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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사운드베리 페스타 2025


 

지난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킨텍스 2전시장 9홀에서 양일간 진행된 '사운드베리 페스타 2025(SOUNDBERRY FESTA' 25)'는 "Taste the Music, Feel the Flavor"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내가 관람한 19일에는 밴드, 힙합,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졌을 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까지 초청하며 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사운드베리 페스타 2025(이하 사운드베리)'를 통해 혼자서도 페스티벌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보통은 페스티벌을 갈 때 지인과 함께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떼창하고, 사진 찍고, 수다를 떨곤 했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 봐 걱정했으나 쉴 틈 없는 무대 구성 덕분에 심심할 일이 없었다.

   

기존의 페스티벌은 무대 세팅 시간이 있어서 10~20분 정도 텀을 두고 공연을 진행한다. 그러나 '사운드베리'는 공연이 끝난 후 30초만 지나도 곧바로 다른 무대가 시작됐다. 그러니 마치 스포츠 경기의 랠리처럼 의도적으로 피하지 않으면 절대로 관객석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무대는 'FRESH'와 'COOL' 2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제자리에서 몸만 돌리면 될 정도로 가까워서 이동하기 편리했다. 그래서 일찍 오지 않으면 앞자리를 사수하기 어려웠지만, 대형 전광판이 있어서 실물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중간부터는 시야를 포기하고 펜스를 잡은 채 양쪽으로 몸만 돌려서 연달아 무대를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페스티벌 시작 시각에 맞춰서 출발하는 편이지만, 날도 덥고 공연장도 멀다 보니 천천히 집을 나섰다. 오후 2시쯤 도착하니 요즘 가장 애정하는 밴드인 '리도어' 무대부터 볼 수 있어서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얼마 전 다른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한눈에 반한 '리도어'는 이번 '사운드베리'를 오게 된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480분의 기억을 한 페이지로 옮기면



1. 리도어


'리도어'는 자연 속의 고요함을 담은 밴드로, 시적인 가사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오프닝 곡 '아직도 사랑하면 안 되는 건가요'부터 그런 그들의 진가를 자랑했는데, 풀, 바람, 물, 새 등 자연의 소리와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영상이 합쳐지니 순식간에 대자연에 도달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현장감이 압권인 밴드다 보니 투 기타를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내 방안은 푸른 바다'나 초원을 뛰놀 듯 통통 튀는 기타 리프가 특징인 '21가지의 월세계', 여름밤의 꿈같은 음색과 아름다운 가사의 '영원은 그렇듯'을 들으며 잠시 다른 세계로 여행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슬램하기 제격인 '욕망주사기'나 어두운 내면을 다룬 '사랑의 미학''세상:소음'을 들으며 다시 한번 그들에게 깊숙이 빠져들었다.

 

 

리도어.png

 

 

2. KK(카미키타 켄)

 

곧바로 등장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KK(카미키타 켄)'의 '그것이 당신의 행복이라 할지라도'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음악 추천 글에 소개했을 정도로 좋아하는 J-POP 중 하나로, 듣기만 해도 눈물 나는 따뜻한 가사와 호소력 짙은 음색이 특징이다. 언젠가 라이브로 들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는데, 'KK'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들으니까 섬세한 떨림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엔딩 때 스크린에 등장한 "상냥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는 나를 포함한 모든 한국인을 감동하게 했다.

   

 

3. 아마자라시


또 다른 내한 가수, 일본의 2인조 록 밴드 '아마자라시'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으로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나 역시 이 곡을 통해 그들을 알게 되었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미스테리한 콘셉트로 주목받았듯, '아마자라시' 공연은 촬영이 전면 불가했다. 모자를 쓴 검은 실루엣만 구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중압감을 받았다. 그 대신 무대를 화려하게 채워준 타이포그래피 영상은 그들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보다 생생하게 표현했다.

 

유튜브가 아닌 실제 무대로 접한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과 <도쿄 구울>의 OST로 유명한 '계절은 차례차례 죽어간다'는 숨을 죽이고 들을 정도로 라이브가 충격적이었다. '아마자라시' 특유의 무겁고 축축한 분위기가 입을 바싹 마르게 했다. '사운드베리'에서 가장 레전드였던 무대를 꼽자면 망설임 없이 '아마자라시'라고 이야기할 듯하다.

 

 

4. 원위

 

'원위'는 우주를 노래하는 밴드로, 그에 걸맞은 독특한 가사와 실험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수려한 외모처럼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그들 덕분에 5인조 보이밴드의 매력을 제대로 맛보고 왔다. 운 좋게도 가장 가까이서 본 '원위'의 멤버들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눈과 귀가 즐거웠다.

 

'베로니카의 섬', '꿈속에서 놓친 너, 옅은 잠결에 흐르길', '별 헤는 밤', '한여름 밤 유성우', '기억세탁소'와 같은 신나고 중독성 있는 곡들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콘페티가 터지며 무대가 마무리됐다. 리더이자 메인 보컬인 '용훈'이 관객석과 계속해서 호흡을 주고받으며 떼창을 이끌어줘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게다가 기타를 맡은 '강현'의 화려한 기타 솔로는 공연 전반의 킬링 포인트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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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요한

 

한때 힙합에 미쳐있던 시절, 대학 축제에 '한요한'이 나왔을 때 그 열기는 잊지 못한다. 몇 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에너제틱했다. 힙합과 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록시땅'처럼 감성적인 곡부터 '범퍼카'처럼 고막이 터질 듯한 강렬한 곡까지 하나의 무대로 모여서 그런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당일에 출연한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관객들과 같이 노래하는 쇼맨십도 볼만했다. 심지어 그의 무대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변정호'를 세션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인상 깊었다.

 

 

6. 애쉬 아일랜드

 

'애쉬 아일랜드'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서 처음으로 실물을 접했다. 2018년에 방영한 <고등래퍼 2>에서 가장 응원했던 참가자 중 하나로, 이후에 그가 발매한 곡들은 대부분 알았다. '악몽', '멜로디', 'Empty Head', 'Error', 'Paranoid', 'Rainy Day', 'Beautiful' 등 매일 들었던 음악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전히 유니크한 음색의 소유자 '애쉬 아일랜드'가 관객들에게 자기를 보러와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7. 더 폴스

 

'더 폴스'는 이번 기회를 통해 발견한 보석 같은 아티스트였다. '웨이브 투 어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나에게 보컬 '김다니엘'이 속한 또 다른 밴드 '더 폴스'의 음악은 역시나 취향을 저격했다. 코지하고 감성적인 '웨이브 투 어스'의 음악과 달리 '더 폴스'는 베이스 '이황제'와 드럼 '김경배'의 만남으로 감각적인 사운드를 통해 스펙트럼 넓은 음악을 들려줬다.

 

마치 우연히 간 카페에서 흘러나오면 무조건 검색했을 것 같은 곡들이 가득했다. 'Goin’ High', 'Fine Me!', 'Stargazing', 'Strawberry Moon', 'Space Kids' 모두 조금씩 다른 결로 좋았고, 엔딩 곡인 'High Tide'는 유명한 이유를 증명하듯 무대가 끝나고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현 시점 트렌디의 끝을 보여주는 모던 록 밴드를 만나니 온종일 도파민이 꺼질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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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쏜애플

 

가장 기대가 컸던 '쏜애플'은 시작부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난해한 가사와 독특한 사운드, 묘한 보컬과 신들린 퍼포먼스가 정말 오프닝 곡인 '마술' 같았다. '한낮', '도롱뇽', '아가미', '빨간 피터'와 같은 흔치 않은 세트리스트부터 페스티벌 대표곡인 '멸종', '시퍼런 봄'까지 들으면서 잠깐 넋을 잃었던 것 같다. 그렇게 '쏜애플'의 무대를 끝으로 모든 힘을 다 소진한 채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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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출발한 게 아닌데도 거의 8시간 동안 서서 공연을 관람했더니 다리가 말썽이었다. 그만큼 재밌게 뛰어논 것 같아 만족스럽긴 했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똑같은 무대 2개가 직각으로 배치되어 있다 보니 공간이 주는 매력이 덜했고, 여유 없이 이어지는 무대 구성에 제대로 사운드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 보니 음향 상태가 매끄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운드베리'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메리트를 가진다. 매년 돌아오는 만큼 다음에도 다양한 라인업과 개선된 음향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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