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드라마 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순수 창작물이 아닌, 다른 매체를 원작으로 한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웹툰 실사화가 매우 활발한 편이며, 웹소설 역시 성장 속도가 가파른 시장답게 <재벌집 막내아들>, <선재 업고 튀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중증외상센터> 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왜 이러한 트렌드가 생겨났을까?
영화와 드라마는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하지만 업계 불황이 지속되며,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오리지널 스토리에 거대 자본을 선뜻 투자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웹툰과 웹소설은 상대적으로 제작 부담이 적다. 보통 1~2인의 작가가 플랫폼을 통해 연재하고, 그중 독자들에게 선택받은 인기작이 생겨나는 구조다. 그것을 영상화하면 최소한의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상태로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웹툰, 웹소설 업계에는 주류 미디어에 비해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일례로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좀비딸> 역시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들의 연기로 원작의 매력이 배가되며,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현재 드라마 화제성 순위 1위인 <견우와 선녀>, 3위 <파인:촌뜨기들>도 각각 안수민 작가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실사화의 이점이 확실해지는 대목이다.
반대로 원작 웹툰들 역시 그 수혜를 받기도 한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출간된 <견우와 선녀> 단행본 세트는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파인:촌뜨기들>은 드라마 공개 이후 원작 조회수가 58배 증가하였다. 아직까지 가장 메이저한 시장은 결국 영화와 드라마이고, 이들은 원작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웹툰과 웹소설을 3D로,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된다. 기존 작품의 팬층이 탄탄한 경우, '원작 구현에 실패했다', '원작을 망쳤다'라는 혹평을 받기 십상이다.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원작을 봤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평도 흔하다. 즉 일정 수준의 관심과 흥행은 보장되어 있을지라도, 모든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오히려 더 까다롭다.
또, 이는 애초에 매체에 따라 효과적인 이야기의 특성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공개된 드라마 의 경우 꼬마비 작가의 원작 웹툰은 옴니버스 형태로, 회차별로 호흡을 짧게 하며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건드리는 명작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웹툰을 인물과 서사 중심의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 특유의 독특함과 깊이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정확히는 프리퀄에 가깝다고는 하나, 같은 제목을 공유하는 작품이라기에는 시청자들의 실망이 컸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웹소설 실사화는 모두 드라마를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이 작품이 국내 최초의 영화화 사례다. 하지만 역시 영화는 분량과 에피소드가 매우 방대한 웹소설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도 내용 각색이 지나치다는 지적, 스케일은 크지만 CG가 아쉽다는 지적 등이 불거지며 흥행에는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자연히 속편 제작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이처럼 매체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작품이 필연적으로 힘을 잃기도 한다. 문학의 장르에서 소설과 시나리오가 괜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웹툰이나 웹소설도 영화, 드라마의 재료로 보기 이전에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다.
K-콘텐츠의 힘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관객들은 어떤 작품을 원할까. 답은 간단하다. 독창적이고, 정성스러운 이야기.
장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좋은 오리지널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자와 제작자들의 노력이 이어졌으면 한다. 혹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활용하더라도, 원작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것이 부재한다면 '실사화 실패작 리스트'에 합류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