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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도서]

삶은 어둡고, 봄이 여기 와 있고, 새는 노래한다

by 정진영 에디터
2026.10.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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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절반은 작가가 그린 아름답고 화사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비극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전쟁, 이별, 누군가의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작가에 관한 정보와 관련한 다른 배경 지식을 찾아보지 않고 읽었다. 따라서 내 감상은 작가의 정보에 관해서 정확하지 않고 계속 흩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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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어서는 안 될 이들. 

      쳐부수고 싶은 이들. 

      당신을 실망시키거나 배신한 이들

      과분하리만큼 다정했던 이들. 

      그리고 끝내 죽고 마는 그 다정한 이들. 

      (…)

      혹시라도 당신이, 

      그 어느 순간에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P.15

       

       

      맨 처음에 등장하는 위의 글은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흐트러지지 않고 책의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유지된다. 수많은 이별,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여기서 비극이란, 개인적인 이별을 넘어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사회의 참상도 포함한다. 가령 끝없이 일어나는 전쟁 같은 것들. 그런 것을 겪고 나면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통달한 것 같다. 슬픔은 그런 힘이 있으니까. 작가는 자기의 개인사를 고백하면서 그때 어떻게 했고, 어떻게 해야했는지, 일어났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말해보기도 한다. 한편, 작가는 죽은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기도 한다. 죽은 브람스는, 톨스토이는, 그의 아내들은 어떤 마음이고 생각이었을까? 그들을 후회했을까? 우리는 쉽게 말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에 작가는 단호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작가는 단호하게 경고한다.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온 지혜와 지식을 동원하여 선택을 내린다. 어떤 선택은 누군가를 저버리기도 한다. 책에서 작가는 자기가 아버지를 버린 것을 고백한다. 나에게 해로운 사람들을 끊어내는 선택, 당시에는 최선이었고 도망쳐야 했기에 내린 선택이다. 그러나 후회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알 수 없다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이 우리를 울게 할 것이다. 너무 믿었기에, 너무 최선이었기에, 최선이었지만,  우리는 후회할 것이다. 우리는 후회를 벗어날 수 없고 비극을 피해갈 수 없다. 우리는 끝없이 망가질 것이다. 고통받을 것이다. 마치 저주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과 저주를 함께 담은 작가는 누구인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작가를 상상했다. 언뜻 보기에 글을 쓴 작가와 그림을 그린 작가는 다른 사람 같다. 어째서 본인의 삶을 이리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었는가. 온 삶을 비극으로, 후회로 말하고 있는 작가는 대체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견했는가. 그가 발견한 삶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하지만 그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한줌의 후회도 없었다. 

      레닌과 스탈린?

      똑같다. 

      한줌의 후회도 없었다. 

      이것은 거대한 규모의 ‘후회의 결핍’

       

      - P.101

       

       

      앞서 작가가 말한 ‘후회’는 놀랍게도 삶을 다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후회를 하면서 끊임없이 시간과 자기를 톺아보는 일은 괴롭다. 과거는 전혀 돌이킬 수 없고 어떤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미워한다는 말을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후회까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한’이 된다. 더 잘 해줄 걸, 그때 싸우지 말고 안아줄 걸. 그때 헤어지지 말 걸, 손을 잡아줄 걸… 후회에는 “사랑”이 더 많이 담겨있다. 우리는 후회에서 사랑을 배운다. 다정함을 배운다. 이렇게 비극과 사랑은, 그러니까 슬픔과 아름다움은 멀리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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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풀리지 않는 일들이 종종 가장 진실한 법. 

      어지러운 난장판에는 진실함이 있다.

       

      - P.95

       

       

      하지만 작가는 너무나 사랑에 치우치지 않는다. 사랑에 매몰되어서는 이 비극들을 제대로, 진실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균형과 평형을 맞추는 순간에야 진실이 보이는 것일까. 작가가 고백하는 가족 이야기들과 역사의 그늘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그 사회 속에 억압받는 사람들, 벌어지는 전쟁과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며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사랑과 즐거움이 가득한 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극과 역사의 진실에서 눈을 떼지 않게 한다. 비극의 한 가운데에 있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떠올리며 희망을 품게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가와 똑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중얼거릴 때에, 작가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비극을 재현하려는 그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품으려는 태도, 그때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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