 마당에 담요를 깔고 누워서 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던 시간이 참 좋았다.
뉴질랜드 여행 기록 - 마지막. 웰링턴, 여행의 시작과 끝
(3) 장보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웰링턴은 장바구니 물가가 한국보다 조금 더 저렴한 편입니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쉬우나, 한국보다 ‘조금’ 더 저렴한 것이지 아주 경제적인 물가는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마트 체인은 New World, Countdown이(최근 모회사의 이름을 따라 호주와 똑같은 Woolworths로 변경) 있습니다. 대부분의 장보기를 이 두 체인에서 해결하시면 되는데, 클럽 카드(회원용 포인트 적립카드)를 만드시면 할인받을 수 있는 항목이 꽤 많아 정착 초기에 만드시길 추천합니다. 장보기 배달도 한두 번 시켜봤는데, 빠르고 안전하게 잘 받았습니다. 일상적인 장보기는 Willis Street에 있는 New World Metro와 Woolworths, 한 번씩 큰 마트에 가고 싶을 때는 New World Supermarket을 추천합니다.
제철 식재료로 요리하길 즐기는 분이라면 일요일마다 열리는 Farmer’s market을 좋아하실 겁니다. Sunday market, Habourside market, Farmer’s market 등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가지지만 Wellington Waterfront 부근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농산물 장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축제 등 바닷가를 사용하는 행사가 없는 한 매주 일요일,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며 카드도 통용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제철 과일과 채소, 장터 옆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의 푸드트럭까지 알차게 즐길 기회입니다.
웰링턴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항구도시다. 두 가지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대신 기막힌 경사를 감당해야 하지만, 솔직히 웰링턴 항구의 수면과 빅토리아산에서 보는 노을은 모든 고생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항구 장터와 빛나는 해수면, 날이 좋을 때면 늘 항구 근처를 돌아다니는 ‘Tree Man (잎사귀를 잔뜩 붙인 분장을 하고서 트럼펫을 부는 행위예술가. 웰링턴에 살다 보면 꼭 한 번은 마주치게 되어 있다.)’, 때맞추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 신기하게도 바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 항구의 벤치에 늘어져 있다 보면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의 평화가 슬쩍 발을 내민다. 왜 비린내가 나지 않았는지는 아직도 조금 궁금하다.
뉴질랜드 여행 기록 - 마지막. 웰링턴, 여행의 시작과 끝
(4) 쇼핑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웰링턴의 Op-Shop 거리를 정말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Cuba Street의 메인에서 살짝 벗어난 거리에 여러 빈티지 옷 가게가 들어선 거리가 있습니다. 가끔 학생들이 모여서 주최하는 일일 빈티지 장터도 있으니 도시 곳곳에 전단을 붙이니 확인 후 슬쩍 들러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City Mission Store, Recycle Boutique 등 중고 물품을 전문으로 하는 체인도 있으니 도시 곳곳에서 빈티지 삽을 찾는 재미도 있어요.
웰링턴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아니지만, 요즈음 유난히 그리운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Op-shop, 빈티지 옷 가게들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뉴질랜드 전역이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웰링턴에는 빈티지 옷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었다. 자선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몇몇 고가의 빈티지 가게들 말고는 대부분 저렴한 가격의 중고 옷과 소품들을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빈티지라고 하면 기본 4~5만 원은 하기 마련인데, 웰링턴에서 내가 산 옷들을 대부분이 2~3만 원 이하다. 만 원 정도에 구매한 멋진 블라우스는 신나게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질이 좋고 예쁘다. 요새는 그게 참 그립다.
뉴질랜드 여행 기록 - 마지막. 웰링턴, 여행의 시작과 끝
글을 마치며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같이 식민의 아픔을 겪은 나라이자, 아직도 다양한 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입니다. 선주민인 마오리족은 정치적, 사회적인 약자로 많은 마오리 사람이 더 나은 대우와 지원, 선조들의 땅과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식민지 시절 유입된 다수의 중국 이민자 덕분에 동양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중국계 뉴질랜드인들은 소수 인종으로서 차별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의 우파 정당의 득세로도 가릴 수 없는 뉴질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 ‘이민자들의 나라’, ‘정치적으로 올바른 정부’, ‘다인종, 다민족 국가’ ‘적극적인 난민 수용국’ 등의 수식어는 수많은 이민자의 갈등, 투쟁, 쟁취의 삶을 토대로 쌓아 올린 역사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존중받는 만큼, 여러분 또한 뉴질랜드의 모든 것들 존중했으면 합니다. 낯선 인종의 사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 다른 예절을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뉴질랜드에 머무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나의 친절은 꼭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버스 기사에게 “Thank you, driver!”라고 인사하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준 사람에게 “Cheers”, “Thanks”라며 고마움을 표하는 일상적인 친절, 처음 배운 마오리어를 써보겠다며 길 가는 사람에게 함박웃음을 지은 채 “Kia ora!”라며 인사하는 서투름까지. 저의 미소와 친절은 늘 다시 돌아와 행복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뉴질랜드라는 나라는 분명히 아주, 몹시 낯선 곳일 것입니다. 대륙도, 계절도, 언어도 모두 다른 곳이니까요. 그럼에도 여러분이 희고 긴 구름의 땅, 아오테아로아를 목적지로 정한 이유가 있을 테지요. 어떤 목적의 머무름이건 당신이 이 멋진 섬나라에서 최고의 경험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우 마이, 하레 마이! 뉴질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