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맥 밀러의 시침이 10시를 가리킬때 [음악]

맥 밀러 <GO:OD AM> 10주년 재발매를 기념하며

by 양서현 에디터
2025.11.08 11:37

 

 

스크린샷 2025-11-07 10.21.49.png


 

맥 밀러의 2015년 발매작, [GO:OD AM]이 발매 10주년을 맞아 재발매되었다. 기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Royal Flush”, ‘Cable Box’, 그리고 ‘Carpe Diem’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번 재발매는 리스너로서 하여금 맥 밀러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의 음악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맥 밀러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뛰어난 음악적 재능 덕분일 것이다. 허나 그가 수많은 재능 사이에서도 특별한 이유는 앨범 속의 인간성 덕분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음악으로 풀어내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이러한 과업을 가장 자연스레 풀어내는 음악적 재능을 지녔다. 크게 힘들이지 않는 톤과 이질감없이 혼합되는 장르를 통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마저 부담이 아닌 공감이 된다.


그의 생전 믹스테이프와 앨범을 듣다보면 개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드는데, 필자는 [Faces], [GO:OD AM], 그리고 [The Divine Feminine]의 연속성을 가장 좋아한다. 그의 정서적 여정이 자세하게 묘사된 작품들이며, 그 속에서 언뜻 자기구원의 서사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맥 밀러가 세 개의 앨범 속에 남긴 자취를 따라가보자.

 

 

 

[Faces]


 

가장 어둡고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비트 위에 약간의 재즈가 얹어지는데, 사운드 자체는 엄청나게 어둡지 않지만 분위기 전환이 잦고 불안정하다. 이에 상응하듯 가사 또한 상당히 직접적이다. 앨범은 그의 외로움과 음악에 대한 회의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죽음에 대해 논하는데, 이를 여러가지 컨셉을 통해 다룬다는 점이 인상깊은 믹스테이프이다.

 

 


 

 

첫 트랙은 ‘Inside Outside’, 첫 가사부터 ‘Should’ve died already’라 말하며 믹스테이프가 보여줄 분위기를 청자들에게 강렬하게 박아넣는다.


믹스테이프에서 등장하는 ‘애정’ 또는 ‘사랑’의 개념은 낭만적이고도 허무하다. 1번 트랙에서 표현된 애정의 개념은 상당히 포용적이다. 자신은 아무도 필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이를 사랑할 것이라는 가사를 담았다. 이와 상반되게 3번 트랙 ‘Friends’에서는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11번 트랙 ‘Wedding’에서는 허울뿐인 관계와 중독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후 21번 트랙 ‘Thumbelina’에서는 성적 관계의 외설적인 면만을 담아 개인의 무너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듯한 흐름이 나타난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요소는 약물 중독이다. 를 제작할 당시의 밀러는 이후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구 상에 없었다(not on planet Earth)’라며 당시의 심각한 중독 상태를 회고했을 만큼 약물에 의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우울감을 보이는 5번 트랙 ‘Malibu’에서는 자신의 몸이 시한폭탄과 같다며,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며, 이후 8번 트랙 ‘Therapy’와 19번 트랙 ‘Rain’에서도 노골적으로 쓰여진다.

 

 

 

 

신체적인 우울감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자살 충동과 죽음의 모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교한 리릭시즘으로 풀어내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트랙은 19번 ‘Color and Shapes’이다. 죽음을 가정하고 작성한 ‘Funeral’과 ‘Grand Finale’ 역시 그의 정신적 위태로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밖에도 종교나 명성 등 다양한 주제로 화자가 느껴왔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다. 언뜻 피로해보일 수 있는 앨범 설명이지만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분위기 반전이나 적절한 인터미션을 배치해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 마지막 트랙 ‘Grand Finale’는 락 사운드가 가미되는데, 엔딩크레딧 같은 마무리 덕분에 영화 한편을 감상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맥 밀러의 작업물 중 가장 어둡다는 평가를 듣는 ‘Faces’는 가사적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훌륭한 사운드와 프로듀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화자가 개인적으로 밀러의 앨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GO:OD AM]


 

다소 어두운 ‘Faces’에 반해 상대적으로 밝은 앨범인 ‘GO:OD AM’은 ‘Good Morning’으로도 해석되어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의 음악적인 변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약물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고, 고향에 돌아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의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좋은 아침이라는 뜻을 담은 앨범은 그가 지나온 어두운 새벽 이후 비로소 해가 떴음을 시사하는데, 상당수의 트랙이 굉장히 가치중심적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의 대한 기대, 음악적 자신감 그리고 사랑 등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초반 트랙들은 화자가 정신적 빈곤을 이겨낸 건강한 방식을 전시한다. 가장 첫번째 트랙인 ‘Door’에서의 등장하는 엘르 바너의 목소리는 그가 이미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아침을 맞이했음을 밝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다시 되돌아보았고, 활력을 되찾은 듯한 그의 가사는 앨범의 포문을 활기차게 열어준다.


이후에 따라오는 ‘Brand Name,’ ‘Rush Hour, ‘Two Matches’ 은 자신만의 가치와 명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유혹과 선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첫 트랙의 연장선상에 있는 트랙들이다. 외부적인 위험 요소와 이에 의한 압박을 주제로 삼는 트랙들이지만 이전 믹스테이프 처럼 마냥 비관적이지 않은 모습이 뮤지션으로서의 맥 밀러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정서적 성장 측면에서도 흥미롭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100 Grandkids’는 이러한 성찰을 삶에 대한 책임감으로 모아 정리한다. 앨범의 첫번째 싱글곡이며, 그가 스토리텔러로서 가진 강점을 뽐내는 트랙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손자를 안겨드리겠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트랙은 제목을 100 Grands/Kids의 두가지 파트로 나눈 워드플레이를 보인다. 자신이 앨범으로 가진 수익, 그리고 어렸을 적 가졌던 꿈을 언급하는 과정은 장난스럽고 재치있다. 발매 1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앨범인 만큼, 해당 트랙을 발매 당시 들었던 리스너들에게는 굉장한 노스텔지어를 불러올 수 있는 힘을 가진 트랙.

 

필자가 ‘GO:OD AM’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도 한 ‘ROS’는 Rain or Shine의 줄임말이다. 비가오나 해가뜨나 그녀를 사랑하겠다는 뜻을 담았는데, 굉장히 부드럽고 로맨틱하다. 그녀와의 관계에 대한 후회와 그녀와의 헤어짐 이후의 공백을 다루기도 한다.


‘Ascension’의 가사는 다소 심오하다. 그의 과거를 가장 직접적으로, 그리고 가장 정면으로 마주하는 트랙이다. 좋은 가사를 논할 때 손꼽히는 트랙이기도 한데, ‘Faces’에서의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가져와서 당시의 과오를 승화하는 느낌을 준다. 천국과 지옥사이를 오가다 ‘Let’s ride out’라고 제안하며 비로소 자기 자신과의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Jump’나 The Festival’과 같은 업템포의 노래로 이어지는데, 앞의 상승에서의 연장선으로 지난날의 불안정으로부터 뛰어내려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한다. 그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아웃트로의 느낌으로 듣는다면 굉장히 재미있다. ‘The Festival’에서 등장한 여성 보컬을 신으로 상징화했다는 아이디어에서 다음 앨범인 ‘The Divine Feminine’가 파생되었으니 유기적인 트랙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그가 새롭게 추가한 세 개의 트랙은 10주년 기념 앨범다운 여운을 더한다. ‘Royal Flush’, ‘Cable Box’, 그리고 ‘Carpe Diem’이 추가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아무래도 ‘Carpe Diem’인데, 업비트 재즈 장르를 통해 자유와 성찰,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차분하게 바라보는 점이 인상깊다. 사실 처음 새로 추가된 트랙을 청취했을 당시에는 이를 추가한 큰 의미를 찾지는 못했는데, 현재 맥 밀러의 GO:OD AM은 그가 더 이상 깨어나지 않을 아침이기에 앨범 자체의 가치를 위한다면 나쁘지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he Divine Feminine]


 

‘The Divine Feminine’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여성의 에너지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남성 아티스트가, 심지어 힙합씬에서 ‘Feminine Energy’는 굉장히 유니크한 주제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은 정서적 성장 이후 맥 밀러의 음악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표면적인 장르적 전환으로는 재즈, R&B/Soul과 싱잉을 차용했다는 점이 있다. (아웃트로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Robert Glasper의 연주가 등장하는데, 그의 Black Radio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추천한다) 전작보다 더욱 정서적인 느낌이 크고, 사랑에서 느껴지는 경외, 욕망, 두려움 등을 전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일각에서는 맥 밀러의 라이밍과 플로우가 적게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지만, 필자는 앨범 총체의 주제와 전체적인 무드를 위해 깎아낸 그의 싱잉이 앨범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해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가사는 그답게 철학적인데, 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트랙은 ‘Planet God Damn’이다. 사랑을 존재론적 관계로 정의하며 우주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육체적 욕망이나 이중적인 요소를 보이는 ‘God is Fair’, ‘Sexy Nasty’등의 트랙도 있으니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다.

 

 

 

 

필자의 최애 트랙은 ‘Dang!’ 다른 거창한 이유보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때 가장 꽂힌 노래였다. 경쾌함 속에 들어간 사랑의 복잡성이 유려하게 나타난 가사가 좋은 트랙.


긴 앨범을 청취할 때에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개인의 서사와 적절한 완급의 조절이다. 한 아티스트가 발매한 앨범이 서사적 유기성을 가질 때 리스너들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재미나 통찰을 느낀다. 필자에게는 맥 밀러의 앨범들이 그러한 통찰을 안겨주었기에 특별하고, 필자를 제외한 많은 리스너들에게 역시 유사한 감정을 안겼으리라 믿는다.


2018년 향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그의 음악이 지금까지 반추되는 이유는 그가 건넨 공감이 위로와 희망이 청중들의 마음 속에 새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한 스타의 모습보다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친 그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양서현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책상 앞에서 음악은 왜 더 솔직해지는가 [음악]
  2. 02 [오피니언] 당나귀 탈을 쓴 보컬짱, Project PRANK [음악]
  3. 03 [Opinion] 인공지능 음악의 시험대, 시에나 로즈는 누구인가? [음악]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