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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남의 연애는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드라마/예능]

남의 연애가 재밌는 이유

by 김서현 에디터
2025.08.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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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불쌍해.', '정목 지연 지금도 사귈까?'


어느 SNS에 들어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대체 저게 뭐길래 난리지, 대화에 끼기 위해 보기 시작한 연애 프로그램이었다.


연애 예능은 이성애, 동성애, 돌싱, 환승, 모솔 등 수많은 관계의 카테고리로 확장 가능한 장르다. 그 덕에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환승연애>, <연애 남매>, <신들린 연애>와 같은 이색적인 콘셉트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일명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모솔', 모태솔로다.


'모솔', 이미 도파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아주 적합한 키워드다. 연예인도 인플루언서도 아닌,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첫사랑, 그 아슬아슬한 첫걸음을 우리가 지켜본다는 점은 확실히 더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만하다.


지난 29일, 넷플릭스 연애 예능 <모태 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9-10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가 서툰 모태 솔로들의 인생 첫 연애를 돕는 메이크오버 연애 리얼리티 예능이다. 출연자들의 외모는 물론 내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케어해주는 메이크오버 제도는 이 프로그램만의 신선한 포인트다.


 

 

우리는 왜 이토록 연애 프로에 '과몰입'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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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패널들의 리액션이 참 재미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패널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웃음을 더해준다. 마치 내 동생의 첫 연애를 지켜보는 것처럼, 어쩌면 시청자보다 더 과몰입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특히 <모태 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패널들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출연자의 메이크오버를 돕는 일명 '썸메이커'로 등장한다. 패널들이 사전에 출연자를 만나 유대관계를 쌓는 점이 인상 깊다. 그래서 자신이 담당한 출연자가 나오면 패널들은 더욱 애정 담긴 반응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감정적 공감을 끌어낸다.

 

 


출연자와 함께 성장하는 우리, 과몰입을 유도하는 서사


 

그동안의 연애 예능에는 '일반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준 연예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등장해 왔다. SNS에서나 봤을 법한 화려한 외모와 학벌, 직업은 '진짜 일반인'인 시청자들의 마음을 식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 나왔다기보다는, 방송 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화제성과 인기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출연자도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하면 순식간에 팔로워는 오르고, 그렇게 명성을 얻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인스타 마켓을 여는 식이다. 일부 시청자들이 그런 출연진을 향해 '머니 캐처'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하지만 <모태 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출연자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정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종영 이후에도 대부분이 바로 인스타그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에 능숙한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연애가 아니라 내 친구들의 서툰 연애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반인인 출연진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되고, 끝에는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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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출연자 '재윤'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처럼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 늘 시선을 아래로 까는 게 습관이 되어있던 재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자신에겐 '근거 없는 수치심'이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하며, 감정을 표출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서 최대한 나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감정을 숨기고 죽여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근거 없는 수치심'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재윤은 이 프로그램 안에서 '첫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인간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데에는 그를 위한 거짓말이 아닌 진심이 통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요즘 세대 연애 관념의 변화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남의 연애에 빠져드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연애 예능에 깊이 빠져든다. 실제로 연애 예능에 과몰입하는 시청자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보면, 연애를 '쉬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요즘은 각자 살기만 해도 벅찬 시대다. 연애는 더 이상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 하면 좋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것'이 되었다. 게다가 현실 속 연애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 조건, 타이밍, 경제력, 결혼 가능성까지. 자신을 돌보기에도 벅찬 시간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연애를 '포기'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연애 예능은 대리경험을 제공한다. 직접 연애를 하지 않아도, 연애 프로를 보기만 해도 마치 사랑하고, 이별한 것 같은 감정이 밀려온다. 그만큼 감정 소모도 크다.

 

 


과몰입, 욕하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는 이유


 

친구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이 아닌 타인의 연애이기 때문에 더욱 가볍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이 오히려 과몰입으로 이어진다.


연애 예능은 단순히 1화부터 10화까지 정주행하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다. 시청 후엔 유튜브 리액션 영상을 찾아보고, 댓글을 읽고, SNS에 올라온 반응을 구경하고, 커뮤니티에서 토론까지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예능 하나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최종 선택이 남아있는 마지막 화는 친구들과 함께 보거나, 좋아하는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으로 같이 시청하는 문화까지 생겼다.


'이건 보면서 같이 욕하는 재미로 보는 거야.'


연애 프로를 욕하면서 보는 태도에는 일종의 거울 치료 또는 방어기제와 같은 심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나는 저러지 않을 거라는 은근한 확신에서 오는 비웃음. 출연자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 유머로 소비하는 모든 방식이 '과몰입을 더 부추긴다.

 

 

 

연애 프로를 소비하는 태도


 

'남의 연애는 재밌어.'라는 말은, 그 순간 내 손을 넘어간 타인의 일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단순히 도파민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가볍게 소비된다. 무책임한 웃음과 조롱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그램의 종영 후 출연자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을 지나치게 우리의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 프로그램 자체보다도, 끝난 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더 과열되는 것처럼 보인다.


출연자들의 흑역사가 콘텐츠로 박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을 조롱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문화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출연자들은 모두 일반인이다. 출연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청자들에게 그들을 과하게 비난할 권한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또한 연애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자들은 항상 선택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선택받는 사람'과 '선택받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고 출연자를 마치 상품처럼 평가하게 만든다. 연애 시장에서의 가치가 매겨지는 듯한 구조는 종종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스러운', '남자다운'과 같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 역시 이제는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


연애 프로가 인기를 끌수록 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소재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쏟아지는 콘텐츠 앞에서 그것을 소비하는 태도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과몰입하되, 타인을 비난하는 게 당연해지지 않는 태도, 그 적당한 거리감만 유지한다면 남의 연애는 여전히 재미있을 것이고 나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이 즐거운 예능을 조금 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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