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수영을 2주 만에 포기하다 [운동/건강]

포기하는 것도 힘이 든다

by 이지민 에디터
2025.04.25 17:21

 

 

꿈에 그리던 일본 교환학생을 갔던 작년, 나의 모토는 ‘도전’이었다.

   

혼자 사는 것도 처음, 혼자 해외에서 사는 것도 당연히 처음. 어차피 다 처음인 김에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 살 땐 상상도 못 해봤던 혼자의 해외 여행, 배낭 하나 매고 무작정 걸으며 하루에 4만 보를 목적지 없이 걷기도 했다. 여행 중 만난 인연과 친해지기도 하며 예상 못 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뛸 듯이 기쁜 하루들이었다.


스쿠버 다이빙도 그 도전들 중 하나였다. 물을 좋아하고 바다를 너무 사랑하지만 약간의 심해 공포증이 있는 내게 혼자 다이빙은 꽤나 큰 도전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에 숨도 못 쉴 만큼 두려워 몇 번 꺼내달라고 이야기했다. 강사님의 격려에 다시 손을 꼭 잡고 내려갔고, 눈을 뜨니 환상 속이었다. 그 순간의 황홀감은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425_170604816_01.jpg

 

 

그렇게 한국에 돌아가면 꼭 수영을 제대로 배우고 다이빙까지 배우리라 결심했다. 귀국하고 개강과 동시에 집 근처 수영장의 티켓팅에 성공했다. 학교를 가기 전 운동도 가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준비에 설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내가 되었음에 뿌듯했다.

 

수영장을 쉽게 가기 위해 자전거를 중고로 사고, 본가 서랍 안에 깊숙이 있던 언니의 수영복과 아빠의 수영 도구들을 꺼내서 챙겼다. 첫 수영 강습 전 날, 열심히 짐을 챙기고 약간의 긴장과 설렘에 뒤척이며 잠이 들었다.

 

긴장해서인지 새벽 일찍 눈이 떠졌고, 처음 갔던 수영은 예상보다도 더 재밌고 개운했다. 끝내고 나오니 떠 있는 해와 뽀송한 느낌에 빙긋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그랬듯 적응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작심 삼일이라도 열심히 노력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동시에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문제가 생겨났다. 적응해야 할 것이 수영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혼자 자취, 1년 만에 맞이하는 한국 대학 생활과 치열한 친구들의 삶, 전공만 가득한 고학년의 수업들이 밀려들었고, 이 일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니 몸과 정신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결국 수영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열이 나며 몸이 파업을 선언했다. 학기가 진행될수록 많아지는 과제와 시험 공부, 자격증 공부들에 적응하며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영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영 하나 포기했다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수영에 푹 빠져서 수영복 모으는 재미로 살던데, 나는 왜 이렇게 저질 체력일까. 순간, 가장 싫어하는 습관인 비교를 해버렸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포기였는데, 유독 마음이 안 좋았다.

 

나도 참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잡았던 나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미뤄두었던 나의 현실이 가득있었고, 이 시기를 다루는 것에는 또 다른 종류의 마음 먹기가 필요했다.

 

멀리서 나를 보니, 해외에서 생활하며 뭐든 처음인 내 자신에게 관대해졌던 것과 달리, 그랬던 마음을 망각하고 순식간에 왜 너는 부족하냐며 나 자신을 몰아세우고 혼내고 있었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상황에 맞는 중심을 찾지 못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소리이다.”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격언이 쏟아지는 요즘, 나 같은 팔랑귀는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다 픽 쓰러진다. 결국 내 상황에 적절한 조언이 무엇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수영과 다이빙을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시기를 다시 기다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토닥여본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겠다고 마음먹으며 ‘포기해서 다행인 것도 있는 법’, 여름 방학에게 수영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지민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아직도 이런게 너무 좋은데 - 꽃보다 남자 [드라마/만화]
  2. 02 [Opinion] 나의 롤모델, 캐리 [만화]
  3. 03 [Opinion] 여름을 사랑해주세요 [문화 전반]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