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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새로운 책의 냄새는 언제나 반갑다. 날카롭고도 고소한 냄새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은 크나큰 설렘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중에는 특히 더 반가운 책들이 있다. 바로 추리 소설 시리즈 캐드펠 수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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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977년 출간을 시작으로, 광범위한 인기를 누린 영국의 추리 소설 시리즈이다.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수도원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살인 사건과 인간사를 엮어내는 독특한 전개를 선보인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보통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이 물씬 다가오지만, 캐드펠 시리즈는 조금 다르다.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책들과는 달리, 어딘가 모험적이고 새로운 매력이 느껴진다. 특히, 전반적인 이야기의 끝이 보이는 11권~20권 구성의 ‘로얄 골드 컴플리트 에디션’에서는 그 이름에서부터 전해지듯, 정의와 진실에 대한 빛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주인공, 브라더 캐드펠은 약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십자군 전쟁 참여 등 다양한 외부 경험을 통해 항상 사건의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특히 강한 정의감이나 현명한 해결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전달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람의 가장 인간적이고도 솔직한 내면은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범인을 잡아내기보다는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왜 범인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등 인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전개는 독자를 깊은 몰입과 생각의 늪으로 끌고 간다. 사건을 일차원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사이에 얽힌 오해와 편견을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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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 < 반란의 여름 >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흥미와 그에 걸맞은 사건의 전개까지, 전 시리즈 중 특히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내전이 소강상태에 돌입함과 동시에 외교 파견된 캐드펠은 그 사이에서 인질극에 휘말리고 말지만, 캐드펠은 그 안에서 중재자이자 관찰자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해 내며, 전장의 긴장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미스터리보다는 모험과 정치의 향기가 짙다. 인질극과 정치 속에서 캐드펠은 한 인간으로서 상황을 해결하고, 이를 중재할 수 있는 뿌리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살인사건의 범인보다는 갈등과 오해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드펠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이 나에게 몇 가지의 질문을 남긴다.


왕정의 권력 다툼과 교회의 정치적 입장과 그 사이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 반란의 여름 >에 사람들은 항상 어떠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연과 민족, 신앙과 정치, 개인과 공동체… 우리는 무엇에 충성해야 하는가? 이는 중세라는 먼 시공간의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질문이다.


어떠한 유형이든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따라야 하는지, 더 큰 평화를 위해 타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명확하게 확답을 내릴 수 없다. 캐드펠 시리즈는 늘 그랬다. 사건의 해결보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그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


책의 내용을 곱씹게 만드는 질문 외에도, 18권 < 반란의 여름 >은 특히 ‘여행’을 통해 드러나는 외부와 내부의 풍경과 그 묘사가 매력적이다. 중세 웨일즈를 걷는 듯한 현실감 있는 묘사와 그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 내면에 대한 묘사는 캐드펠 시리즈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는 시리즈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캐드펠 시리즈는 여느 추리 소설 시리즈와 같이 전 권의 내용을 명확히 알지 못해도, 에피소드 형식 구성으로 인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이 책을 넘어서, 시리즈 전체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등장하는 중세 시대의 지도부터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는 세계관까지. 단순한 추리소설 이상을 원한다면, 혹은 옳고 그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혹은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곱씹고 싶다면, 캐드펠은 분명 좋은 동반자이자 해설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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