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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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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주동우'를 좋아하는 나에게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는 안 보러 갈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주동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늘 강렬하게 기억됐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다. 이 배우의 연기는 배우가 아닌 배역 그 자체를 보게 만들었고 이번 영화도 그런 기대가 있었다. 영화 시작 전에 감독님의 인터뷰가 짤막하게 나왔는데 '브레이킹 아이스'는 불안한 청춘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하셔서 더욱 기대가 됐다. 그 불안한 청춘이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3명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들은 우연히,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각자의 불안감이 나타난다. 발에 흉터를 가진 나나, 삶을 끝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하오펑,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생각이 많아 보이는 샤오까지 말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젊은 청춘들답게 다음날은 생각하지 않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토 하기도 하고, 책을 누가 먼저 훔치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내기를 하기도 한다.

 

청춘들답게 아파하고 금방 웃고 깔깔거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계획에서 벗어난 일을 하면서 그들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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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어려움과 아픔을 세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했지만 특히 나는 주동우의 연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그녀가 얼음, 스케이트를 보면서 우는 모습에 슬픔을 느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꿈을 잃는다는 것은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좌절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또한 시끄러운 클럽 안에서 펑펑 우는 하오펑, 샤오의 떠남으로 우는 사촌 동생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흘린 눈물은 상처받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감정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또한 영화에서 한국어 간판, 라면, 민속촌같이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기 때문에 반갑기도 했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시기를 이야기하는 것도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픽션이지만 그 캐릭터들이 연길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백두산을 가는 장면 속에서 아빠 친구분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천지를 본다’라고 하셨는데 3명이 보지 못한 것을 보면서 괜히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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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다녀온 이후 세명은 조금 달라진다. 나나는 자신이 딴 메달을 다시 보기도 하고 샤오는 식당을 떠난다. 언뜻 보면 열린 결말 같아서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는 허무했다. 정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나에게 명확하지 않은 느낌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의미를 계속 곱씹으면서 이런 결말이 오히려 이들에게 맞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청춘들처럼 그들도 각자에게 맞는 길을 나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렇게 상상을 덧붙이자면 세명 모두 다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기도 하면서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제목을 직역하면 '얼음 깨기'라는 뜻이다. 청춘 세 명의 마음을 깨고 녹인 건 서로가 가진 따뜻함이었을 것 같다. 얼음에 머무르지 않고 녹아 사라진 물처럼 나의 얼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그것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또 생각해 봤다.

 

정답은 없지만 나도 이들처럼 고여있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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