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의 흔적이 담긴 도서, 30일 밤의 뮤지컬
30일 간 뮤지컬과의 만남으로 우리의 밤을 더 풍요롭게 하는 도서 [30일 밤의 뮤지컬]은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인기 뮤지컬부터 남다른 매력의 프랑스·오스트리아 뮤지컬, 우리의 혼이 담긴 한국 창작뮤지컬까지 무려 30편의 뮤지컬을 담아냈다.
특히 소극장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1~2인극 작품이나 스펙터클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극장 작품 등 한국에서 사랑받는 작품들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30일 밤의 뮤지컬] 저자인 윤하정 문화전문기자는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공연을 취재하며 그 열정의 흔적을 기사와 방송을 통해 남겨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뜨거운 애정을 증명하듯 뮤지컬 기본 정보, 작품의 역사적 배경, 직접 인터뷰한 내용, 주목해야 할 장면, 주요 넘버 소개가 한 편 한 편 정성스레 녹아 들어 있다.
더욱이 저자가 10년간 [채널예스]에 ‘윤하정의 공연세상’ 칼럼을 연재하며 쌓인 노하우 역시 책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뮤지컬 입문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설명하는 페이지부터 어렵고 생소한 용어에 대한 주석, 시청각적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영상 QR까지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황홀경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
도서 [30일 밤의 뮤지컬]을 통해 지금도 종종 이야기하는 대극장 작품들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인생 최고의 1막 <레미제라블>, 최다 관람작 <킹키부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게 하는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입문작 <엘리자벳>, 여전히 충격적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렇게 여섯 작품이 그 주인공으로,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황홀경을 선사했다.
이 책을 읽으며 해당 작품들에 관해 새로운 특징을 발견하고, 보물 같은 과거 영상을 시청하며 다시금 추억에 빠져들 수 있었다. 더불어 잘못된 기억을 수정하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어 고마웠다. (예를 들어 뮤지컬 <킹키부츠>는 브로드웨이 초연인데 웨스트엔드 초연으로 착각하는 등의 경우 말이다.)
그런데 소극장 작품의 경우, 최근 20주년을 맞이한 <빨래> 외에는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요즘 들어 대극장보다는 소극장을 더 많이 보는 편인데도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긴 백석 시인의 아름다운 시가 그대로 녹아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빈센트&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애가 돋보이는 <빈센트 반 고흐>, 주목받지 못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라흐마니노프> 이렇게 세 작품은 반드시 무대에서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배우와 관객이 만드는 그날 단 하나뿐인 공연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에서 그날의 배우와 관객만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매일매일 하고, 일일이 찾아가서 보는 그 원시성이 '무대'의 매력이죠.
- p.350
뮤지컬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고유성’이다. 무수히 복제된 작품이 아니라 날 것 그 자체의 생생함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서. 배우와 창작진뿐만 아니라 그날의 관객 또한 작품을 만드는 주역이 된다. 이곳에 모인 관객들의 기분·상황·에너지로부터 파생된 객석 분위기 등 수많은 요소가 당일 공연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N차 관람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한 배역에 한 배우가 출연하는 원캐스트보다는 더블캐스트나 트리플캐스트, 심지어는 쿼드캐스트가 성행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훨씬 더 많아지고, 모든 배우를 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이러면 본인이 원하는 조합으로 작품을 관람하기 용이하지만, 반대로 그 조합에 관객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티켓 예매가 어렵다는 장단점이 있다.
180분 안에 평생의 취향을 찾다
으레 뮤지컬을 보는 사람은 계속 보고, 안 보는 사람은 계속 안 본다. 후자의 경우 대다수 ‘비싼 티켓 가격’과 ‘시체 관극 문화’를 진입 장벽으로 꼽는데, 이러한 장벽이 허물어진다면 모두가 훨씬 더 풍요로운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중과 마니아 양쪽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은 아니다. 최근 토니어워즈에서 6관왕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수작만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작품의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도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평생 찾아갈 본인의 취향을, 단 2~3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는 뮤지컬은 엄청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만약 후회 없을 뮤지컬을 보고 싶다면 바로 여기 답이 있다. [30일 밤의 뮤지컬]에 소개된 작품들은 취향은 타도 티켓 값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오랜 기간 상연할 정도로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을 감상한 경험은 어디서든 도움이 될 것이다.
[30일 밤의 뮤지컬]은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교양을 쌓는 의미로 읽어 보길 추천한다. 그 안에 담긴 역사·문화적 소양으로부터 일상의 너비가 조금 더 넓어질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인기 남자배우들의 여장,
강렬한 록 사운드로 관객들을 유인하지만,
동성애와 드래그퀸,
거친 입담과 요란한 분장으로 조금은 불편한 선입견을 안게 하지만,
결국 여자도 남자도 아닌 헤드윅의 파란만장한 인생사,
한 사람의 깊은 상처와 고통,
방황과 아픔을 만나는 것이 뮤지컬 [헤드윅]의 본질입니다.
- p.297
뮤지컬 <헤드윅>의 대표 넘버인 ‘The Origin Of Love’에서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래부터 인간은 세 종류였으며,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인간 ‘헤드윅’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다.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밴드’가 선사하는 파격적인 콘서트 뒤에 숨겨진 연약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헤드윅>이지만, 그 강렬한 메시지는 책을 넘어 전달된다. 사람의 본질을 보라는 말처럼 뮤지컬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저마다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당신을 깨어나게 할 것이다.
그러니 “Hold Me In Your Heart!”, 있는 그대로 뮤지컬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놀라운 밤의 마법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