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과 미술이 한데 모인 사소한 예술 [음악]

앨범 표지에 담기는 음악적, 디자인적 가치관의 통합
글 입력 2023.09.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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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사람을 단 몇 초만에 판단하게 만든다"는 말은 외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쓰이는 가장 상투적인 어구일 것 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호감은 물론이고 동물 혹은 식물, 심지어는 무생물에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왜 이것에 끌리는지 생각해볼 때 외적 요소는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상품으로써 판매되야 하는 물품들은 고객에게 그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상품을 써보지도 않고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상품을 써보기 위해선 손이 가야된다.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다행히도 그런 이들을 위해 상품 디자인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상품의 가치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디자인은 그 자체로 상품의 가치를 결정할 수 도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음악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앨범 표지들.jpg

 

 

그러한 디자인 중 앨범 커버는 음악 장르를 고사하고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을 듣기 전에 음악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디자인이라는 건 참 어렵다. 이를 위해 음악가와 앨범을 디자인할 아티스트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수록 효과가 뛰어나다. 보통 뛰어난 아티스트간의 협업은 그 자체로 관심을 가게 만든다.


최근 앨범 표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요시다 유니의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앨범 표지들 덕분이다. 이들을 보면 그 아티스트의 디자인적 통일감에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가 앨범 표지 자체를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티스트의 전시 맥락에서 바라볼 때 하나의 작품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앨범 표지의 효과를 간과하고 있었음을 체감했다.


이처럼 팝 음악의 앨범 커버는 상당히 개성이 돋보이는 표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앨범이 담고 있는 표상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하거나, 전체적인 컨셉을 느껴볼 수 있다. 다양한 음악가들이 음악을 시도하고 내면서 누군가를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 내거는 앨범 표지는 전혀 관심 없었던 리스너를 자신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클래식 앨범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이처럼 현대에서 예술 산업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음악에 미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반대로 미술에 음악이 필요하기도 하다. 디자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하거나 작곡하는 건 예술적 일관성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떤 예술을 바라볼 때 예술가의 역사적 맥락을 알게 될 때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복합적인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역사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면 클래식 앨범들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표지가 악기, 작곡가, 연주자, 풍경 사진이 아닌 앨범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클래식은 연주자의 역량이 상당히 부각되어야 하기도 하고, 어떤 앨범인지 표지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내곤 한다. 이는 직관적인 설명이될 수는 있으나 자칫 정직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로 보여질 수 있다.


어찌보면 현재 클래식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클래식은 여러 이미지를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복장이나 형식 등 전통을 중요시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예술적으로 다른 분야와 협응하며 발전하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클래식의 주요 소비층은 앨범 표지에서 혁신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커보인다. 클래식 음악은 고전적이고 전통적 맥락을 따라간다. 물론 음악의 새로운 틀을 만드어가는 혁명가들도 있지만 이들보다 고전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음ㅇ가이 클래식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선 기존의 앨범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야 한다. 기존의 거장의 진지한 모습이나 엄숙한 작곡가의 초상은 이를 보여주기 가장 적절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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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러 전집 LP의 표지는 상당히 아름답다. 일종의 통일감을 맞추어 기존의 앨범들과 차별화되어 있다. 사실 말러의 음악에 대한 표지로 적절하긴 하다만, 번스타인과 뉴욕 필하모닉이 함께 연주한 말러와 크게 어울리진 않는다. 말러를 해석하는 방향 중 상당히 경쾌하면서 웅장하고 경박스러움(부정적 어휘이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다)이 강조된 경우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번스타인의 역량이 이 모든 것을 한데 묶어주는 응집력을 제공한다. 관심이 있다면 음악과 표지를 둘 다 찾아보는 것을 권해본다.

 

 

 

앨범은 현실적 조건에서 나오는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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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표지가 음악의 퀄리티와 항상 연결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표현하고자 하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 팔리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자면 디자인의 목적이 보다 중요하다. 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앨범을 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지, 다른 인물의 유명세를 이용해야하는지 각기 다르다.

 

누구나 원하는 바를 담고 싶어도 현실적인 여건 앞에서 좌절했을 수 있다. 과격해보이는 앨범 표지에는 이보다 더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싶어했던 아티스트의 아쉬움이 담겨있을 수 있고, 참신해보이는 그림 뒤에는 자신의 음악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불만족스러워 하는 얼굴이 비춰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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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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