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가 승리할 수는 없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이기고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패배하고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명확한 사실이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하자’던가 ‘이기자’, ‘이길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왜 그럴까?
내가 떠올린 첫 번째 이유는 그런 말을 내뱉음으로써 힘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막막하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을 내뱉다 보면 어느새 문제가 해결되어 있는 모습을 빈번하게 발견하게 된다. 100%는 아니지만 높은 확률을 보여주고 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이걸 연관짓지는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우리는 ‘패배할거야’, ‘질거야’와 같은 말은 내뱉지 않는다. 자조적으로 ‘나 망했어’와 같은 말은 나오곤 하지만 그건 그냥 너무 막막하니까 나오는 소리지 정말로 망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떠오르는 이유는 이 정도이다.
모두의 승리; 이기거나 지거나
픽사의 2025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누구나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싶어하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죠.
그런데 혹시나 아주 혹시나 말인데요,
승리라는 건 결국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
디즈니+에서 2025년 02월 19일에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은 소프트볼 챔피언십 대회를 앞둔 주에 중학교 소프트볼 팀 ‘피클스’와 그들의 가족, 지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며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인물이 가진 각자의 관점에서 그려진다. 총 8부작으로 이루어졌으며 1화는 유튜브에도 공개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팀 ‘피클스’의 멤버들부터 그들의 가족, 선생님들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1화의 주인공인 ‘로리’는 팀의 만년 꼴찌로, 늘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팀의 코치가 그녀의 아빠여서 혈연주의 이야기까지도 듣지만, 그녀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는 공을 치지도 못하고 잘하는 모습 하나 보여주지 못하는 팀원이지만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이기에, 보다 보면 자연스레 로리가 챔피언십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게 된다.
꼭 최고가 될 필요는 없어
그저 최선을 다하면 돼
1화를 보면 ‘로리’가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로리의 주변에서 회색의 찰흙 덩어리 같은 것이 말을 걸고 그녀를 짓누르고 있다. 로리의 걱정과 부담, 긴장 등을 먹고 몸집을 점점 키워가는 그것은 경기하는 날에는 엄청난 크기로 커져 있다.
그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던 로리는 타임을 외친 그녀의 아빠이자 팀의 코치에게 간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코치 : 딸, 즐기고 있니?
…
코치 : 아빠 눈 똑바로 보고 무슨 일인지 말하기 전까진 경기 안 할 거야.
로리 : 제가 잘하고 있나요? 다들 제가 코치 딸이라서 팀에 있는 거래요.
코치 : 그렇지 않아, 다들 뭘 모르네. 물론 네가 코치 딸이긴 해. 엄밀히 따지면 혈연 주의가 맞지. 그렇지만 그건…
코치 : 딸, 다 잘 풀릴 거야.
로리 : 정말요?
코치 : 꼭 최고가 될 필요는 없어. 그저 최선을 다하면 돼.
로리 : 아빠
코치 : 그렇지, 긴장 풀고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려.
로리 : 저만 믿으세요, 아빠
로리 :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어. 난 나를 믿어. 반드시 출루할 거야. 팀을 위해서! 카이를 위해서!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빠를 위해서!
그전까지는 커다란 부담감에 눌려 있는 상태로 경기에 임했지만, 그녀의 아빠인 팀의 코치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로리는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출루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1화의 끝이 그렇게 용기를 가지게 된 로리가 투수가 던진 공을 치기 위해 공을 보는 장면에서 끝나는 바람에, 로리가 출루를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그녀가 더 이상 출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차분한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2화부터 8화까지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1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도전과 기회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
살다 보면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어쩔 땐 끝없이 실패만을 이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는 그런 생각들은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도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실패? 내가 무엇을 고쳐야 원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을지 알게 해 준 기회지.
해볼 걸 하는 후회? 다음 기회를 놓지지 않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 앞으로 물건을 살 때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고.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삶의 가치관에도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성공과 패배, 도전과 실패와 같은 단어 그 자체에만 매여 있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