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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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걸스는 고릴라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공공장소에 나타나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여성 예술가그룹이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벌거벗어야만 하는가?"와 같은 문구를 적고, 메트로폴리탄의 근대미술 작품 중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5%에 그치지만 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의 85%가 여성을 소재로 한 것을 비꼬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게릴라걸스의 포스터는 오랫동안 여성의 몸이 어떻게 예술 속에서 소비되어 왔는지를 지적한다.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의 작품을 보면 작품 속 여성은 대부분 나체로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거장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은 그저 그 작품 속 누드모델로 그려졌다. 여성은 그렇게 끊임없이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소재로서 대상화되고 타자화되었다.
게릴라걸스가 던진 이 질문은 지금부터 우리가 보게 될 넷플릭스 드라마 <애마>와도 깊이 닿아있다.
벗기려고만 하던 시대, 저항의 시작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912_185207004_05.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12204132_yznbgzxy.jpg)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1980년대 정책적으로 성인 영화가 장려되던 시기, 충무로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권력의 구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권력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 주체의 서사를 새롭게 구성한 드라마다.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비행기에서 희란이 매니져 영배한테 받은 대본을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희란은 대본을 읽고 그대로 던져버린다. 온통 젖가슴 타령밖에 없는 대본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다들 보셨다시피 그간 제가 벗기도 참 많이 벗었잖아요?"
희란은 노출 연기 중단 선언을 한다. 계약으로 묶인 제작자 구정호와의 관계에서 큰 갈등이 생긴다. 그럼에도 희란은 여성을 그저 섹스 심볼로만 소비하려는 제작자의 요구에 맞서 감독 인우와 함께 시나리오를 고쳐 나간다. 남성 중심의 언어로 쓰인 대본을 지우고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욕망을 그려내며 마침내 <애마부인 오리지날레>를 완성한다.
희란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쌍년에서 서로의 구원자로
당시 여배우들은 정치권력에 의해 착취당하고 제물로 상납되었다. 그리고 이미 그 착취의 구조 속에서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희란과 꿈을 좇아 카메라 앞에선 얼마든지 벗을 수 있다며 당돌하게 찾아온 배우 지망생 주애가 함께 저항한다.
'썅년'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희란과 주애를 보면, 드라마의 초반은 표면적으론 '애마' 자리를 두고 벌이는 여배우들의 기싸움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희란과 주애는 점점 이 구조에 대한 분노와 동질감을 공유하며 함께 싸우는 동료가 되어간다.
"모멸감에서 절 구원해 주셨는데 선배님도 구원받으셔야죠."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912_185207004_0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12204237_hautyfeq.jpg)
정호에 의해 의미가 망가져 버린 테이프를 태우려 하고, 마침내 대종상 시상식에서 마이크를 잡고 그동안의 착취와 성 상납 과정을 폭로하는 장면은 단순히 '애마부인' 시나리오에 대한 반발이 아닌, 그 배경이 되는 착취와 구조적 불평등,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었다.
"매년 100명씩은 찾아와. 내가 되겠다는 애들. 근데 봐. 10년째 난 여기 있어. 그럼 그 많던 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마가 되겠다고 오디션장에 찾아온 주애를 보고 희란이 하는 말이다.
자신이 지키고 있던 자리에서 10년 동안 버티고 싸우고 저항했던 희란은 자신이 착취당했던 그 구조 안으로 주애를, 다른 어린 여성들을 더 이상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또 다른 미나에게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여성 서사도 있다. 데뷔라는 꿈 하나만 바라보고 상경한 갓 스물 배우 지망생 미나는 오로지 데뷔만을 위해 제작자의 성적 파트너가 되는 것도, VIP의 술자리에 상납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구조의 희생양이 되고, 그 죽음은 희란과 주애의 연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도 또 다른 미나를 떠올릴 수 있다. 자신을 지키지 못한, 그리고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여성이 있다. 버닝썬 사태와 같은 성 착취는 여전히 현재의 이야기다. 또 다른 미나가 생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애마야, 난 이제부터라도 네가 온전한 너로서 사는 법을 찾기를 바라. 더 이상 누구의 아내, 누구의 추억이 아니라 오로지 네 이름으로. 그래서 마침내 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바라. 세상이 어떤 잔인한 폭력으로 너를 옥죄더라도 괜한 죄책감, 괜한 수치심으로 움츠러들지 마. 그게 무엇이든 너를 지켜."
에리카가 애마에게 하는 대사지만 희란이 주애에게, 미나에게, 그리고 모든 여성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912_185207004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12204318_hdyetruc.jpg)
드라마 후반, 한국에서 섹시 스타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 주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한다.
"링에 올라간 기분 비슷해요. 맷집으로 버티고, 악으로도 깡으로도 버티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언젠가 케이오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근데 그냥 매일 하루씩 싸우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라는 생각을 하면 막상 두려울 건 없어요. 그러니까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린 아직 링 위에 함께 있어요."
희란은 그런 주애를 화면 너머로 지켜본다. 여성 연대로 시작해서 여성 연대로 끝나는 드라마 <애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여성을 벗기려고만 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