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루웨스트(True West)>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천재 극작가 샘 셰퍼드가 1980년 발표한 대표작으로 <매장된 아이(Buried Child)>, <굶주린 층의 저주(Curse of the Starving Class)>와 함께 ‘가정 3부작’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작품이다.
샘 셰퍼드가 남긴 ‘가정 3부작’ 중 <트루웨스트>는 물질 만능주의로 황폐화된 가족과 개인의 내면을 무대 위에서 폭발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미국 초연 당시부터 강렬한 비평적 반응을 얻었고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버전과 각색을 통해 재생산되어 왔다.
비극과 유머로 그려낸 미국의 초상
미국 극작가 Sam Shepard(1943-2017)은 가족해체와 남성 주체성의 균열을 예리하게 그려낸 ‘미국의 현대극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샘 셰퍼드는 1943년 미국 일리노아주에서 태어나 군 장교 출신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그는 끊임없이 이사하며 불안정한 가정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데, 술에 의존적이었던 아버지의 폭력성과 농장을 잃은 가족의 상실 경험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를 지배하는 핵심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셰퍼드는 훗날 "나는 늘 가정의 잔해 속에서 글을 써왔다"고 회고할 만큼 가족의 붕괴와 정체성의 불안은 그의 평생의 창작 원천이었다.
1970년대 초반 셰퍼드는 오프오프브로드웨이 운동의 중심 인물로 활동하며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극작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음악적 리듬과 언어의 즉흥성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매장된 아이>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점차 리얼리즘적 서사와 심리적 갈등에 기반한 가족극으로 방향을 옮겼다. 이 전환은 현실의 잔혹함 속에서 신화가 붕괴하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셰퍼드의 선택이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트루웨스트>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다. 셰퍼드는 지적이고 안정적인 시나리오 작가 '오스틴'과 사막을 떠도는 방랑자 '리'라는 두 형제를 대비시키며 전통적 성공의 모델과 자유를 향한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을 그려내었다.
그 결과 <트루웨스트>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그 밑바닥에 깔린 미국 서부 신화와 현실 간의 괴리를 풍자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비평가 Don Shewey는 이 작품을 “영혼 깊숙이 자리한 진정한 서부(True West)는 마음속에 있다”라고 언급하며 극중 공간과 내면의 동일성을 상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이 작품은 1983년 퓰리처상 Drama 부문 최종후보로 오르며 그 예술적 완성도와 사회적 문제의식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트루웨스트〉를 완성하는 이름들
<트루웨스트>는 스타 배우들의 참여와 완성도 높은 라이선스 제작을 통해 초연 이후 꾸준히 팬층을 넓혀온 작품이다. 원작이 지닌 문화적·사회적 문제의식을 한국적 정서 속에서 새롭게 변주하며 현실적인 가족의 갈등과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오만석·조정석·윤경호·정문성·전석호·이현욱·김선호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매 시즌마다 높은 완성도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해 왔다. 작품은 전혀 다른 성향의 두 형제가 서로를 질투하고 동경하며 결국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고립과 욕망을 블랙코미디의 형태로 풀어낸다.
이번 시즌에서 사막을 떠도는 자유로운 방랑자 ‘리’ 역은 오만석, 김도윤, 김다흰이 맡아 각기 다른 색으로 인물을 해석한다.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동생 ‘오스틴’ 역은 최재웅, 김이담, 김현진이 연기하며, 할리우드 프로듀서 ‘사울 키머’ 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승원과 김태범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8인의 막강한 실력파 배우들과 함께 올 하반기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과 묵직한 메시지를 선사할 예정이며 오는 9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