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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꿈에 그리던 일본 교환학생을 갔던 작년, 나의 모토는 ‘도전’이었다.

   

혼자 사는 것도 처음, 혼자 해외에서 사는 것도 당연히 처음. 어차피 다 처음인 김에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 살 땐 상상도 못 해봤던 혼자의 해외 여행, 배낭 하나 매고 무작정 걸으며 하루에 4만 보를 목적지 없이 걷기도 했다. 여행 중 만난 인연과 친해지기도 하며 예상 못 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뛸 듯이 기쁜 하루들이었다.


스쿠버 다이빙도 그 도전들 중 하나였다. 물을 좋아하고 바다를 너무 사랑하지만 약간의 심해 공포증이 있는 내게 혼자 다이빙은 꽤나 큰 도전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에 숨도 못 쉴 만큼 두려워 몇 번 꺼내달라고 이야기했다. 강사님의 격려에 다시 손을 꼭 잡고 내려갔고, 눈을 뜨니 환상 속이었다. 그 순간의 황홀감은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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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국에 돌아가면 꼭 수영을 제대로 배우고 다이빙까지 배우리라 결심했다. 귀국하고 개강과 동시에 집 근처 수영장의 티켓팅에 성공했다. 학교를 가기 전 운동도 가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준비에 설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내가 되었음에 뿌듯했다.

 

수영장을 쉽게 가기 위해 자전거를 중고로 사고, 본가 서랍 안에 깊숙이 있던 언니의 수영복과 아빠의 수영 도구들을 꺼내서 챙겼다. 첫 수영 강습 전 날, 열심히 짐을 챙기고 약간의 긴장과 설렘에 뒤척이며 잠이 들었다.

 

긴장해서인지 새벽 일찍 눈이 떠졌고, 처음 갔던 수영은 예상보다도 더 재밌고 개운했다. 끝내고 나오니 떠 있는 해와 뽀송한 느낌에 빙긋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그랬듯 적응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작심 삼일이라도 열심히 노력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동시에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문제가 생겨났다. 적응해야 할 것이 수영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혼자 자취, 1년 만에 맞이하는 한국 대학 생활과 치열한 친구들의 삶, 전공만 가득한 고학년의 수업들이 밀려들었고, 이 일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니 몸과 정신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결국 수영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열이 나며 몸이 파업을 선언했다. 학기가 진행될수록 많아지는 과제와 시험 공부, 자격증 공부들에 적응하며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영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영 하나 포기했다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수영에 푹 빠져서 수영복 모으는 재미로 살던데, 나는 왜 이렇게 저질 체력일까. 순간, 가장 싫어하는 습관인 비교를 해버렸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포기였는데, 유독 마음이 안 좋았다.

 

나도 참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잡았던 나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미뤄두었던 나의 현실이 가득있었고, 이 시기를 다루는 것에는 또 다른 종류의 마음 먹기가 필요했다.

 

멀리서 나를 보니, 해외에서 생활하며 뭐든 처음인 내 자신에게 관대해졌던 것과 달리, 그랬던 마음을 망각하고 순식간에 왜 너는 부족하냐며 나 자신을 몰아세우고 혼내고 있었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상황에 맞는 중심을 찾지 못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소리이다.”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격언이 쏟아지는 요즘, 나 같은 팔랑귀는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다 픽 쓰러진다. 결국 내 상황에 적절한 조언이 무엇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수영과 다이빙을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시기를 다시 기다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토닥여본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겠다고 마음먹으며 ‘포기해서 다행인 것도 있는 법’, 여름 방학에게 수영을 넘겨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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